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지 편집위원 박신아
‘학생회비 내야 되나요?’
대학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질문이다. 이때 질문자가 말하는 학생회비란 등록금 납부 시 선택사항으로 내는 것, 혹은 본인이 속한 학과/학부 학생회에 내는 것 둘 중 하나다. 계열제를 거쳐 학과로 진입한 학우들이나, 처음부터 세부 전공으로 입학한 학우들 모두 학과 학생회로부터 제공되는 다양한 혜택을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시험기간 간식 배부와 사물함 대여 등의 복지는 학과 사무실이나 단과대학 행정실이 아닌 학과 학생회 또는 단과대학 학생회의 자치활동을 통해 진행된다. 이러한 학과/단과대학 학생회가 소속 학우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은 학생회비를 통해 마련된다. 단과대학 학생회는 총학생회로부터 배분받는 학생회비를, 학과 학생회는 소속 학우들에게 모금받는 자치회비를 사용한다.
위 이미지는 지난해 8월 모든 학생회 단위에서 공식 채택된 ‘학생회비 운용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학생회비’ 용어에 대한 수정안이다. 기존에 ‘학생회비’로 통용되던 용어를 ‘학생회비’와 ‘자치회비’로 분리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골자다. 이러한 구분은 재원을 명확히 하여 학우들의 혼동을 방지하고자 하기 위함일 뿐 용처가 나뉘지는 않는다. 이외에도 후원금과 교비 등의 기타 재원이 존재하나, 이는 학우들로부터 직접 받는 금액이 아니므로 본 기사에서는 학생회비와 자치회비에 집중하려 한다.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학생 자치단위 차이가 있다. 바로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과 간의 포함관계다. 중앙운영위원회는 총학생회 회장단과 단과대학 학생회 회장단으로 구성되며,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모든 층위의 학생회장단과 학년대표가 참여하여 총학생회의 안건을 인준하는 회의다. 단과대학운영위원회는 이와 비슷하게 단과대학 회장단과 소속 학과 회장단으로 구성되며, 단과대학학생대표자회의 역시 단과대학에 소속된 모든 학생회의 회장단과 학년대표가 참여하여 단과대학 학생회의 안건을 인준한다. 학과의 경우 운영위원회와 학생대표자회의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으며 각 학과 회칙에 따라 학생회장단과 학년대표 또는 학과에서 인준받은 소모임/학회 등의 대표자들이 모여 학과 예산안 및 결산안을 비롯한 사업 전반에 대하여 의논한다.
학생회비는 등록금 납부 시 일괄 납부되지만, 납부자 본인의 선택에 따라 납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총학생회는 매 학기, 그리고 분기별 회의를 통하여 모금된 학생회비를 배분하며, 이 학생회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비용, 동아리연합회, 단과대 학생회의 사업 운용 비용으로 사용된다. 축제 실무비용 역시 이 학생회비로 대부분 충당한다. 자연과학캠퍼스와 인문사회캠퍼스 각각의 총학생회는 캠퍼스 내 학부 및 총학생회비 모금액에 따라 배분율을 상이하게 하여 운용한다.
24년도 1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자료집에 따르면, 자연과학캠퍼스와 인문사회캠퍼스 모두 총학생회에 28%, 동아리연합회에 11%, 단과대 학생회에 61%(단과대 학생회비)의 비율로 총 학생회비를 배부한다. 그러나 단과대 학생회에 배부한 61%를 각 단과대학에 분배하는 방식은 다르다. 한번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자.
단과대 학생회비를 각 단과대학에 배부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기본 배정액(배분액)은 말 그대로 모든 단과대학 학생회에 배부하는 금액으로, 61% 중 일정 비율의 금액을 총 단과대학의 수로 나누어 지급하기 때문에 모든 단과대학에 동일하게 지급된다. 납부인원 비례액은 기본 배정액을 제외한 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 단과대학 학생회비 납부 인원 / 총 학생회비 납부 인원)을 곱하여 도출한다. 해당 단과대에 학생회비를 납부한 인원이 많을수록 납부인원 비례액이 늘어난다. 마지막 학생 수 비례액은 (해당 단과대학 등록생 수 / 총 등록생 수)의 비율을 곱하여 산출하는데, 그래프에 표기되어 있듯 자과캠은 학생 수 비례액에 따른 학생회비를 배정하지 않는다. 인문사회캠퍼스의 경우 학생 수 비례액에 단과대 학생회비의 33%를 배정하여 학생 수가 많은 학과일수록 더 많은 학생회비를 배부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차이가 있음을 유념하고 각 단과대 내부의 납부비례액과 학생수비례액을 살펴보자. (자연과학캠퍼스 단과대 학생수비례액은 총학생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함.) 인문사회캠퍼스 단과대 학생회비는 학생수비례액과 납부비례액에 따른 비중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학과 인원이 많은 단과대학일수록 납부하는 인원의 수도 상대적으로 많을 테니 당연한 결과다. 이 두 자료를 통하여 학생회비는 규모가 큰 학과에 보다 많이 배분되지만, 기본배정액과 납부비례액의 비중을 둠으로써 어느 정도 균일하게 배부되도록 설계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자치회비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모이는 재원일까? 전공에 따라 인지도 여부는 다르겠지만, 학생회비와 별개로 기층단위 학생회에 학우들이 직접 납부하는 금액을 자치회비라 부른다. 이 자치회비는 각 학과별 학생회에서 독자적으로 모금하는 금액이므로 당연히 각각의 규정에 따라 모금 일자, 방법, 액수 등이 다르며 납부 여부에서부터 갈리는 경우도 많다.
성균지에서 실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사회과학대를 비롯한 일부 학생회에서는 자치회비를 모금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언급한 후원금, 동문회비 등 기타 수입원을 활용하거나, 총학생회의 분배안에 따른 학생회비만으로 각종 사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기층단위 학생회에서는 자치회비를 모금하고 있다. 또한 현재는 학생회비만을 배부받고 있으나 원활한 사업 시행을 위해 자치회비를 걷고자 하는 학생회 역시 존재한다. 현재 성균관대학교의 각 단과대학 학생회에서 모금하는 자치회비 현황을 간략하게 알아보자.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는 매 학기 초마다 온라인 홍보에 더불어 전공 수업별 구두 홍보 등 적극적으로 자치회비를 모금하고 있다. 자치회비를 납부한 학우들에게는 시험기간 간식 우선배부 등의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치회비 납부를 독려하기도 한다. 결산 공고는 학과 카페에 게시되며, 이후 학번별 단톡방 공지를 통해 결산안 게시를 알린다. 이렇게 모인 자치회비는 글로벌경영학과 내부 행사 및 복지 혜택에 쓰이며, 2023년 기준 60명 이상의 학우들이 납부하였다.
경제대학
마찬가지로 신입생을 대상으로 자치회비를 1회 모금하는 글로벌경제학과의 경우 글로벌경영학과와 동일하게 매 학기 학과 카페에 결산 공고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자치회비 모금 활성화를 위해 학과 굿즈 제공 및 매 시험기간마다의 간식배부 시 우선 수령권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의 경우 매 학기 1만원, 전체 전공생을 대상으로 자치회비를 모금하며 학과 카페에 결산보고를 올린다. 생명과학과에서는 스승의 날 카네이션 전달 사업, 시험기간 간식 배부 사업에 자치회비를 사용하며, 납부자 대상 간식 우선 배부와 MT, 학과 행사인 녹색캠프의 참가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모금을 독려하고 있다.
스포츠과학대학
23년 자료에 의하면 스포츠과학과는 신입생 학생회비를 16만원 모금하며, 23년 납부 비율은 약 70%로 높은 수준에 달했다. 스포츠과학과에서는 이렇게 모금한 회비를 바탕으로 구단연계사업, 체육대회 및 e-sports 대회 등 학과만의 특색이 있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사범대학
교육학과에서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15만원씩 1회 자치회비를 납부한다. 24년도 1학기 예산안에 따르면 교육학과 학생회에서는 지난 학기 학생회비 이월금과 금년도 신입생 학생회비, 편입생 학생회비를 재원으로 하여 새내기 배움터, MT 및 스승의 날 행사와 같은 행사 운영비뿐만 아니라 시험기간 간식 배부, 소모임, 밥약 지원금 등의 복지를 제공하였다.
예술대학
영상학과에서는 8학기를 기준으로 24만원씩 1회 모금하며(8학기 완납제), 디자인학과 전공생들은 학년에 따라 재학 중 1회, 12만원부터 3만원까지 차등으로 낼 수 있다. 무용학과는 영상학과와 마찬가지로 8학기 기준 1회 15만원씩 모금하며, 1년에 한 번 결산 공고를 진행한다. 특히 자치회비 모금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상학과 학생회는 납부자 대상 사물함 우선 배정권과 학과 굿즈 제공 혜택을 주고 있다.
이처럼 자치회비는 학과의 인원, 운용 방식에 따라 편차가 큰 재원이다. 그러나 학생회비와 마찬가지로, 학생 자치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부에서 여러 복지를 제공하는 것처럼, ‘학생들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험기간 동안 빠질 수 없는 간식 제공, 각종 비품지원과 학우들이 참여하는 자체 행사까지 자치회비로 운영된다.
‘성균관대학교 학생회비 운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생회비의 사용처는 복지 사업, 문화 사업, 지원 사업, 기타 사업으로 나뉜다. 먼저 복지 사업은 해당 학과 혹은 학부에 속한 학생들의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 시험기간 간식 배부 및 물품 대여, 시설 개보수는 대부분학우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므로 복지 사업에 포함된다.
문화 사업은 학부 및 학과 학우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의미한다. 해당되는 학우들에게 참여의 기회가 있어야 하며, 행사에 대한 홍보도 단위별 SNS 등을 통하여 충분히 이루어지는 게 원칙이다. 행사 중 질서 유지와 같은 안전 관리에 드는 비용도 학우들 모두에게 돌아가야 하는 혜택이므로 학생회비를 통해 충당한다.
지원 사업은 학생 사회 발전에 목적을 두는 활동 전반을 포함한다. 학생 사회의 주체에는 물론 학우 개인도 포함되지만 다양한 소모임과 학회, 학생회들이 활동함으로써 비로소 학생사회 내 유의미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단과대 학생회에서 각 학부 학생회로 분기별 학생회비를 배분하는 것, 학부 학생회에서 소모임 및 학회 지원금을 전달하는 것 모두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
마지막으로 기타 사업은 앞선 세 사업들과 달리 학우들에게 직접적으로 수혜가 돌아가지는 않지만 학생회가 학우들의 대표로서 참여하는 행사 등을 의미한다.
네 사업 모두 세부적인 분류와 학우들의 체감 정도는 다르지만, 그 방향성만큼은 명백하다. 학우들이 납부한 금액이므로 학우들에게 보편적으로 수혜가 돌아갈 것. 여기서 의문은 보다 깊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보편적’이라는 말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위에서 살펴봤듯이, 학생회비는 원칙적으로 학우들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끔 쓰여야 한다. 정확히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쓰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가장 익숙할 복지 사업 중 하나인 시험기간 간식 배부마저도, 과에 속한 학우들이 모두 와서 간식을 받아가기에 충분한 수량과 시간을 보장할 수 없다. 과를 불문하고 시험기간은 대체로 겹칠 뿐더러, 학교에서 간식 배부를 진행할 공간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문화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홈커밍데이나 MT 등의 행사는 한 학기에 여러 번 열기 힘들고, 학생회에서는 자체적으로 일정조사와 수요조사를 시행하지만 그 날짜에 갈 수 없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낸 학생회비의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학우가 있는 것 역시,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보편적인 복지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은 존재한다.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각 단과대, 학부 학생회에서는 보다 많은 학우들이 편의를 느낄 수 있도록 매 학기 다양한 사업을 기획한다. 한 사례로 글로벌경영학과는 글로벌경영인의 밤과 같은 학과 대상 행사뿐만 아니라, 엄빠프로젝트와 잡GBA 같은 학과만의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회비는 학생 자치 단체의 독립적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근간이 됩니다.
제56대 연석중앙운영위원회가 [학생회비, 어떻게 쓰일까?] 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카드뉴스에서 일부 발췌한 문장이다. 학생회가 그 목적과 의미를 명확히 인지한 채로 학생자치회비를 운용한다면, 학생 자치와 복지는 함께 성장하게 된다. 재정적 자립은 기층단위 학생회에 있어 사업을 확장시키는 기반이므로.
학우들의 학생회비 납부는 학생회, 나아가 학생 자치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어 있다. 자신이 낸 돈이 어떤 형태로 돌아오는지 체감할수록 공동체에 대한 믿음은 굳건해진다. 성균지에서 조사한 단과 학생회 대부분은 자치회비 모금 여부와 상관없이 결산 공고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총학생회 역시 마찬가지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예산안과 결산안을 인준받아 공고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고 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학생회비 내야 하나요?’ 답변은 질문자 및 답변자의 학과에 따라, 혹은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인원수가 많은 학과에서는 내가 내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내니 괜찮다, 통학 등의 사유로 행사에 많이 참여할 수 없다면 내지 않아도 된다 등의 여러 의견들이 있으며, 섣불리 틀렸다 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하나씩 있다.
그러나 생각할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나의 권리는 내가 먼저 지켜야 한다는 것. 내가 낸 학생회비가 어떤 경로를 거쳐서 내가 있는 학과의 학생회에 배정되는지, 결산공고를 통해 어떤 식으로 의미있게 쓰였는지 알아본다면 그것이야말로 학내 구성원으로서의 자치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게 아닐까.
[1] 이미지 출처: 성균관대학교 학생회비 운용 가이드라인, 11p.
[2] 24년도 1학기 각 캠퍼스 총학생회에서 발행한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자료집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래프.
[3] 24년도 1학기 각 캠퍼스 총학생회에서 배부한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자료집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