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호] CCUS, 기후 위기와의 속도전

커버스토리 속도

by 성균지

수습편집위원 김서원


1.5°C 상승, 기후 위기의 기준선

2024년 사상 처음으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1.5°C 를 넘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제한선을 넘은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국제사회는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 이하로 유지하고, 되도록 1.5°C 이하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설정했다. 지구는 이미 최악의 기후 위기를 향해 빠르게 미끄러지고 있다. 2015년의 파리협정은 그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산업화 이전 대비 1.5°C’라는 마지노선은 그동안 조금씩 무너져왔다. 처음 목표를 설정한 다음 해인 2016년부터 2017년, 2019년, 2020년, 2023년에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은 한 달 이상의 기간 동안 1.5°C 제한선을 넘었다. 물론 한 해동안 1.5°C 이상 상승했다고 장기적인 목표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온도 상승의 가속 추세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세계기상기구는 향후 5년 동안 평균 기온 상승폭이 파리협정의 마지노선을 1년 이상 초과할 확률이 66%라고 발표했다. 연간 상승폭 자체가 1.5°C를 넘는 경우가 앞으로도 잦아질 것이다.

이미 우리는 1.5°C를 넘긴 세계에서 1년을 보냈다. 기록적인 폭염과 돌발성 폭우, 전에 없던 강도의 태풍까지 작년 한 해 내내 일상을 파괴하는 기후 재난의 위험성을 매일 같이 실감해야 했다. 계속해서 우리 앞에는 전례 없는 기후 변화의 부작용이 닥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정말로 속도전이다. 점점 더 빨라지는 기후 변화의 속도 앞에서, 손쓸 틈 없이 나빠지기 전에 획기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후 위기와의 속도전에서 ‘기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상에 만연한 탄소

산업혁명 이후로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온실가스는 우리 지구가 적정 온도를 유지하게 돕지만 그 농도가 적정 수준을 상회하면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 문제는 온실가스의 주성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옷을 사고 차를 타고, 심지어는 밥을 먹는 우리 삶의 모든 순간마다 탄소는 배출되고 있다. 즉, 현재 일상을 유지한다면 탄소 배출은 피할 수 없다. 결국 탄소의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지금껏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이 부재했던 것은 아니다. 지구온난화의 중심에 있는 탄소의 배출 조절을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시도되었고 발전되어 왔다. 공장의 굴뚝에 여러 가지 필터를 덧대 오염물질을 저감시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기차나 에너지 고효율제품의 생산과 보급은 정부 차원의 혜택과 보조금과 함께 이루어졌다. 기업들 또한 유행처럼 탄소 중립 제품과 공장을 만들고 탄소 중립 자체를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엔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 혹은 자가 생산으로 조달하도록 하는 ‘RE100(Reusable Electricity 100)’ 캠페인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RE100 달성을 위해 정부-민간 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앞으로의 탄소 배출 저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이미 대기 중에 상당히 많아진 탄소를 줄이는 기술에 집중하는 시각도 있다. 바로 현재 활발하게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탄소 포집 기술, 일명 CCUS이다. 대기에 있는 탄소를 직접 잡아서 온실가스의 농도를 낮춘다는 전략인데, 과연 CCUS는 환경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


CCUS의 효과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땅속 깊이 저장하거나 유용한 제품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다만 아직 이산화탄소가 활용되는 비중은 매우 작아 대부분은 저장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이 0으로 떨어지는 시나리오(Net Zero)에서 CCUS가 배출량 감축의 약 15%를 담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CUS 기술 없이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체 투입비용이 평균 138%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을 정도로 탄소 중립의 이행에서 CCUS 기술은 필수적이다.

CCS 기술은 크게 포집, 수송, 저장으로 구분되며 이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공정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약 0.04%인데 공장의 배기가스에도 이산화탄소의 비중은 4~15%로 크지 않으며 이산화탄소는 분산되는 성질이 있기에 이를 포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포집 공정이 전체 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하므로 포집 기술의 고도화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CCS의 상용화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탄소 포집 기술은 이산화탄소의 포집 위치에 따라 크게 연소 후 포집, 연소 전 포집, 순산소 연소 포집으로 구분된다.

또한 포집을 하는 기술에 따라서도 습식, 건식, 분리막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액체 수용액을 흡수제로 사용하는 습식 포집 기술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건식 포집 기술과 분리막 포집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이 외에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농축하는 직접공기포집(DAC, Direct Air Capture) 기술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10월에 UC버클리의 연구팀은 기존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DAC 물질인 COF-999를 발표했다. 이 물질 200g은 성숙한 나무 한 그루 수준인 연간 20kg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수송되어 고갈된 유전·가스전 등 육지와 바다의 깊은 땅속에 주입, 저장된다. 지중 저장에 적합한 지층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높은 주입 능력, 저장 능력, 밀봉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기에 충분한 검증 절차가 요구된다. 원유 생산 중 유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여 원유 채산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기도 한다.


CCUS 상용화, 빠른 현실을 따라잡기에는 느린 현실

CCUS의 장기적인 역할이 주목받고는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기술의 상용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높은 비용과 낮은 효율, 소위 ‘가성비’가 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일례로, 세계 최대 규모의 호주 Gorgon 가스전 CCS 사업의 경우, 총 2조 6,600억 원 가량의 투자를 진행했으나 실제 저장한 이산화탄소는 130만 톤에 불과했다. 이렇게 기술의 완성도가 낮다 보니 정부의 정책에 의존도가 높다. 또, CCUS의 각 단계에서 에너지를 추가로 사용해야 하는 한계를 고려할 때 전 과정에서의 실제 이산화탄소의 감축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집된 이산화탄소가 운송, 저장되는 과정에 지하수와 토양에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고, 누출 시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술 발전 상황은 어떨까? 국내의 CCS 기술 수준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한국은 아직 CCS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감축한 실적이 ‘없다.’ 게다가 비용이 이산화탄소 1톤당 150달러 수준으로 선진국들에 비해 비싼 수준이다.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유종민 교수는 “국내 선도 기업들이 CCUS 추진을 준비하지만, 미국과 호주 등보다 기술 적용 단가가 2배 이상 비싸다”며 해당 문제를 강조했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저장할 부지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해의 다 쓴 가스전을 저장 부지로 활용하는 ‘동해가스전 활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조차 2025년 상반기에 결론이 날 예정이다. 그런데 2023년 발표된 ‘국가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2030년 CCUS 분야의 탄소 처리 목표가 기존 1,030만 톤에서 1,120만 톤으로 상향 조정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기적인 계획에 비해 단기적인 목표가 상향되었으나 그 자신감의 원천이 아무래도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CCUS 분야가 2030년까지도 실증 단계에 머무를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 상황의 개선을 위해 2021년 정부는 CCUS 사업에 10년간 3조 원 투입을 시작했고, 2024년에 국회에선 CCUS를 관리하는 효율적인 단일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정부 지원 하에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미국과 유럽 등의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단기간의 목표 달성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의 환경을 위해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절실하다.


새로운 기술만이 할 수 있는 일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그에 맞추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대응시키는 것은 꽤 어려운 과제이다. 앞서 말했듯 기술의 발전을 가속하려면 국가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한다. 더욱이 CCUS와 같이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기술은 상용화까지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상용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 물론 모든 국가가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기술 상용화까지 재정적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말하지만 기후 변화 속도에 맞추어 정책을 신속히 실행하는 것은 언제나 ‘경제 성장’이라는 우선 순위에 밀려 한계에 부딪혀왔다.

각국의 경제적 여건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기후 정책의 속도는 제각기 달라진다. 그렇기에 국제 사회는 녹색기후기금(GCF)와 같은 여러 기구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위기 대응을 지원해왔다. 2023년 열린 ‘에너지와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과 같은 협의체를 설립해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 개발을 촉구하고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중단기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파리 협약의 재탈퇴를 포함한 여러 기후 정책의 폐기와 에너지 개발 정책을 선언했다. 1년 유예 기간이 지나는 2026년 1월이면 탈퇴 효력이 발휘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기후 변화의 속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빨라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30년까지 약 12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야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다시 1.5°C 이내로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로 기술을 개발해야 기후 재앙을 향한 걸음을 한 발자국이라도 늦출 수 있다. CCUS는 지구 온난화를 마법처럼 해결해줄 기술이 아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기존의 노력을 등한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기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기후 위기와의 속도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보다 더 획기적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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