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 장벽을 허무는 초록의 파도

학내 기획 _학내 이동권의 현주소를 묻다

by 성균지


부편집장 김신겸, 편집위원 김혜율, 오현지, 이예원

수습편집위원 권려경, 임찬수





배리어프리, 어디쯤 와 있나?

가파른 경사와 울퉁불퉁한 보도, 무수한 계단과 아득한 캠퍼스 간 거리까지. 휠체어 이용자 등 이동약자에게 성균관대는 자유롭게 오가기 어려운 장벽으로 가득하다. 이에 우리 학교는 건물에 승강기와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차량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승강기와 경사로마저 갖춰지지 않은 건물도 잔존하고, 저상 셔틀버스도 도입되지 않아 여전히 불편함이 남아있다.


2025년 기준 인문사회과학캠퍼스(이하 인사캠)에 배리어프리 경로가 부재한 건물은 중앙학술정보관과 학생회관뿐이다. 중앙학술정보관은 내부 진입은 가능하나 승강기가 자료실에 한해 운영되고 있어 열람실 등 1층과 5층의 시설을 사용하기 어렵고, 학생회관에는 승강기가 없어 1층과 3층을 제외한 동아리방 사용에 제약이 발생한다. 경영관 1층에서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보도블록 또한 끊겨 있어 시각장애인의 접근도 어렵다.

캠퍼스의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수선관은 5층 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만, 해당 지점까지 이어지는 언덕의 경사가 급해 휠체어 이용이 어렵고 운동장 옆의 ‘실크로드’를 통해 갈 수 있는 수선관 1층 입구에는 경사로가 없다. 마찬가지로 퇴계인문관, 다산경제관 등 이외 대부분의 건물에서도 승강기와 경사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국제관과 경영관을 제외하면 다른 건물과 승강기를 여러 번 옮겨 다니는 복잡한 경로나 가파른 언덕길을 요구한다.


이동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권리지만, 완전한 배리어프리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장벽 없는 학교를 위해, 현재 우리가 마주한 과제는 무엇일까? 그중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동권으로의 한 걸음

장애학생이 겪는 이동권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 학교 인사캠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등 권익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형이 험준한 인사캠의 경우, 정규 수업 시간 외에도 사전 신청을 통해 교내부터 인접 지하철역, 기숙사 등을 오가는 이동지원차량을 운행한다. 또한 매 학기 교육지원인력 모집을 통해 장애학생의 학습과 캠퍼스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지원인력은 장애 학생의 수강 강의에서 한 명씩을 모집해 생활 및 학습 지원을 제공하는 일을 맡는다. 다만 학기마다 특정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의 자원에 기대 운영되는 시스템의 특성상 지원자가 안정적으로 수급되기 어렵고 센터의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여건상의 문제로, 축제나 졸업식처럼 교내 행사 등의 상황에서 도움이 지연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는 난점도 있다. 현재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50여 명의 학우를 단 2명의 담당자가 맡고 있다.


학교 차원의 대응 외에도, 총학생회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공약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23년 SKKUP은 장애학우인권좌담회(이하 좌담회)를 양 캠퍼스에서 2회 이상 진행했다. 2024년 SURE!에서는 이동권의 부분적인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자연과학캠퍼스 학생회관 자동문 및 ESKARA 라운지 앞 자동문 및 오르막길이 조성되었으나 중앙학술정보관의 ① 1층 경사로 설치 ② 장애 학우 전용 좌석 및 높이 조절 책상 설치 공약은 모두 이행되지 않았다.

2025년 S:CATCH(이하 스캐치)는 대체 텍스트 도입 및 인사캠 내 음료 자판기 점자 스티커 부착, 핸드레일 점자 촉지판 설치 정책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2023년 총학생회 SKKUP 이후 중단되었던 좌담회를 재개해 장애학우의 목소리를 청취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장애 학우의 목소리를 듣다: 장애학우인권좌담회 개최

지난 5월 2일, 스캐치는 인사캠에서 첫 장애학우인권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총학생회, 학생처 학생지원팀, 장애학생지원센터, 여러 학우들이 참여했다. 논의는 ① 캠퍼스의 물리적 접근성 또는 환경의 불편과 개선 방향, ② 축제 및 행사 시의 배리어프리, ③ 캠퍼스 내 장애 학생 인식 개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날 자리에서 언급된 이동권 관련 안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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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점적으로 언급된 것은 버스다. 버스 승차장과 하차장마다 있는 두 칸의 계단은 이동약자에게 큰 장벽이 되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 학교 셔틀에는 저상버스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예산이나 행정 차원의 문제도 있으나, 무엇보다 인사캠에 혜화 셔틀버스가 도입될 당시 국내 저상버스 중에서 인사캠 경사를 버틸 수 있는 모델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인자셔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현재 인자셔틀로 사용되고 있는 고속버스 차종은 현대 유니버스 등으로 저상버스 모델은 지원되지 않는다. 마땅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장애 학우의 통학 이동권 보장은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적어도 축제나 졸업식과 같은 교내 주요 행사에서는 장애 학우가 소외되지 않도록 일시적이나마 적절한 이동 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조명섭 학우(행정 22)는 “축제 시 이동 문제와 배리어프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축제 중 장애 학생 셔틀버스 우선 탑승 제도 시행과 휠체어 리프트 운행을 제안했다. 양 캠퍼스에서 개최되는 축제 특성상, 저상버스가 없는 상황에서 휠체어 이용 학생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2학년도 2학기 건기제에서는 휠체어 리프트 버스가 운영된 바 있다. 무대 앞 배리어프리존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한 학우는 2024년 건기제의 경우 서 있는 비장애인 관람자와 무대 자체의 높이로 인해 특히 휠체어 이용자의 시야가 제한되었다고 회고했다. 총학생회는 “예산과 수요상의 문제뿐만 아니더라도 버스 구조 등의 문제가 있어 말씀해 주신 부분들을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내부적인 검토와 논의를 거쳐 가능한 한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배리어프리존에 대해서는 “지미집 같은 시야 방해요소를 최대한 다른 쪽으로 뺄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서도 셔틀버스의 이동권 개선은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의 버스 탑승 문제는 축제와 같은 단발성 행사에 국한되지 않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동권 관련 논의나 진행된 사업이 있는지 묻자, 학교 측은 “부서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지금 당장 언제까지 할 수 있다고 답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하면서도 “계속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니 계속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중앙학술정보관 장애인용 자동문의 안내 스티커가 건물 내부에만 부착되어 있어 외부에서는 장애인용 통로임을 알기 어렵다는 우려와 셔틀버스에서 장애인 우선 탑승 원칙이 축제 외에도 평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울러 교내 행사 장소가 휠체어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구성될 때가 잦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모두의 축제, 모두의 학교, 모두의 사회

“사실 인자셔틀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혜화셔틀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모집전형의 변화로 인해 중증장애 학생이 거의 입학하지 않으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 수도 크게 줄었고, 그에 따라 인자셔틀에 대한 수요도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혜화셔틀의 경우에는 무거운 짐을 든 학우들이나 다리를 다친 학우 등 실질적인 이동 지원이 필요한 수요가 꾸준히 존재하기 때문에, 저상버스가 함께 도입된다면 매우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상버스는 휠체어 접근성뿐 아니라 전반적인 이동 약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조 학우는 장애 학생 셔틀버스 우선 탑승 제도와 혜화셔틀의 저상버스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저상버스는 비단 휠체어 이용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동권은 구성원 모두의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과도 직결된다. 배리어프리는 우리 학교의 교육 이념인 인(仁)과 의(義)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또한 조 학우는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학교, 운영업체, 학생사회, 장애학생 각각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가령 장애 학생 셔틀 우선 탑승 제도의 경우, 학교의 제도적인 실행 의지와 학생사회의 지속적인 홍보는 물론 버스 기사의 장애 인식과 이해 또한 제도의 실효성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이 외에도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의 무분별한 방치 또한 휠체어 이용 학우의 건물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어, 사용자 학생 개개인의 의식적인 노력과 학교 측의 엄격한 관리가 모두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학생의 권리 보장과 관련한 논의는 자주 ‘검토하겠다’는 말로 뭉뚱그려지기 일쑤, 제기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어떻게 구상되고 추진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조 학우가 위원장을 맡은 장애인권위원회 준비위원회(이하 장인위)는 2021년 8월 설립된 이후 독립기구 인준을 시도했으나, 2023년 온라인 서명 허가 안건이 최종 부결되면서 중단된 상태다. 장애 학생의 인권 보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실천할 교내 단체가 현재로서는 미비한 것이다. 성균인의 관심이 절실한 이유다.


ESKARA를 일주일 남짓 앞둔 시점이다. 건학기념제를 계승해 양 캠퍼스 간의 교류와 결합을 촉진하는 1년 중 가장 큰 축제인 ESKARA에서, 성균인이 하나 되어 외치는 ‘초록의 파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원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총학생회 측은 “에스카라 때 대대적인 개편을 이뤄낼 예정”이라며, 장애학생지원센터와의 협의를 통해 수요 및 예산을 파악하고, 학교 측과는 안전상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년 에스카라는 9월 11일과 12일에 열릴 예정이다. ‘초록의 파도’가 이동약자까지 감싸안는 포용의 물결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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