‘고도로 발달한 새는 나뭇가지와 구별할 수 없다.’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위장술에 능한 새, ‘포투’에 대한 설명이다.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갖추어 입어야 한다는 일명 TPO(time, place, occasion)를 요구받는 인간의 입장에서, 주위 환경에 맞춰서 자유자재로 몸의 색과 모양을 바꾸는 포투의 능력은 낯설면서도 신기하고, 사뭇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generative AI)이 발달하고 있는 지금, 인류는 더 이상 포투의 능력을 마냥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지난 6월, 온라인에서 새 포투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과 배경을 갖춘 의류 시착 이미지, ‘모델 컷‘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팀 코디미의 포투(Potoo) AI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텍스트나 이미지와 같이 새로운 데이터와 콘텐츠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을 말하는데, 패션계에서는 옷의 디자인이나 가상 시착 등에 도입되고 있다. 포투 AI 역시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품 사진을 업로드하고 그에 맞는 배경을 선택하면 무제한으로 모델 컷을 제공해주는 서비스이다. 포투 AI는 기존에 모델을 섭외하고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해야 했던 의류 쇼핑몰 종사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투 AI는 또한 소비자가 인공지능이 자체적으로 생성한 이미지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하이 퀄리티(high-quality) 콘텐츠를 생성해 내는데, 이 모습은 마치 일종의 위장술 같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20년 당시 성균관대학교 학부 2학년 재학생으로부터 포투 AI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WORKAHOLIC IN SKKU에서는 그 주인공, 팀 코디미 정지혜 대표(소프트웨어학과 19)와의 인터뷰를 담아보았다.
1. 팀 코디미를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팀 코디미 대표 정지혜입니다. 저희 팀은 패션 전문 생성형 인공지능인 포투 AI를 통해 패션 쇼핑몰 및 브랜드에 ‘모델 컷’을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전자상거래에 자주 활용되는 모델 컷은 제품 상세 컷과 함께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장치인데요. 유용한 만큼 제작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서, 간단한 클릭만으로 이를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운영하는 SPARK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본교 소프트웨어학과 내에서 꾸려졌고, 현재는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SPARK 프로그램 참여 당시에는 앱 형태의 비슷한 서비스를 고안했었는데 다수의 피보팅[1](pivoting)을 통해 지금의 포투 AI 서비스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2. 포투 AI가 패션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거라 기대하시나요?
저는 이 비즈니스에서 옷의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을 바꾸고 싶어요. 모델 컷을 찍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 옷의 가격에 녹아든다고 생각하고, 결국 돈을 지불하고 옷을 구매하는 것은 우리 소비자들이니까요. 패션 브랜드들이 옷의 홍보와 판매를 위해 사용하는 모델 컷을 제작하는 데 부담을 덜게 된다면 옷 자체의 생산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패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3. 구글과 같은 대기업에서 AI 피팅룸 등의 기술에 이미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패션계에 AI를 접목하는 시도가 한창입니다. 그 속에서 코디미만의 독창성이란 어떤 것인가요?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테크 기업들에서도 가상시착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의류를 입어보지 않고 인공지능을 이용한다는 점은 저희와 비슷하지만, 서비스의 방향성이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대기업들의 가상시착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각자의 체형에 맞게 구매하고자 하는 옷의 핏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편입니다. 저희는 그 대신 가상 모델에 실제 의류를 입혀 실감나는 모델 컷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처음 창업 아이템을 구상했을 때만 해도 AI가 생성한 모델 컷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쓸 만큼의 감도가 나오는 시장 상황이 아니었고, 저희는 적은 자본으로도 매력적인 모델 컷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4. 앞선 대기업들의 경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B2C 수익 모델[2]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코디미에서는 패션 이커머스를 대상으로 한 B2B 모델[3]을 택했습니다. 여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무래도 재정적인 이유가 컸죠. B2C 플랫폼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수료나 광고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 사용자들이 많이 모여야 하거든요. 따라서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요구됩니다. 저희는 스타트업이다 보니 지불 의사가 확실한 플랫폼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모델 컷 촬영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중소형 셀러의 페인 포인트[4](pain point)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패션 시장도 직면한 문제라, 이를 바탕으로 패션 이커머스 대상의 B2B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Part 1-2. 모델 컷,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다
옷의 매력을 극대화해주는 모델들의 완벽한 핏(fit)과 포즈를 보고 있으면, 그들이 걸치고 있는 옷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고, 어느새 장바구니는 이런저런 옷들로 가득 차 있다.
직업으로서의 패션 모델은 1853년 ‘오트쿠튀르[5](haute couture)의 아버지’라 불리는 찰스 프레드릭 워스가 아내에게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어달라고 권유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패션 모델들은 잡지와 화보부터 온라인 쇼핑몰의 모델 컷에 등장하며, 지금껏 대중들에게 옷의 구매를 강력하게 설득해왔다. 어떻게 보면, 모델 컷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증폭하는 것을 넘어 이를 애초부터 생성하고 있는 판이다. 인간의 욕망은 그 대상을 곧바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매개체인 제 3자를 통해 ‘촉발된다’는 르네 지라르[6]의 주장이 떠오른다.
팀 코디미 정지혜 대표는 포투 AI를 통해 모델 컷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 그녀가 바라보는 모델 컷은 단순히 옷을 더 잘 팔기 위한 홍보수단이 아니다. 포투 AI가 생성한 모델 컷은 가상 시착 서비스임에도 실사와 가깝고, 오히려 새롭고 다양한 분위기를 띤다. 디자이너들이 소장 가치가 있는 옷을 만들 때, 팀 코디미의 포투 AI는 소장 가치가 있는 모델 컷을 만든다. 이제 모델 컷은 또 하나의 콘텐츠다.
Part 2-1. 창업이라는 선택지 -> page 4
1. 학생 신분에서 스타트업 대표가 되기까지, 대표님의 창업 여정이 궁금합니다.
성격상 정해진 업무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첫 번째 동기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라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삼수를 했는데요, 대학 진학 전 진로를 정하면서 창업을 고려해보게 되었고, 관련 학과인 소프트웨어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을 할 수 있으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다 보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1학년 때부터 교수님께 자주 찾아가 창업에 대해 여쭤보았고, 2학년 때 교내 SPARK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금의 패션 관련 아이템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패션 분야를 선택하게 된 건 순전히 제가 지그재그와 같은 앱으로 온라인 쇼핑하는 것을 좋아해서였어요. 이후 프로그램을 통해 교수님의 지도 아래에서 개발을 해나갔고, 산학협력으로 이어 진행하면서 현 팀 코디미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저는 창업 과정에서 교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습니다. 특히 학부 시절에 학교 지원을 바탕으로 네 번의 해외 방문을 다녀온 것과 같이 제가 쌓아온 경험들이 직, 간접적으로 창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2. 대표님께서는 젊은 나이에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드셨는데, 특별히 겪은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학생 신분에서 시작했던 창업이었다 보니 경험이 부족했고, 그중 사람을 관리하고 업무 파트너로서 대하는 일이 제일 어려웠어요. 예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만 했다면 지금은 직접적인 개발 업무는 하지 않고 CEO로서 다양한 업무를 맡는 것 같아요. 주 업무는 지원사업 준비, 고객상담, 개발 방향 회의 등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학과의 전공 지식만으로는 개발을 하는 데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기업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때 다른 개발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워낙 경기가 불안정하다 보니 이제 막 런칭을 한 스타트업 ceo로서 매출을 내고 기업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살아남는 기업’이 되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만큼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여러가지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3. 창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혹은 창업과 무관하게 성대생에게 동문으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소프트웨어학과 학부생이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학우들이 석사과정 진학 등 창업이 아닌 진로를 선택했던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보면 제가 근무하고 있는 캠퍼스타운 기업성장센터만 해도 성균관대학교 출신의 선배 창업가 분이 계시고, 요새 저와 같이 젋은 대표들도 꽤 있음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일이 유망하다고 생각하고, 또 아직 책임질 가족도 없어서(웃음) 창업하기에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성균관대학교 후배 분들께는, 예상 밖일지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은 실패를 해보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후배 분들이 상당한 방황과 실패를 겪더라도 이를 거듭해보며 도전해본다면 어느새 도착 지점에 와 있지 않을까 해요. 각 과정을 경험치가 쌓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힘을 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특히나 신기술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너무 주저하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Part 2-2. 성공의 단면은 켜켜이 쌓인 실패
창업 문외한(門外漢)에게 창업 아이템이란, 마치 하나의 장벽이자 견고한 문이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나만의 아이디어가 하나의 회사로 바뀌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창업은 모두를 위해 열린 선택지라기보다, 창의적이고, 강한 개척 정신과 탐구력이 있는 사람을 위한 추가 옵션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팀 코디미의 정지혜 대표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포투 AI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균관대학교 SPARK 프로그램에서 포투 AI는 지금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포투 AI는 앱에서 웹으로, B2B에서 B2C로... 수많은 실패와 수정을 거쳐 완성된 것이었다.
많은 실패는 곧 그만큼의 도전을 의미한다. 1910년대 남극 횡단에 도전했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실패다.’라고 말했다. 섀클턴 일행은 횡단에 실패했지만, 척박한 극지 환경에서 극적으로 전원 무사 귀환한 그들의 실패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실패’로 꼽힌다. ‘최대한 많은 실패를 해보라’는 정지혜 대표의 말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 실패를 위해, 그리고 성공을 위해 ‘스타트 업(start up)’할 시간이다.
[1] 사업 전략 수정
[2] “Business-to-Customer”,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
[3] “Business-to-Business”,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거래
[4] 고객이 경험하는 문제나 불편함
[5] 최상급의 맞춤 의복
[6] 프랑스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