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당신을 김성기교수의 fMRI강연에 초대합니다

학내 아카데믹_ 김성기 교수 인터뷰

by 성균지

수습편집위원 최서현, 황찬빈


강연자 소개: 김성기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단장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석좌교수
前 미네소타대학교 교수
前 피츠버그이미징센터장
前 폴 로터버(Paul C. Lauterbur) 석좌교수
前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물리화학 박사
2024 국제자기공명의과학회(ISMRM) 골드메달 수상
2024 올해의 성균인상 교육 업적 부문 대상


세계 최고 권위의 자기공명영상 학술대회인 국제자기공명의과학회(ISMRM)에서 매년 가장 우수한 공헌을 한 연구자에게만 수여하는 골드메달의 주인공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공동 단장인 김성기 교수가 40여 년간 직접 연구해 온 fMRI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강연을 펼칩니다! fMRI의 원리부터 한계와 방향성, MRI 연구를 위해 설계된 N센터 이야기까지… 모두 MRI의 매력에 푹 빠질 준비되셨나요? 강연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도록 강연 말미에 퀴즈와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했으니,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그럼 MRI 분야의 역사를 써 온 김성기 교수가 들려주는 fMRI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이 글은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강연 형식에 맞게 재구성한 글입니다.



Chapter 1 : MRI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일상에서 ‘MRI’를 접한 적이 있으신가요? MRI는 인체 내부를 관찰하고자 할 때 이용하는 기술로, 여러분은 흔히 병원에서 MRI를 접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강연의 메인 주제인 fMRI로 넘어가기 전에 먼저 MRI란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 볼까 해요. MRI는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약자로, 흔히 병원에서 인체 내부를 검사할 때 이용하는 기술이에요. X-ray나 CT가 방사선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MRI는 강한 자기장과 라디오파를 이용하죠. 따라서 MRI는 비교적 안전하게 인체의 조직 구석구석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술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에게 “MRI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 주세요.”라고 요청한다면 저는 ‘MRI란 물을 이용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조직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자재입니다.’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MRI 작동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MRI가 신체 내부를 직접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내부의 ‘물’을 관찰하여 보여준다는 거예요. 특히 MRI는 물(H2O)을 구성하는 수소(1H) 원자의 핵을 이용합니다.

이는 화학과에서 많이 사용하는 핵자기공명기(NMR)와 같은 원리인데요, NMR 기술은 서로 다른 공명 주파수를 이용해 화학물질을 분석할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NMR은 공간 정보가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MRI는 인체 내 물의 분포를 보기 위해, x, y, z 세 축 방향으로 경사저장을 생성하여 공간 정보를 획득하죠. 쉽게 말해, MRI는 위치에 따른 물의 신호를 관찰하는 기술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Chapter 2 : 뇌를 들여다보는 fMRI

저는 자기공명영상 분야에서 ‘fMRI’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해왔어요. fMRI는 MRI와는 조금 다릅니다. fMRI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약자로, 주로 뇌를 관찰할 때 이용하는 영상 기술이에요. fMRI는 물속에 있는 수소를 이용해 신체의 혈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죠.

이 기술의 기전은 실질적으로 산소포화도가 바뀌는 거예요. 적혈구에 있는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은 철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여 신체 곳곳에 산소를 운반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헤모글로빈의 철은 자성이 있기 때문에 물의 신호를 바꿀 수 있어요. 이때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했을 때와 결합하지 않았을 때의 자성이 달라 물의 신호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신호의 차이를 이용해 MRI로 인체를 관찰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산소 포화도가 높아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이 많으면 자기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게 되고 물에 있는 수소 원자의 신호가 강하게 관찰돼요. 반대로 산소 포화도가 낮아 산소와 결합하지 않은 헤모글로빈이 많으면 자기장에 영향을 주어 fMRI 신호가 약하게 관찰됩니다. 결국 산소 포화도의 변화가 fMRI를 이용한 관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요.

fMRI와 MRI의 차이점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다뤄 볼게요. MRI는 신체의 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MRI는 주로 신체의 정적인 ‘구조’를 관찰할 때 이용됩니다. 반면 fMRI는 신체의 동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마치 카메라로 영상을 찍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fMRI로는 신체의 기능이나 활동의 변화를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MRI와 fMRI는 촬영할 수 있는 영상 형태가 조금 달라요. 그뿐만 아니라 MRI는 뇌, 심장, 흉부 등 신체의 다양한 부위를 관찰하는 데 쓰이지만, fMRI는 주로 뇌를 관찰할 때 사용된다는 차이도 있답니다.


Chapter 3 : MRI 연구에 최적화된 공간, N센터

여러분은 보통 MRI를 병원에서만 접할 수 있겠지만 학계에서는 이를 활용해 정말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MRI에 대한 연구는 생명·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심리학 분야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두 분야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구도 아주 많죠. 저는 MRI 연구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고 싶어 N센터를 직접 설계했습니다. N센터를 통해 종간(cross-species) 실험 시설*을 구현했죠. 한 공간에서 동물과 사람을 같이 연구한다는 것은 ‘생물학적 현상’과 ‘인간의 마음’을 함께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생명·의학 분야 연구자들은 주로 생물학적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동물을 연구하는 반면, 심리학 연구자들은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사람을 연구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람을 연구하는 것은 심리학 중심으로, 동물을 연구하는 것은 생명·의학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거죠. 심리학 분야와 생명·의학 분야는 다루는 학문이나 추구하는 연구의 방향이 매우 달라요. 그래서 연구자들의 생각 차이 또한 클 수밖에 없기에 이 두 분야를 함께 연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을 연구하는 센터와 동물을 연구하는 센터를 각각 따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N센터를 사람과 동물을 모두 연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어요. 한국은 생체 의료 분야와 심리학 분야에서 후발 주자에 속하기 때문에, 센터의 연구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쉽게 시도하지 않는 종간 시설 연구 센터를 만들어 한국만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N센터에서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기 때문에,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여러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연구자들이 서로 많이 마주칠 수 있도록 동선을 고려했고, 인위적인 만남보다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죠.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라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MZ다운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제가 여기 N센터에서 일하며 주변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의 표정이 다 편안해 보여요. 그럴 때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편안하게 연구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 저의 의도가 잘 실현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Chapter 4 : 김성기 교수가 예상하는 fMRI의 미래

먼저 fMRI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fMRI는 혈류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결국 세포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보는 게 아니라 그 주변의 혈류가 변하는 걸 간접적으로 보는 셈이에요. 혈관과 세포의 연관성이 크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혈관과 세포의 연관성이 거의 없을 때 fMRI 신호가 줄어든 것으로 관찰된다면 그 원인이 세포의 기능 저하 때문인지 혈류 조절 기능의 저하 때문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요. 이런 점이 fMRI의 가장 큰 한계라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MRI는 아주 많은 잠재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것이 우리가 MRI에 관한 연구를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MRI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제가 MRI 분야에 몸담은 지도 벌써 40년이 되었는데요. 앞으로도 MRI 기술은 계속 발전해서 해상도가 높은 이미지를 더 빠르게 찍을 수 있게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적용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신속하고 정교하게 영상을 얻고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MRI는 단순히 사진을 찍듯이 이미지를 얻는 게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수집한 뒤 그걸 공간 정보로 바꾸어야 하는 기술이에요. 예를 들어 뇌의 구조를 3D로 구현하려면 시간 영역에서 얻은 신호를 공간 영역으로 변환해야 하는데, 여기에 푸리에 (Fourier) 변환과 같은 수학적 기법이 쓰이죠. 이런 과정을 AI가 도와주면 이미지 재구성이 훨씬 빨라지고 정확해질 수 있습니다. 또 요즘은 4D·5D 데이터까지 다루고 있는데요. 단순한 3D 영상에 시간 축이 추가되고, 심장이나 혈관의 움직임 같은 추가 정보가 더해지면 분석할 데이터 차원이 계속 늘어나요. 이처럼 MRI는 굉장히 복잡한 융합 학문이기 때문에 AI가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저는 앞으로 MRI에 AI를 접목하여 의사의 개입 없이도 인체에 대해 빠르고 정확한 판독이 가능한 시대가 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답니다. 그런 미래를 준비하는 게 지금 MRI 분야의 큰 과제이자 재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성기 교수와 함께하는 OX 퀴즈

지금까지 fMRI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분 모두 fMRI의 매력에 푹 빠지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여러분이 fMRI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셨는지 재미있는 퀴즈를 통해 확인해 봅시다.


fMRI는 신체 부위 중 뇌에 대해서만 관찰할 수 있다. (O / X)

김성기 교수 : 다들 답을 고르셨나요? 정답은 바로 ‘X’입니다! fMRI가 주로 뇌를 관찰할 때 이용되는 것은 맞지만 다른 신체 부위를 관찰하고자 할 때도 이용할 수 있어요. 다만 fMRI를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부위가 뇌이기 때문에 주로 뇌를 관찰할 때 fMRI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아까 MRI는 정적인 것을 찍어 사진처럼 보여주지만 fMRI는 카메라로 영상을 찍는 것처럼 동적인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죠? 이렇게 fMRI를 이용하여 동적인 것을 찍을 때 움직임이 많은 신체 부위를 촬영한다면 관찰된 움직임이 실제 동적인 내부의 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지 사람의 미세한 움직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듭니다. 음,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가 카메라로 비디오를 찍는데 물체가 흔들린 상태로 찍혔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때 우리는 카메라가 움직였는지 물체가 움직였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죠? fMRI도 이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이유로 흉부처럼 움직임이 많은 부위는 정확하게 찍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반대로 뇌나 다리 같은 신체 부위는 움직임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촬영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움직임이 적은 신체 부위는 충분히 fMRI를 이용해 촬영할 수 있어요.


fMRI를 이용해 거짓말하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 (O / X)

김성기 교수 : 여러분은 fMRI를 이용해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답은 바로 ‘O’입니다! 실제 범죄 심리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거짓말탐지기는 센서를 이용하여 관찰 대상자의 호흡, 맥박 등을 관찰하는 방식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가슴이 뛰고 맥박이 빨라진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방식을 이용하는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을 해도 호흡이나 맥박이 달라지지 않는 사람의 거짓말을 가려내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인간의 뇌에서의 활동은 거짓말을 할 때와 안 할 때가 확실히 구분됩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신경세포의 활동이 증가해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게 돼요. 이에 따라 산소를 지닌 적혈구가 모이면서 혈류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fMRI가 이를 감지할 수 있어요. 그래서 fMRI를 이용해 뇌를 관찰하여 관찰 대상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fMRI 장비는 대체로 20억 원 이상으로, 매우 비싼 편이죠. 그래서 실제 범죄 심리학 분야에서 많이 쓰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fMRI를 이용한 기술이 앞으로 더 발전하여 머지않은 미래에 여러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Question Time

강연을 마무리하기 전, 질의응답 시간을 갖겠습니다. MRI에 대해, 혹은 저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봐 주세요.

학생1 : 교수님께서 대학부터 박사 후 연구원 시절까지 계속 화학 분야에 대해 연구해오다가 우연히 카밀 우거빌 교수의 제안으로 MRI 분야에 들어오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교수님께서 오랫동안 해오시던 연구를 그만두고 우거빌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만약 당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지금 교수님은 어떤 연구를 하고 있을 것 같으신가요?

김성기 교수 :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저는 원래 화학을 전공했습니다. 박사 후 연구원 때는 주로 2D NMR로 DNA를 찍어서 구조를 분석하여 생체분자(biomolecule)의 구조를 결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마침 제 보스였던 카밀 우거빌 교수가 MRI 장비를 연구실에 새로 들여오면서 저에게 MRI 연구를 같이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우거빌 교수도 저처럼 NMR을 이용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그에게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그가 제안한 MRI 연구가 화학에서 쓰이던 원리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에 큰 두려움 없이 그의 제안에 응했습니다. 적용 분야만 바뀌는 것이지 기본 물리 원리는 똑같으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만약 제가 MRI 분야에 발을 들이지 않고 계속 화학 분야에 있었더라도 저는 연구자로서의 생활을 계속했을 겁니다. 만약 제가 그때 우거빌 교수의 제안을 제가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화학 분야에서 구조생물학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 않을까요? (하하)

학생2 : 작년 국제자기공명의과학회에서 골드메달을 수상하시면서 자기공명영상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위치하는 교수님의 위상이 확실하게 입증된 것 같아요. 이렇게 한 분야의 최고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성기 교수 : 이번 골드메달 수상은 제 전체적인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 더 뜻깊습니다. MRI 분야 자체가 주로 기술 개발, 즉 새로운 촬영 기법이나 임상 적용 도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데 저는 주로 fMRI 신호의 생리학적 기초를 연구해 왔어요. 예를 들어 고양이 뇌의 기능적 지도를 만드는 실험이나 신경 활동과 fMRI 신호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처럼 기본 원리를 다루는 기초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죠. 기술 개발이 아니라 기초 연구로 이 상을 받은 건 흔치 않은 일이라 더욱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제가 한 분야에서 이렇게 오래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궁금증(curiosity)’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주제를 가지고 거의 40년을 연구해 왔는데, 사실 같은 분야를 그렇게 오래 파고드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잖아요. 하지만 저는 MRI와 fMRI의 생물학적·물리학적 기본 원리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고, 그걸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이 분야에서 제가 쌓아온 여러 기초 연구들이 하나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연구는 끊임없는 궁금증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이 상을 받은 것도 그런 점을 인정받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강연을 마치며….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젊은 시기에는 누구나 불안합니다. 내가 선택한 것을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죠.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아 보이고 미래도 늘 불확실하니까요. 하지만 우리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은 정말 우수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주어진 일에 성실히 임하다 보면 분명히 길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일부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주위에서도 인정받게 되고, 그것이 결국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자신이 정한 진로가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껴지더라도 언제든 진로를 바꿀 수 있어요. 다만 진로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요한데 그 자신감은 작은 성공의 경험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다양한 것을 직접 경험해보며 성취의 즐거움을 발견해 보세요. 관심이 없더라도 조금씩 시도해 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저도 사실 처음부터 화학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하다 보니 점점 흥미가 생긴 것이죠. 처음에는 물리화학을 전공했지만,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연구 분야를 여러 번 바꿔왔고 지금 하고 있는 연구도 화학보다는 생물학 분야에 더 가까워요. 사실 저는 대학생 때까지도 생물학을 접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공부해 보니 점점 이해되고,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결국 공부라는 건 하다 보면 점점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 여러분,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좋을 수는 없지만, 직접 연구해 보며 흥미가 생기는지를 확인해 보세요. 여러 연구실에서 인턴도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직접 몸으로 느껴보는 거죠. 여러분도 분명 작은 성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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