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 같이 사는 세상을 들려드립니다

코너 문화_김혜리의 필름클럽 with 최다은 피디, 임수정 배우

by 성균지

편집위원 나유정



세상이 뒤집어져도 다시 일상을 찾아야만 한다. 혐오와 적대의 흔적이 무심히 흩뿌려진 곳에서 나 자신의 안위, 그리고 연대하는 우리 모두의 안위는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국가적 재난 후에는 사회 전반으로 집단적 ‘정서 재난’이라는 이름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찾아온다. 이에 시민들은 회복을 위해서 무너진 일상을 다시 구축해야 하는데, 흔히 그 방법으로 일관된 식사 습관, 일정한 수면 시간, 적당한 운동량 등이 강조된다. 그러나 이미 엉켜버린 일상을 어떻게 회복할지 모를 땐, 우선 남의 일상을 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라디오 너머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익숙하지도 완전히 낯설지도 않은 이들의 이야기에 위안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신의 하루가 하나의 사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내팽개친 펜을 다시 잡게 하기도 한다.


때마침 오디오 플랫폼 중 하나인 팟캐스트가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팟캐스트 방송의 종류는 어느 플랫폼만큼이나 다양한데 그 양상이 마치 ‘스피킹 에세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작가의 스피킹 에세이를 쏙쏙 골라 우리의 시간을 더 풍족하게 할 말마디를 찾을 수 있다. 한편, 팟캐스트는 멀티태스킹이 가장 큰 장점으로 뽑히는 매체답게 일상생활 중에도 자기계발이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체 청취율 순위권에 쭉 나열되어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오로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팟캐스트를 듣는 것은 아니다. 한 주제에 대해 청취자들과 직접 생각을 나누는 방송도 있기 마련이다. 9년간 팟빵, 팟캐스트, 최근에는 스포티파이까지. 라디오의 등장 이후 플랫폼을 옮겨가며 한국 음성 콘텐츠의 명맥을 이어온 <김혜리의 필름클럽 with 최다은 피디, 임수정 배우>(이하 필름클럽)이 그 여정의 선두자다. 가끔 우리는 말없이 듣는 남들의 일상에서 억눌린 목소리를 되찾고, 그 평범한 드라마들에 삶(生)이라는 아주 단순한 용기를 얻는다. <필름클럽>은 영화와 영화를 사랑하는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로 타인의 서사를 기꺼이 경청하는 것이 바로 일상 회복의 시작임을 알려준다.


I. 사연과 영화가 만나는 순간, 필름클럽


<필름클럽>은 SBS 라디오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FMzine>에서 함께 했던 최다은 PD와 김혜리 영화평론가가 2016년에 만든 영화 전문 팟캐스트다. <필름클럽>에서 김혜리 기자는 30년의 평론 경력을 토대로 작품의 서사를, 최다은 PD는 작곡, 음악교육 전공자로서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해설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인 임수정 배우까지 합류해 <필름클럽>은 영화의 제작 과정부터 서사, 음악까지 고르게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필름클럽>의 청취자라면 평론가이자 음악가이자 영화 속 인물이 되어 작품을 다채롭게 소화할 수 있다.


<필름클럽>은 영화를 본 청취자들의 사연으로 포문을 연다. 그렇게 한 이야기가 막을 내리면 짧은 줄거리 설명과 함께 이들만의 ‘영화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곳에서의 영화 이야기는 단지 영화 안에서 머무르지 않고 진행자의 삶, 사연자의 글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는 (이 영화가)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어요. 왜 저 바다 건너 미국 백인 여자애에게 내가 왜 이런 동질감을 느끼는가…”.
-필름클럽 49회 <레이디 버드> 편 최다은 PD의 말 中
“잘나지 않은 보통의 우리들, 특히 여고생의 마음을 미국의 한 10대 여학생으로 이렇게 잘 보여주다니 너무 놀라웠어요.”
-필름클럽 150회 <5주년 특집 “클러버가 뽑은 베스트 에피소드> 편 사연 中

<필름클럽>은 ‘분명하게 정해진 해석이 없다’라는 입장으로 영화가 다양한 사람에게 이어지는 길을 보여준다. 진행자(클럽지기)는 진로 문제로 갈등하는 고등학생이나 90년대 초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에 고유하고 보편적인 경험으로 확장하고 듣는 이에게 우리는 모두 비슷한 길에 머무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대단한 공감과 위로 없이도 청취자와 <필름클럽>이 단번에 연결되는 순간이다.



Q. <필름클럽>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편안한 청취를 끌어내는 데 <필름클럽>이 갖고 있는 여러 요소 중에 어떤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하나.

최다은 PD:
우선 오디오 매체 자체의 특징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이건 라디오의 유구한 특징인데, 영상과 달리 라디오는 편집의 밀도가 낮다. 간혹 제가 맡은 프로그램에서 녹음을 하더라도 거의 생방송처럼 녹음을 하는 편이고 진행자가 발음을 잘못했더라도 편집하지 않는다. 그렇게 청취자들은 진행자의 모든 모습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적 친밀감이 쌓인다. 그런 영향을 <필름클럽>도 받는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우리는 방송 앞쪽에 항상 고집스레 사연 소개를 한다는 점이다. <필름클럽>은 먼저 지난 회차에 대한 청취 후기와 그날 다룰 영화에 대한 감상 후기를 모두 읽은 다음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이미 하나의 포맷으로 잡혔다. 저도 사연을 듣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있는 걸 알고 있고 저희 회차 중에는 ‘사연을 스킵했던 사람이 사연을 보낸 사연’ 편도 있다. (웃음) 그래도 전 사연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저희 슬로건이 ‘영화 속으로, 세상 밖으로’인데 우리는 사연을 통해 사람과 세상이 연결되고 그렇게 유대감을 쌓으며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결국 개인적인 삶과 엮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희가 영화 팟캐스트여도 사적인 사연이 많이 오는 것 같다.


<필름클럽>에 소개되는 영화 사연들은 영화와 사연자의 인생이 동반되는 이야기로 채워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연자들은 긴 시간 동안 각자의 상황 때문에 영화를 보지 못했다가 <필름클럽>으로 다시 영화를 보게 되었다거나 그 영화가 자신과 얼마나 다르거나 닮아있는지 설명하며 영화, 삶, 그리고 <필름클럽>을 연관시킨다.

‘세상 곳곳의 다양한 일을 하시는 분들께 영화가 무엇인지 듣는 건 저에게 너무 새로워요.’
‘영화라는 접점을 통해서 저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졌던 직업군의 분들과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클럽지기들의 말·말·말-


II. <필름클럽>과 사람들


팟캐스트는 오직 목소리만이 전파를 타고 송출되는 라디오의 계보를 이어간 매체다. 한국에서 라디오는 1960년대부터 대중화되어 90년대에는 강렬한 전성기를 보냈다. 본래 라디오는 지역·문화·종교별로 다양한 종류가 있었고 청취자들은 그 개성에 맞춰 방송을 골라 들었다. 오늘날에는 팟캐스트를 통해 청취자의 취향이 더 세분화되었다. 팟캐스트는 청취자를 국내외 어디로든 더 쉽게 데려다주고, 그들이 알지 못했던 분야의 이야기도 더 간편하게 접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팟캐스트에는 여전히 라디오의 가치가 담겨 있다. 청취자들은 모르는 서로와 마주 보지 않고도 하나의 프로그램을 듣고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다. 그 중 <필름클럽>은 이러한 연대성에 힘입어 익숙한 오디오 플랫폼의 가치를 견고히 유지했다. ‘영화 속으로, 세상 밖으로’라는 방송 슬로건에 맞게 <필름클럽>에는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이 쌓여, 결국 영화를 넘어, 또 다른 <필름클럽>만의 독자적인 서사가 만들어졌다.


<필름클럽> 참여 안내 스폿
영화 속으로, 세상 밖으로. 필름클럽 활동 가이드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3flimclub@gmail.com 으로 청취 후기, 영화 감상기, 또 사는 이야기 무엇이든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활발한 참여가 필름클럽의 다음을 만들어갑니다. 우리 자주 만나요.

Q. 청취자들이 보내는 영화 감상평, 영화관 에피소드나 영화 자체에는 큰 관계가 없는 일상 이야기도 자주 소개된다. 영화이야기의 여부를 떠나서 청취자들의 사연들이 평소 <필름클럽>에 어떤 영향을 주나.

최다은 PD:
프로그램 이름이 ‘필름클럽’이다. 기본적으로 클럽은 대화하는 곳이다. 진행자는 3명이지만 우리끼리만 이야기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영화가 개봉한 지 시간이 좀 지났거나 일찍 보고 오신 분들이 계시면 ‘이런 것 좀 알려주세요’라는 사연이 올 때도 있고 ‘이런 것에 관련된 설명이 기대된다’라고 사연도 오는데 그것들을 읽고 미리 준비할 수도 있다. 그리고 녹음할 때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해 말하면서 앞에 나왔던 사연을 인용하기도 한다.

또 많은 사연을 읽으며 우리 모두 섬세히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제가 사연을 채택해서 작가님께 전달해 드리기 때문에 메일로 오는 사연은 제가 다 읽는다. 전 늘 저의 의견을 ‘one of them’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100명의 청취자가 있으면 100명 다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실 것이다.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에 피드백이 오면 그때마다 배운다. 그것들을 반영할지, 반영하지 않을지는 선택의 문제겠지만 항상 긴장하면서 녹음하고 있다.


2022년 11월에는 ‘안부를 여쭙니다’라는 제목을 단 <필름클럽> 169회 에피소드가 올라왔다.

“저는 이태원 참사 이후 안타까운 마음이 일상 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중략) 사실 전 제 주변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어요. 다들 너무 깊은 얘기를 하면 그것에 너무 빠져드는 것 같아 이야기를 회피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마음도 이해가 돼서 저는 기사와 뉴스, 미디어를 통해 사건에 대해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해를 하면 슬픔도 사라질 것 같아서요. 하지만 들려오는 소식들은 분노를 더 일으키더라고요.

그러던 중 <필름클럽>의 새 에피소드를 듣고 정말 감사하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169회 에피소드에서 18세 새내기 클러버 사연을 소개하실 때 피디님께서 울컥하시던 부분에서 저도 똑같이 울컥하게 되어 함께 슬픔을 공감할 수 있었다는 자체로 위로받았습니다. <필름클럽>의 클럽지기님들, 모든 클러버분들이 슬픔을 충분히 이해받고 나누고, 서로에게 다정해지는 시간을 가지면서 일상으로 건강히 되돌아오길 마음 깊이 기원합니다.” <필름클럽> 170회 사연 中


최다은 PD:
'안부를 여쭙니다'로 제목을 붙인 건, 청취자분들이 이 참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염려되는 마음으로 건넨 최소한의 인사였다. 이 사연을 읽고, 우리를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나눌 대상으로 생각하신 것 같아 참 감사했다. 이야기들을 읽을 때면 반쯤 그 사람이 되어 읽게 된다. 처음 이 사연을 보내셨을 때, 텍스트로만 접했을 때는 격한 감정이 올라오거나 울컥하지는 않았는데, 이 글을 말로 옮기니까 감정이 터져 나왔다. 글과 말이 이렇게 확 다른 것 같다.

최근 <소년의 시간> 에피소드와 관련해 2000년대생 여성 청취자가 자신의 성장 서사를 자세히 올려주신 사연이 있었는데, 이처럼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길게 들려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왜 이렇게 영화와는 관련 없는 사적인 이야기를 쉽게 해 주실까 고민해 보면 아무래도 시간 누적의 영향이 큰 것도 같다. 1~2년이 아니라 거의 10년을 가까이하고 있는데 같이 겪고, 같이 자라나다 보니 정을 많이 주신다.


<필름클럽>을 들으면 누구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에 나와 똑같은 영화를 보고 똑같은 감정을 느낀 사람이 있다는 우연을 겪는다. 청취자들은 영화를 본 공간에서 일어난 일까지 공유하며 그 안에서 본 어떤 영화를 왜 좋아하거나 멀리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영화관에서 일어난 일이나 자세한 속사정까지도 기꺼이 꺼낸다. 때로는 영화를 보지 않지만 <필름클럽>만 듣는 청취자의 사연도 등장한다. 이들은 영화와의 아주 작은 인연만으로도, 자신들의 영화적이면서도 영화적이지 않은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필름클럽>과 나눈다. <필름클럽>은 청취자의 글을 읽는 데 1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하기도, 아예 ‘고민과 질문:요즘 듣는 음악부터 휴식의 기술까지’라는 특집을 마련하기도 했다.


Q. <필름클럽>에 오디오라는 요소가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최다은 PD:
청취자분들은 다양한 공간에서 <필름클럽>을 들으시겠지만, 저희는 골방 같은 곳에서 카메라 없이 녹음하니까 무엇보다 너무 편하다. 혜리 기자님이나 게스트 분들처럼 녹음하는 사람이 편하게 녹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노력한다. 지난번 봉준호 감독님이 오셨을 때는 창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다 막았다. 그날 2시간 넘게 오로지 녹음만 하다 보니 정말 에너지를 많이 썼는데, 끝나고 다들 너무 만신창이가 돼서 미리 단체 사진을 안 찍은 걸 후회했다. (웃음)


III. 일상과 오디오


<필름클럽>에는 ‘요즘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라는 독특한 코너가 있다. 세 진행자는 회차의 끝부분에서 최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떤 행복이 있었는지 설명한다. 귀가 후 와인 한 잔의 기쁨을 발견한 것부터 몇 년 동안 준비한 책의 초고를 마감했다는 소식까지, 크고 작은 일상의 소식이 자리를 차지한다.


Q. 청취자로서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라는 코너를 정말 좋아한다. <필름클럽>을 운영하면서 어떤 즐거움을 찾았나.

최다은 PD:
청취자들의 피드백이다. 본래 오디오란 진행자들의 말이든, 청취자와 진행자 사이 상호작용이든 모든 것이 대화로 이루어지니까 청취자의 반응이 참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사연이나 댓글을 써주시는 분들께 빚지고 있다고 생각도 한다. 많은 분이 리액션을 해주시니까 청취자분들이 어떤 걸 즐기시는지 알고, 어떤 성향을 가지셨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게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한 이유인 것 같다. 누군가 듣고 있다는 것에 힘을 얻고 있다.


최다은 PD는 이 프로그램이 다양성과 익명성이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청취자들을 단일하게 묶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대체로 섬세하고 여린 분들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필름클럽>의 청취자들은 서로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거나 그 사연에 답장하는 또 다른 사연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은 <필름클럽>의 출연자이자 구성원이자 창작자이다.


Q. <필름클럽>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과 같이 최근 팟캐스트도 전성기 때만큼이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오디오 콘텐츠가 다양한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르고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다은 PD:
정서적인 부분이 이유의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고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디오는 보통 콘텐츠의 밀도가 낮다. 문턱이 낮고 에너지를 많이 뺏기지 않는다. 나는 완전히 집중해서 무언가를 오랫동안 보는 게 힘들어서 오디오처럼 사부작거리면서 즐길 수 있는 게 좋다.

사실 라디오 파이가 확실히 작아진 것은 맞다. 그래도 적게는 몇백 명이, 많게는 몇천 명이 늘 라디오로 사연을 보내주신다. 이동하시면서 들으시고, 작업하시면서 들으시며 라디오가 여전히 일상에 속속 끼어들고 있다. 오디오는 영상 매체보다는 조금 비효율적일지 모르지만, 여기에선 느슨한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


지난 2022년 연말에 열린 공개방송에서, 최다은 PD와 김혜리 기자, 임수정 배우는 각자가 <필름클럽>을 즐겁게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자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별히 대단한 목표를 품기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9년을 달려왔다.


최다은 PD:
꾸준히 하는 걸 목표로 하지만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늘 ‘하던 대로 하기 위해’ 힘을 기울인다. 그러니까 프로그램이 균일하게 유지되기 위해 일정한 자세로 뛰려고 노력한다. 거대한 목표는 없다.
Screenshot 2025-06-25 at 9.52.05 PM.png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


19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음성 매체는 그 몸을 계속 변형하며 발전하고 있다. 매체의 형태는 시대에 맞춰 변화하더라도 그 안의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 일상을 나누는 힘은 우리 모두 같은 세상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위로를 느끼게 한다. 팟캐스트는 일종의 공론장으로서 추구하는 담화의 목표가 무엇이고 어떠한 관점에서 운영되는지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격 및 형식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대체로 오디오 방송들은 청취자의 감정의 몰입을 일으켜 서로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양성과 익명성에 힘입어 이용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 진행자가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미디어 공간에는 언제나 다양한 이야기가 생산되고 있다.


<필름클럽> 은 그중에서도 영화를 통해 작품 속 인물들과 감상한 사람들을 소개하며 청취자 개인의 삶을 확장한다. 이들은 영화 안에서 소외된 인물을 애써 들여다보기도, 영화를 즐기거나 즐기지 못한 사람 모두의 사연을 고루 듣기도 한다. 결국 <필름클럽>만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새로이 완성된다. 그렇게 나타난 이해와 관용은 우리가 다시 같이 살아가는 법을 제안한다. 무수한 폭력은 세상을 나의 중심으로 한정 짓고 자신과 연결된 드넓은 세계를 바라보지 않는 비겁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회복하고 다시 나아가기 위해 같은 세상 속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귀를 기울여 보자. 사람의 목소리가 오랜 세월 동안 위로가 되는 이유를 <필름클럽>은 알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113호]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자라는 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