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수습편집위원 정태건
성균지 학내기획 ‘거미줄을 치다’는 지난 2022년 2학기에 발간된 성균지 107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학내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장애인권동아리 이퀄, 동물권학회 해방촌, 유학생 인터뷰와 성균관대학교 마이너리티 축제 소동제 취재 및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111호에서는 제가 성균지 수습 편집위원으로서 처음 ‘거미줄을 치다’를 맡아 학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포착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사랑도 있다’는 목소리를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112호를 맞아 ‘거미줄을 치다’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유학생을 인터뷰했던 성균지 109호와 사랑을 중심으로 여러 목소리를 담았던 11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동아리 또는 단체를 다루었습니다. 학내 구석의 목소리를 찾는 일은 어렵습니다. 어떤 구석에 어떤 목소리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다가가면 목소리는 사라집니다. 그래서 동아리 또는 단체를 찾아왔다고 추측합니다. 주류가 되지 않은, 어쩌면 주류가 되지 못하는 의제를 다루는 단체에서는 ‘학내 구석의 목소리’가 가시화될 수 있었습니다. 공통된 무언가를 매개로 서로 다른 사람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어쩌면 동아리 활동은 ‘거미줄을 치는’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111호부터 ‘거미줄을 치다’를 맡은 편집위원으로서의 생각이기도 하고, 108호 ‘거미줄을 치다’의 인터뷰이로서 감각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112호에서는 ‘동아리’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말하자면 동아리는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는 집단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른 단체와 동아리는 구분됩니다. 첫째는 ‘좋아하는’ 활동을 한다는 점, 둘째는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를 만족한다면 불리는 이름이 다를지언정 동아리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회, 학회 같은 단체들도 동아리의 성질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제가 2년간 활동했던 동물권학회 ‘해방촌’은 학회이자 동아리였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했고 좋아하는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저는 ‘해방촌’에서 ‘거미줄을 치는’ 순간이 발생했다고 느낍니다. 나 혼자의 관심사가 여러 친구의 관심사가 되는 순간, 그러니까 우리가 얇은 선으로 묶이게 된 순간이 ‘해방촌’에는 있었습니다.
이번 ‘거미줄을 치다’의 주된 질문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제가 동아리에서 경험한 순간들이 다른 동아리에도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저와 같은 마음으로 동아리에 참여하는지 궁금했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들, 혼자 좋아할 수 있는 활동들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묻고 싶었습니다. 넓은 경험을 발견하기 위해 ‘해방촌’이 지닌 성질과 조금 다른 동아리를 찾았습니다.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학회 ‘소요’와 중앙미술동아리 ‘성미회’입니다.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학회 ‘소요’(이하 ‘소요’)는 현대문학 작품을 읽고 토론하는 학회입니다. 학기마다 새로 학회원을 모집하고 2023년부터 총 4학기동안 활동해왔습니다. 국어국문학과 소속이므로 학회원의 과반은 국어국문학과 학생이지만, 타 학과 학생들도 참여합니다. 한 학기에 활동하는 인원은 열 명 내외, 작은 규모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국어국문학과 과방이나 강의실, 카페에서 모여 활동합니다.
중앙미술동아리 ‘성미회’(이하 ‘성미회’)는 그림을 그립니다. 학생회관 1층에 동아리방이 있습니다. 명륜 캠퍼스와 율전 캠퍼스에서 따로 활동하고, 가끔 교류합니다. 학기에 한 번 전시회를 진행합니다. 명륜 캠퍼스에는 도서관 3층 중앙에 그림이 놓입니다. 중앙동아리인만큼 다양한 학과의 학우들이 있습니다. 한 학기에 모이는 인원은 약 60명, 그리고 그 중 약 절반이 활동합니다.
‘소요’는 문학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성미회’는 그림을 그립니다. ‘소요’의 풍경은 학생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라면 ‘성미회’의 풍경은 저마다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소요’는 매주 한 명의 발제자를 정하고, 발제자가 선정한 작품을 각자 읽습니다. 작품은 시 또는 소설이고 그 길이는 자유롭게 선택 가능합니다. 발제자는 발제문을 작성해 공유한 뒤 ‘소요’의 모임에서 발제문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합니다. ‘성미회’는 일주일에 한 번 함께 모여 그림 그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나 그 외의 시간에도 동아리방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한 학기를 기준으로 중간고사 전까지는 파스텔, 유화, 소묘 등 다양한 기법을 배우고 직접 그려보며 연습하는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중간고사 이후부터는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그립니다.
‘소요’와 ‘성미회’는 ‘책을 읽고 글쓰기’와 ‘자신의 그림 그리기’라는,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공을 받아줄 상대방이 필요한 배드민턴이나 두 명 이상이 모여야 시작할 수 있는 보드게임 등과는 다릅니다. 그런가 하면 ‘소요’는 ‘같은 작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성미회’는 ‘각자의 작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분명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에서 ‘좋아하는 마음’은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두 명의 인터뷰이, 2023년에 ‘소요’를 처음 만들고 세 학기동안 활동한 ‘지상’, 2023년에 ‘성미회’에 들어가 네 학기동안 활동한 ‘진우’에게 물었습니다.
Q1 ‘소요’를 만든 이유와 ‘성미회’에 들어간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상
팬데믹 이후 국어국문학과에 현대문학을 읽고 이야기하는 모임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다른 독서모임을 찾아 들어가 본 적이 몇 번 있으나 주로 피상적인 이야기들에 그쳤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며 보다 깊이 있게 비평적 대화를 나눌 친구들이 필요했습니다. 국어국문학과 전공수업에서도 같은 작품을 읽고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활동이 이루어지지만, 전공수업에서의 발언은 스스로의 문학적 지식을 검열한 뒤 뱉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모임을 원했어요. 내가 읽고 혼자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어떤 틀 안에 갇혀 있는 게 아닌지, 혹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혼자서는 한참을 머뭇거렸을 것 같지만, 동기 언니와 정우택 선생님의 도움과 지지를 받아 ‘소요’의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진우
저는 20년도에 입학해서 팬데믹과 함께 신입생 시절을 보내고, 군대에 다녀와 복학하니 학교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마음 둘 곳 없이 학교를 다니는 게 괴로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성미회’에 들어왔습니다. 입학했을 때부터 성균관대학교에 중앙미술동아리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저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 입시 미술을 경험한 적 있는데, 미술을 취미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20년도에는 ‘성미회’ 활동에 크게 관심 없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친구를 사귀고 싶고 소속감을 얻고 싶은데 마침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까, 하는 마음으로 ‘성미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와 같은 거대한 집단에서는 소속감을 찾기 어려웠거든요. 그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구심점으로 두고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2 동아리 활동 중, 무엇이 좋았나요?
지상
수업 시간의 부담을 덜고, 스스로 가장 원하는 작품의 비평을 써 보자는 것이 제가 목표했던 학회의 취지였습니다. 그렇게 학회장으로서, 지금은 학회원으로서 소요에서 세 번의 발제문을 작성했어요. 김금희, 천선란, 이미상은 모두 아주 좋아하기에 탐구해 보고 싶었으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선뜻 수업 비평 텍스트로 선정하기에는 망설였던 작가들이었습니다. 소요 발제작으로 골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 때 좋았어요. 좋아하는 작품들에 대해 글을 쓰고, 거기에 각자 다양한 말들을 덧대어 보는 것. 때로는 비평적 언어가 아니라 내밀한 사적인 언어로 자신의 내장을 꺼내어 보는 것. 그렇게 기억에 남는 저녁들이 많았습니다. 소요 덕분에 발생한 우연하고도 즐거운 마주침도 있었습니다. 김승일, 김이듬, 서수진은 읽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으나 소요 덕분에 새롭게 만나고 좋아하게 된 작가들입니다.
진우
그림 그리기는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일이죠. 그래서 동아리 활동을 해도 각자의 그림을 각자 그리는 형태입니다. 그럼에도 함께 모여 그림 그리는 활동이 좋았던 까닭은 부원들이 서로의 동력이 되어줄 수 있어서였어요. 가령 이렇습니다. 공강 시간에 동아리방에 갔더니 누군가 그림을 그리고 있고, 그걸 본 저도 옆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각자 몰입해서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요. 그러면 누군가 또 와서 제가 그림 그리는 걸 보며 옆에서 그림 그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그림을 다른 부원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다른 부원의 그림을 보기도 하는데요, 말하자면 이런 ‘즉각적인 관람객’이 있는 상황이 좋았어요.
Q3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동아리에서 함께할 때, 어떤 기분이나 감정을 느끼나요?
지상
지치고 후회되고 불안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행정적으로 할 일도 많았고, 다들 ‘소요’에 관심 있어서 들어온 것은 알지만 저만큼의 관심이나 애정을 그들에게 기대하기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각자 원하는 동아리의 방향도 각기 달랐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자, 하고 말하는 게 독단적으로 비춰질까 걱정했고 그래서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모임이 끝날 때마다 늘 좋았지, 우리 재밌었지, 하면서 밤중의 학교를 함께 터덜터덜 걸어 내려왔어요. 항상 이 소설 한 편을 두고 1시간 넘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동아리에 시간 내서 찾아온 친구들이 서운하지 않게 해야 하는데, 하는 불안과 책임을 갖고 있었는데, 모임이 끝나고 학기가 끝나갈수록 이번에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진우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것도 즐겁지만 혼자서는 느끼기 어려운, 누군가 옆에서 함께 그림을 그릴 때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림은 개인적인 활동이기에 여러 사람이 모여 동시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는 적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만큼 동아리 활동에서 느낄 수 있는 고양감은 희귀한 것 같아요. 미술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녔을 때에는 잘 느끼지 못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우리가 달려가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동아리보다는 학원의 현장이 더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학원에서는 옆에서 그림 그리고 있는 친구들에게 동료 의식을 감각한 적이 드물거든요. 그런데 ‘성미회’에서는 있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사람들인데, 그러니까 누구는 학교에 막 입학한 계열생이고 누구는 졸업을 앞둔 휴학생이고, 누구는 어문학과고 누구는 의상학과고 하는 식으로 서로 다른데, 같이 모여서 그림을 그리고 있네, 하는 동료 의식을 느꼈어요. 그러한 감각이 좋았습니다.
Q4 동아리 부원들의 마음의 크기가 달라 발생한 어려움이 있었나요?
지상
학회장으로서는 학회원들이 매주 모임에 나오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자기 발제에 모이는 사람이 유독 적으면 발제자가 서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마음에 마음이 많이 쓰였어요. 그래서 참/불참 투표를 별도로 받지 않고 불참하는 인원만 따로 연락하게 하는 운영방식을 택했지만 여전히 참여 인원이 들쑥날쑥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수를 새로 시작할 때마다 제가 첫 발제를 맡아 발제문을 세 쪽씩 쓰면서, 학회원들도 단편적인 감상이 아니라 보다 깊이 있는 감상을 적어 볼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렇지만 학교 생활이 바빠지는 시기에는 급하게 쓴 짧은 발제문으로 발제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좋은 후배가 학회를 맡아 주어 학회원으로서 학화에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다음 학회장을 선정하는 과정도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고, 저는 국어국문학과에 현대문학연구학회가 유지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그래서 기존의 학회원뿐만 아니라 현대문학에 관심이 있는 다른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관심을 더욱 가져 주면 좋겠어요.
진우
마찬가지로 동아리 차원에서 그림 그리기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각자의 몫이기에 마음의 크기가 다름을 감각할 일은 적습니다. 다만 그림에 숙련도가 높지 못한 동아리원들이 위축되어 그림을 그리는 일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즐거워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편이에요. 저는 종종 ‘즉각적인 관람객’이 있는 상황과 동아리방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좋아하는 것이지, 그림 그리는 것을 순수하게 좋아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요. 전시회에 양질의 작품을 내기 위해 그림 그리러 오는 부원들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는 왜 타인을 매개로 그림을 좋아하는 걸까,하고 부끄러워집니다. 스스로도 그렇고 조금 더 그리는 일 자체의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5 동아리에서의 활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지상
우선 원했던 공간을 만드는 데 꽤 성공한 것 같아요. ‘국어국문학과에 현대문학학회가 하나쯤 있어서 도란도란 같이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모호한 형상을 상상했는데 참 다양하고 또 입체적인 사람들이 ‘소요’를 찾아와줬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기도 했고요. 그 사람들의 세계가 너무 다르
개인적으로는 단체의 장을 맡기를 꺼려하는 편이고, 사적인 이야기를 모임에서 잘 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소요의 학회장을 하면서는 이 작은 단체에 나름의 책임감과 애정이 가득하게 생겨서, 모두가 더 편안하게 말하고 기분 좋게 떠나는 모임을 만들려고 기를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과 모여 앉아 이야기하는 것이 저도 조금씩 편안해졌어요.
진우
활동 자체로만 생각한다면, 그림을 그리면서 정서적인 회복을 많이 했습니다. 미술 치료라는 분야가 있는 걸 생각하면 저 혼자만 받은 영향은 아닌 것 같아요. 좋은 친구들도 몇 명 생겼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모인 만큼 사람을 사귀기에 좋은 환경이니까요. 무엇보다 동아리방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존재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든 가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감각이 주는 안정감 덕분에 학교 생활 자체를 조금 더 즐겁게 했어요. 동아리방에서 사람들을 만나 밥 먹고 술 마시고 했던 순간들이 기억에 나요. 그리고 ‘성미회’ 동아리방이 응달에 있어서 동아리방에 있으면 조금 늘어지는 기분인데요, 그렇게 늘어져 있다보면 오후 늦게 창문으로 해가 들어와요. 그 햇빛을 보던 순간이 좋았어요.
Q6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함께하는’ 과정이 자신에게 어떤 일인지 정의해주세요.
지상
결국 남은 것은, 낯선 사람들과 마주앉아 대화하던 시간들이에요. 계속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게 된 사람도 물론 많이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함께했던 시간이 잔잔하고 뭉근한 기쁨으로 계속 남아 있어요. 학교 뒷산에 교수님과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내려가던 길도, 방학에 카페에 모여 작품에서 출발해 한참 멀어진 수다를 떨던 일도, 줌으로 만나서 도통 잘 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터놓던 일도요. 문학에 대해 말하고 쓰는 것을 가만히 듣다 보면 그 사람을 알게 돼요. 그 점이 가장 좋았어요.
진우
그림을 혼자만의 취미로 가졌다면 지금만큼의 애정을 가질 수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분명히 입시 미술을 할 때 그림을 좋아했던 마음, 그때 가졌던 열정에 비하면 지금 ‘성미회’에서 느끼는 마음과 열정의 크기가 더 커요. 얼마 전 영화로도 개봉한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 만화 ‘룩백’을 보셨나요? 꼭 보세요. 사람들과 좋아하는 그림을 함께하고 감각을 공유한 덕에 그 자체로 활동을 더욱 즐겁게 여길 수 있는, 또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었던 것 같아요. 이건 모든 관심사에 적용되는 감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들 즐거운 감각을 공유하고 서로 상승 효과를 일으키는 즐거운 동아리 활동을 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