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자동차사업단 전재욱 교수
세계 각국의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고, 서울시도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등록을 불허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중국의 미래차 산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 프랑스의 녹색산업법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이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친환경 차 전환으로 이끌고 있다. 과연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내연기관 자동차가 친환경 자동차로 대체될 수 있을지, 우려와 전망이 쏟아지는 시점이다. 전기차를 주류로 만들기 위해 어떤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본교 미래형자동차사업단 전재욱 교수를 만났다. 이번 성균아카데믹에서는 전기차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전기차 기술을 연구하며 지원 중인 미래형자동차사업단에 대한 소개까지 넓게 담아보았다.
전재욱 교수
성균관대학교의 정보통신대학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교 미래형자동차사업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미래형자동차와 밀접하게 관련된 기술인 자율주행, Software Defined Vehicle (SDV), 차량전자제어장치(ECU), 차량용 네트워크, 영상 고속 처리 시스템, 모션 제어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이와 관련된 여러 연구과제를 진행하였고, 주요 논문, 특허를 발표하였으며, 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 AI City Challenge 세계대회 1위 수상을 포함하여 국내외 여러 수상 실적이 있다.
과거와 다르게 요즘은 길거리에서 전기차를 보기 쉬워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를 구매하는 핵심 포인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환경 보호에 대한 필요성과 경제적 이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2030년, 미국, 중국, 한국은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차량 생산 중단 계획을 발표했고,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 운영 유지 비용이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저렴한데다,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환경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환경 보호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배출 가스가 없는 전기차가 소비자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는 친환경적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고, 이것은 전기차의 홍보에도 강조됩니다. 그러나 재활용되지 않는 배터리, 충전 시설의 확충이나 전력 생산 중 오염과 같은 사례를 생각해보면 ‘전기차가 정말로 환경 친화적일까?’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정말 전기차로의 전환이 환경에 도움이 될까요?
전기차가 어떤 전력을 사용해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유럽 교통 전문 NGO인 ‘교통과환경(T&E)’에 따르면 전기차가 석탄 발전 에너지를 사용할 때 휘발유 내연기관 차량보다 28% 적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며,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휘발유 차보다 81%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이 자료는 차량 제조 생산 및 운송 과정을 포함하여 산출한 결과로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연기관차는 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로 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휘발유 차의 경우 휘발유의 80%는 열 등으로 전환되어 빠져나가기에 실제로 동력으로 사용되는 에너지는 20%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에는 별도의 에너지 변환 과정이 필요 없으므로 충전 및 구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전기차는 회생제동을 통한 에너지 회수가 가능하여 최종적으로 90%에 가까운 에너지 효율을 보입니다. 종합해보면, 이산화탄소 배출 및 에너지 효율 측면 모두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배터리 재활용과 전력 생산방식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EU 등 대다수 국가들은 재생 가능 에너지 및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또한,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많은 기관에서 전기차 시장의 둔화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충전소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고, 충전 시간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 또한 큰 걸림돌입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대한 뉴스들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게 된 것도 시장 둔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긴 충전 시간이나 짧은 주행 거리, 낮은 배터리 효율, 겨울철 운행의 어려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투입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빠른 개선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현재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배터리 기술의 한계점과 연결됩니다. 현재 전기차에서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다른 배터리에 비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지만, 이론적으로 최대 용량이 정해져 있고 그 이상으로는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단점 중 하나인 짧은 주행거리는 이러한 에너지 밀도의 한계 때문입니다. 또한, 리튬 이온의 특성상 충전 속도를 높이거나 고전압으로 충전하게 되면 과열 및 손상이 일어나기에 배터리 수명을 위해 충전 속도 및 전압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점들은 현재 재료로 쓰이는 리튬 이온의 물리적 한계로 인한 것입니다. 현재 배터리 분야에서는 새로운 배터리 물질을 개발하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연구가 진행 중인데, 단기간에 획기적인 성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최근 청라 아파트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로 인해 전기차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위험성은 과장된 것일까요? 혹은 전기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제한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최근 일어난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많은 사람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주차장에서는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이전에도 노트북, 스마트폰, 전동 킥보드 등에서 배터리 화재가 있었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과충전, 외부 충격, 고온 등이 주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배터리 업계와 차량 업계가 협력하여 배터리 화재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더 안전하게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전기차의 보급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기차 기업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이 무엇인가요?
주로 주행 거리와 충전 시간을 개선하기 위한 배터리 기술, 차량의 안전성 및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스마트폰과 같이 소프트웨어로 차량의 기능을 추가 변경할 수 있는 Software Defined Vehicle (SDV) 기술 등을 중시하여 이러한 기술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의 보급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기술 혁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에서 설명한 전기차의 충전 시간 및 충전 거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배터리 기술뿐 아니라, 무선 충전 기술, 충전 인프라 확대, 전기차 가격 절감, 내연기관 자동차 규제 등이 실현되며 전기차 시장을 확대시킬 것으로 봅니다. 또한 SDV 기술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는 주차 상태에서도 SDV 기술을 이용하여 차량 기능 점검과 소프트웨어 변경 개선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수월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SDV 기술이 본격화되면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많은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로 상용화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 같습니다. 신기술들이 현실화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머지않아 상용화될 것이라 예상했던 때로부터 몇 년이 흘렀지만, 2024년 지금까지도 부분 자동화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악천후를 포함해 다양한 도로 환경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높은 안전성, 에너지 밀도 향상, 충전성능 향상 등의 장점을 갖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낮은 출력, 높은 가격 등 현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까요? 국내 기술력은 전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나요?
과거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기술 방향이 변화할 때 한국 기업이 빠르게 대처하여 세계 시장을 주도했던 것처럼, 저는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이 빠르게 대처하여 세계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 기업은 차량의 배터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SDV, 차량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곧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1976년에 첫 국산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우리 기업이 이미 세계 톱3에 도달하였습니다.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수소차에 대한 투자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현재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 부족, 주행 거리 제한 등의 문제로 인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로 발생시킨 전기를 연료전지에 저장하고 모터를 구동하는 수소 연료전지 차량과, 수소를 내연기관에서 연소시켜 엔진을 가동하는 수소 내연기관 차량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수소차는 전기차의 단점인 충전 속도 및 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소차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려면 수소차 가격, 수소 충전소 설치 경비, 수소 추출 경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성균관대학교 미래형자동차사업단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사업단이 생소한 학생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 미래형자동차사업단은 자율주행 및 전동화 차량 산업 선도를 위한 기술 융합 혁신인재를 양성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전자전기공학부, 기계공학부, 소프트웨어학과,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시스템경영공학과 등이 미래형자동차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래형 자동차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형자동차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미래형자동차사업단은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우선 자율주행 및 전동화 차량에 특화된 정규 교육과정을 신규 개발 운영하고, 기업 실무 능력을 구비할 수 있도록 참여 기업들과 연계하여 현장 실습 및 산학 프로젝트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또 하계 동계 방학기간 동안 미래형자동차 특화 단기 기술 강좌를 열어 정규 교과과정에서 다루기 어려운 기술을 다루며, 학생들의 인공지능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년 성균관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학생들의 논문 작성 및 발표 능력 향상을 위해, 학생들이 현장실습, 산학 프로젝트, 경진대회 등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래형자동차 마이크로디그리’를 신청한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전기차나 미래형 자동차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면 알아 둬야 하거나 준비하면 좋은 것이 있을까요? 관련 진로를 고민하고 있거나 결정한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전기차나 미래형자동차 분야쪽의 진로를 고려중이라면, 자율주행, 전기차, SDV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해당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활동으로 ‘미래형자동차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이 있습니다. 이 마이크로디그리를 통하여 학생들은 미래형자동차 분야의 핵심 지식을 쌓을 수 있으며, 현대모비스 채용연계형 장학생으로 선발될 기회가 주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