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호] 이게 바로 우리의 '농놀'이다!

학내 인터뷰_여자농구동아리 SCOOP

by 성균지

수습편집위원 나유정


“농구, 좋아하세요?”

- “네, 아주 좋아합니다.”



농구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좋아하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 일명 ‘농놀’(‘농구-놀이’의 준말)이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농놀’의 주체는 서태웅과 강백호가 아닌, 젊은 여성들이다. 2022년 겨울 개봉한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의 애니메이션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한국식 엘리트 체육 입시생들의 성장을 그린 네이버 농구 웹툰 <가비지타임>을 필두로, 농구에 관심과 애정을 보내는 여성 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농구뿐 아니다. 창립 사상 첫 천만 관중 시대를 연 KBO 야구 리그에서도 작년 기준 여성 관중이 총 관중 수 중에서 68퍼센트를 차지하며 스포츠에서 팬의 존재감이 이전보다 부각되고 있다.

대학 야구와 농구의 전성기가 지나 수그러들었던 대중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부활 중인 지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여자 쇼트트랙,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의 여자 배구 열풍이 떠오른다. 이제 ‘농놀’의 주체가 여성 팬에서 선수로 옮겨 갈 수도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이 무색하게도 운동복을 입고 땀을 흘리는 여성들의 무리는 늘 존재해 왔다. 그 자취를 쫓아 성균관대학교 여자농구동아리 ‘SCOOP’의 경기 현장을 찾았다. 들어선 체육관의 단단한 바닥에서는 쉴 새 없이 공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 19의 바람을 헤치며 등장한 SCOOP은 지금까지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보이는 학내 스포츠 동아리 중 하나다. SCOOP이 2024년의 다섯 번째 교류전을 치렀던 11월 12일, 상대 코트에 선 팀은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 여자농구동아리 ‘W-Kance’다. 흰색 복장을 하고 농구장에 나선 양 팀 선수들은 펄럭이는 경기복 위 새겨진 서로 다른 팀의 무늬만큼이나 상이한 움직임으로 다가올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긴장에 굳기보다 가벼운 몸짓으로 게임을 즐길 방법을 궁리하던 그들 사이에 마침내 휘슬 소리가 울리고, 동시에 경기는 시작된다. 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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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농구의 기술

농구 코트 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다섯 명의 SCOOP 선수들, 그중 주장을 맡고 있는 조이 선수(22학번, 아동청소년학과 & 스포츠과학과)는 공격권을 얻을 때마다 골대 앞으로 재빨리 달려 나간다. 그가 앞서 달려 나가는 이유는 최적의 위치에 도달해 팀원의 패스를 받아내기 위해서다.

“핸들러 역할을 맡는 선수는 남들보다 공격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해요. 어떨 때 공격을 하고 어떨 때 패스를 해야하는지 잘 봐야하죠. 제가 그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격이 제 강점이 된 것 같아요.”경기가 종료되고 동아리방에서 마주한 조이 선수는 자신의 강점을 소개하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러면서도 “저는 주장이니까, 우리 팀이 잘 안 풀리고 있더라도 흥분해서 공격 기술을 마구 쓰면 안 돼요.”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흥분하면 팀 플레이 전체가 무너질 수 있거든요.” 이어진 한마디에서 주장이자 팀원으로서 총체적인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이 선수의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한체대 W-Kance와의 시합 중 가장 눈에 띄던 SCOOP의 기술은 바로‘컷인(cut-in)’이다. ‘컷인’이란 농구에서 공을 들고 있지 않은 선수가 수비수를 피해 순간적으로 골 밑으로 뛰어드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SCOOP의 선수가 상대 수비수들에게 둘러싸여 좀처럼 공을 패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수비수의 시야에 가려진 자유투 라인을 조이 선수가 빠르게 가로질러 골밑으로 이동하고 팀원에게 공을 넘겨받아 슛을 노린다. 농구 종목의 기본적인 공격 기술이다.

그물 아래로 뛰어드는 조이 선수와 같이 Abi Youl 선수(22학번,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는 바스켓의 바로 아래에서 공을 넣는 골밑슛을 주력으로 삼는다. 또 아쉽게 기회가 날아간 슛도 곧바로 다시 리바운드로 성공시키곤 한다. SCOOP에서 최장신인 Abi 선수는 센터 포지션으로서 타고난 신체를 공격과 수비 모두에 아낌없이 활용한다. 특히 골대 앞을 빠르게 막아서고 높이 날아오는 공을 단숨에 잡아내어 상대의 득점 찬스를 끊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SCOOP은 창설 3년 만에 ‘KUSF 클럽챔피언십’ 2차 전국예선 4강에 진출해 공동 3위를 기록했고, 24년에는 ‘어게인 강진 전국 3대 3 농구 대회’에서 3위를 달성해냈다. 단연,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만한 결과들을 도출해 낸 팀이라고 할 수 있다. 부지런히 달려온 4년의 시간처럼, 10분씩 네 쿼터-총 40분의 교류전이 진행되는 동안 선수들의 땀방울은 쉴 새 없이 흩날렸다. 한 쿼터씩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내 코트 위를 내달리던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해도 공을 손에 쥘 때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 에너지는 어디서부터 온 걸까.


TRAIN: 훈련의 이유

교류전이 없을 때 SCOOP은 매주 두 번, 정기훈련과 자유훈련을 한다. 실제 경기에서 코트 위의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다. 한 쿼터 동안 끊임없이 공을 뺏고 튕기고 주고받으며 코트 위를 누비기 위해서는 강한 지구력도 필수다. 때문에 두 시간의 훈련은 모두가 땀에 흠뻑 젖고 나서야 끝이 난다. 약 두세 시간 동안 진행되는 훈련에 처음 참여한다면 반드시 근육통을 수반하게 된다는 재밌는 풍문을 듣기도 했다. 특히 신입 부원에게 첫 훈련의 기억은 강렬하다. 처음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선수들은 일종의 적응기를 겪는다. 이번 기수의 신입부원 서어진 선수(24학번, 글로벌융합학부)는‘진짜 일주일 동안 아팠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하느라 못했다가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까 죽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땀나는 건 너무 좋았어요.’라며 그때의 생생한 경험을 풀어놓았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첫 번째 훈련의 기억은 힘듦보다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반가움으로 남아 있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농구가 삶의 일부였다는 Abi 선수에게 SCOOP은 낯선 곳에서 다시 농구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교환학생 생활 동안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나 Abi 선수는 첫 훈련에서 느낀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빠르게 팀에 녹아들 수 있었다며 동아리원들을 향한 애정을 꺼내보였다.


“SCOOP에서의 첫 번째 게임을 할 때는 정말 긴장했었어요. 팀원들의 격려와 응원이 그 긴장을 기분 좋은 흥분으로 바꿨죠. 같이 경기를 하면 할수록 그리고 서로가 더 편해질수록 코트 위 우리의 연결이 더 강해져서 좋았던 것 같아요.”(Abi, 22학번)

서어진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SCOOP에 들어왔다는 서어진 선수는 농구가 ‘같이 하는 운동’이라 좋다고 말한다. 그녀가 대학에 와서도 농구를 계속 하게 된 이유에는 큰 키와 같은 신체적 조건도 있었지만 농구가 서로 합을 맞추고 경기를 뛰며 하나가 되는 팀운동이라는 점이 가장 컸다.

농구의 중요한 팀워크 중 하나는 서로 합을 맞추고 연습을 하면서 다져지는 ‘훈련팀워크’ 다. 전략을 세우고 팀플레이를 연습하며 훈련에서 다져진 팀워크는 실전에서 팀의 든든한 자산이 된다. 뿐만 아니라 농구는 다섯 명의 선수 모두가 400여제곱미터의 코트 위에서 쉴새없이 뛰는 단체종목이다. 팀의 정서적 단결과 동시에 선수들 간의 건강한 경쟁으로 팀 전반의 기술능력과 숙련도를 향상해야 더욱더 강팀이 될 수 있다. 정규동아리가 된지 2년만에 빠른 속도로 성장한 SCOOP의 저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연습에서 주로 신경쓰는 것은 디테일이다. 성균관대 농구부 출신이기도 한 우병훈 코치는 기술의 사소한 부분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장인 조이 선수는 이런 조언이 작아보여도 실제 경기에서 큰 도움이 된다며 우병훈 코치가 SCOOP의 또 하나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코치님이 꼭 훈련에서 하나하나 디테일을 잡아 주셔요. 수비할 때 발이 이렇게 따라가야 한다거나 손은 이렇게 들어야 한다처럼 사소한 기술들이 사실 정말 중요하거든요.”(조이, 22학번)

경기 전의 SCOOP은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외에도 상대팀의 특징과 플레이를 분석하고 여러 패턴을 준비해 연습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 그러나 코트 위에 올라서는 다르다. 그저 연습한 시간과 훈련된 몸을 믿을 뿐이다. 조이 선수 역시 시합 중에는 생각을 많이 하는 대신 몸에 익은 대로 움직인다며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치님께서는 경기 들어가기 전에 늘 말씀하시죠. 다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조이, 22학번)

그렇기에 SCOOP이 유일하게 정한 코트 위 약속은 ‘기본적인 실수로 기회를 놓치지 않기’뿐이다. 선수들은 기회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며 리바운드를 놓치거나 턴오버 하는 등의 실수는 절대 하면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던진 공이 득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야투율 자체도 높여야 한다. 개인 훈련이든 단체 훈련이든 연습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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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S: 새로운 끈끈함

SCOOP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Abi 선수는 주저 없이 “GIRLS.”라고 대답한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Abi 선수는 이곳에서 활동을 할 때만큼은 내가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 SCOOP의 또 하나의 자유로움은 학번, 나이, 활동기간에 상관 없이 누구나 쉽게 농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는 SCOOP은 2020년 창단 이후부터 특정한 관습 없이 운영되어 왔다. 그리고 친선 리그와 지역 시민 경기를 통해 신입 부원과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하나로 뭉쳐진 팀의 모습은 한국체육대학교와의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매 쿼터가 종료되고 코치 주변으로 모여 놓친 전술들을 이야기할 때마다 선수들은 서로 칭찬과 격려, 그리고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 경기 중간의 쉬는 시간에 팀원 모두가 어울려 웃고 있는 모습에서도 SCOOP의 팀워크는 묻어 나왔다.

한체대와의 경기는 전반부를 지나서부터 SCOOP에게 쉽지 않게 진행됐다. 수비가 뚫리면서 기존에 연습했던 수비 구도를 만들기 어려워졌고, 같은 포지션에서 슛을 성공하는 확률도 낮아졌다. 그러나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농구는 변수가 굉장히 많은 운동이다. 마지막까지 승패를 단언할 수 없는 것이 농구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경기에 임한다. 게다가 누가 실수를 했든 한 쿼터 동안 선수 교체는 거의 없었다. 또 경기에 조금 뛴 사람이 없도록 출전 인원 역시 골고루 분배됐다. KUSF(배구 클럽챔피언십)와 같은 큰 대학 대회에서 규정상 외국인의 출전을 제한하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시합 내내 SCOOP은 그들만의 ‘끈끈함’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GOAL of SCOOP

틀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만들어온 이 새로운 ‘끈끈함’은 GIRLS의 미래를 기대되게 한다. SCOOP의 목표는 단지 우승만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계속 소통을 하고 같이 게임을 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농놀’을 계속하게 하는 이유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11월 12일 당시 선수들은 WKBL 소속 구단 경기장 및 체육관에서 진행되는 ‘2024 여성 농구 동호인 페스티벌’의 결승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SCOOP은 이번 대회에서 3연승을 거두며 디비전2 A조 1위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전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다.

인터뷰 이후 SCOOP은 2024 여성 농구 동호인 페스티벌에서 최종 우승을 하며 동아리 창설 이후 첫 우승을 거두었다. 이어진 2024 수소드림삼척 전국 3대3 농구대회에서도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선수들의 눈은 저마다의 이유로 반짝였다. 선수로서의 역량을 기르고 더 좋은 농구를 하는 것, 연습량을 꾸준히 늘려 시합에 출전하는 것과 같이 개인적인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주장부터 신입 부원들까지, SCOOP의 모두가 꼽은 목표는 바로 농구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일명 “즐기는 자가 승자는 승자”. 대회를 많이 나가고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SCOOP에 새로 생긴 ‘파이팅 분위기’다. 결국 이기는 것보다 모두가 대회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장인 조이 선수는 승부에 목숨 걸고 흥분하는 것보다 다 같이 즐기면서 뛰는 것이 플레이에 훨씬 도움이 되기도 한다며 새로운 분위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SCOOP의 원동력은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나온다. 큰 대회에 출전하고 지방 경기를 다니다보면 팀원들이 다같이 1박 2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조이 선수는 “결승 경기가 열리는 삼척에서 또 어떤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갈지 기대가 된다”라며 SCOOP이 낭만을 잘 즐기는 동아리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SCOOP의 목표는 단지 스코어, 우승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코트 위에서, 같이 뛰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빛나고 있다. 앞으로의 SCOOP이 나아갈 길이 그리고 그 길 속에 머무를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사진> 나유정

<논문 인용>

이용현. (2009). 농구경기의 팀워크 개념구조 및 팀워크 지각 척도개발. 한국스포츠심리학회지, 20(3), 1-16.

최봉암. (2014). 농구선수의 지각된 동기분위기와 팀워크 및 스포츠 정서의 관계검증. 한국체육과학회지, 23(5), 573-583.

<브런치 인용>

하늘,“멈추지 않는 생각, 꺾이지 않는 투지”, 2024.9.30.https://brunch.co.kr/@basklifefor/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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