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아시아적 시선의 창,부국제30주년을 맞이하다

코너 _ 문화

by 성균지

편집위원 나유정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9월에 개최된 30번째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약 17만 명이 찾아오며, 영화제 관객 수는 코로나 이후 점점 회복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신예 여성 감독들과 1990~2000년대의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 프로그램을 신설하였고, 한국 영화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멸종위기의 한국영화’에 대해 가감 없이 파헤치는 커뮤니티 포럼들을 마련했다.


그러나 가장 화제가 된 부산국제영화제의 결심은 바로 경쟁 부문 신설이다. 도쿄 영화제, 상하이 영화제를 넘어 아시아의 대표 영화제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야망이 드러나는 가운데, 2024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션 베이커 감독과 판타지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등 영화계 유명 인사들이 부산에 방문하며 그 위상을 공고히 했다. 경쟁 부문에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스리랑카 등 다채로운 아시아 출신 영화들로 구성되었다. 최종 대상은 중국의 장률 감독에게 주어지며 아시아 영화의 가치를 주목하고자 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제1 목표가 한층 강조됐다. 한국의 영화제가 부실한 국내 영화 산업 상황을 뚫고 아시아라는 정체성을 통해 더 큰 국제 영화 시장으로의 도약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 영화제로서, 그리고 한국의 대표 영화제로서의 정체성


지역의 영화관은 사라져가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점차 더 많은 상영관을 마련할 정도로 그 입지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연 ‘아시아’ 영화로서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한층 확고히 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기억하고 현안을 돌아보며 미래의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기조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실현했다. 대표적으로 ‘아시아 영화 100’의 세 번째 프로젝트인 ‘아시아 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을 선보이며 아시아 영화의 흐름을 재조명하거나, 우리나라의 문화계 인사들이 직접 영화를 선정해 상영한 ‘까르뜨 블랑슈’ 스페셜 토크 섹션을 통해 과거 아시아 영화의 영화사적 가치를 보여주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이 선정한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유레카〉는 프랑스와 일본에서 2000년대 초반에 개봉했으나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았던 작품으로, 이번 리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처음 한국 관객들 앞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올해부터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경쟁영화제로 전환되면서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이 노미네이트 되었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지난 9월 문화잡지 쿨투라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쟁영화제로 전환해 아시아 영화에 대한 주목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라고 말하며 아시아 영화를 바라보는 아시아인의 시선을 강조했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올해 한국 영화 산업 전반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2025 포럼 비프에서는 ‘한국영화를 구하라’와 ‘한국영화의 로드맵 구축을 위한 지도 그리기’ 섹션이 구성되었는데, 지난 2022년의 포럼 비프가 ‘변화한 21세기 미디어 환경’을 중점으로 진행된 것과는 확연히 다른 온도차이를 보이며 한국 영화의 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번 포럼 현장에서 안시환 영화평론가는 여전히 한국에서 주목받는 영화감독이 박찬욱 감독에 그치는 것을 보고 “새로운 영화감독 발굴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라며 꼬집었다. 또 그는 이 현상은 한국 영화 산업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던 제작비 편향, 상영 점유율 비대칭 등의 여러 내부적 문제가 폭발한 것이라고 말하며, 지금 중요한 건 영화계 주체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OTT 제작 수수료의 부당함과 투자 현실, 그리고 새로운 영상진흥법의 요청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또 ‘멸종위기영화 K-무비, 다음 10년을 위한 대화’에서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화 〈유령〉(2023)과 〈3670〉(2025)의 연출팀 김보경 씨는 “노동 조건이 지켜지는지 감독하는 현장 중재자 도입 등을 통해 인력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급격한 성장을 이룬 한국 영화 산업이 이제 더 이상 열정에만 기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위기 속에서 ‘아시아영화 허브’뿐 아니라 ‘한국영화 허브’가 되고자 이와 같은 여러 이벤트를 개최했지만, 2022년부터 신설된 ‘지석상’이 올해 갑작스레 폐지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만이 가진 고유한 정신이 간과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부집행위원장이자 수석프로그래머였던 고(故) 김지석은 부산국제영화제 창립의 핵심 인물로, 이후 20년 이상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탄생시켰다. 그는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이란 정부에 의해 창작의 자유를 방해받았을 때 부산영화제의 이름으로 아시아인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으로 인한 박근혜 정부의 외압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부산영화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그의 영화와 예술에 대한 정신을 기리고자 지석상을 신설하였지만 30주년이라는 화려한 이름 앞에 지석상은 사라졌다.


도쿄국제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와 함께 아시아 3대 국제영화제로 손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는 필름마켓 참가자의 60%가 해외 참가자로 비교적 높은 국제적 지수를 가지고 있다. ‘K-culture’가 꾸준히 관심 받는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의 예술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한 민족의 문화는 그 민족이 거쳐온 경험에서 쌓인다. 결국 한국만의 관점 속에는, 다른 어떤 아시아 국가보다도 독보적인 역사를 거친 식민지와 저항, 민주화와 독재 정권, 노동과 투쟁이 지워질 수 없다. 그렇게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정체성과 더불어, 한국의 역사와 경험에 기반한 정체성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쟁부문을 열며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 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성균지〉 편집위원이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직접 찾아가 관람한 아시아 영화들은 어떠한 인상을 남겼나.


〈이슬이 온다〉/주로미, 김태일

-편집위원 나유정

ⓒBIFF

곧 폐광을 앞둔 태백 광산에서 장성광업소 광부들은 오늘도 폭발하거나 무너질지도 모르는 아래로 끝없이 내려간다. 일주일 동안만 하고 금방 포기하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20년을 넘게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역사는 1959년, 민영 탄광 최초로 100만 톤 실적을 기록한 강원탄광으로 거슬러 내려간다. 광부들이 이야기하는 그 시절 강원탄광에는 87년 8월 광산 노동자 파업을 이끈 성완희씨가 중심에 서 있다. 성완희씨는 자신의 복직을 도와준 동료의 부당한 해고에 대항하여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광산쟁이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를 외치며 성냥불을 몸에 붙여 분신을 시도했고, 끝내 사망했다.

1906년 광업법을 제정해 우리나라에서 석탄 사업이 본격화된지 120년이 지났지만 광산 노동자들의 시간은 멈춰있다. 아직도 이들은 땅속으로 목숨을 바쳐 들어가고 부상 시에도 충분한 보상이나 조치를 받지 못한다. 그들은 결국 다시 투쟁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늘 같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광업, 광부, 탄광. 이 세 개 중 하나라도 안다면 누구나 뻔히 이해할 수밖에 없는 그 고통을 영화가 다시 되풀이 해 보여주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현실에 있다. 이 직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이고 어떤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지 설명할 겨를도 없이, 광산 노동자들은 여전히 우리 앞에서 연민과 희생의 대상이 되며 영화는 끝난다. 대한민국의 가파른 산업 성장 속도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자의 생활 수준은 이 나라가 어떤 것을 밟고 솟아올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슬이 온다〉를 보며 우리는 이 땅에서 노동자의 삶은 왜 계속 처절한 것인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왜 그들의 삶은 일부만 영화 속에서 재현되는지 되묻는다. 그들은 여전히 그 일부만 보여줄 수밖에 없다. 인간답게 살아야 하니까.


〈10점 만점의 10점〉/찬즈웨이

-편집위원 오현지

ⓒBIFF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대중/하위)문화의 기원이 소수자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알고 있는가? 기지촌 미8군쇼와 K-POP, 흑인과 드레드록스(레게 머리)··· 스트릿댄스의 한 장르로, 모델 같은 포즈를 기초로 하는 보깅(Voguing)은 뉴욕의 LGBTQ+ 볼룸 씬(Ballroom scene)에서 시작되었다. 호모포비아적인 사회 안에서 상처 입은 퀴어들은 집이 되어주지 못하는 집을 떠나 ‘기이한(queer)’ 자신의 몸짓을 뽐낼 새로운 집-’하우스’에 모인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엄마-’마더’와 딸이 되어 돌봄을 이어가기로 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로 뉴욕 ‘하우스’의 ‘마더’들이 국경 너머의 ‘딸’-젠더퀴어들을 만날 수 있게 되면서, 동남아시아에도 볼룸 문화가 자리잡는다. 영화는 동남아시아 볼룸과 퀴어 커뮤니티를 이끄는 세 아이콘, 말레이시아의 테디, 필리핀의 자이자, 태국의 선의 여정을 조명한다. 비주류인 퀴어 문화에서 또 한 번 비주류인 동남아시아 볼룸, 그 속의 인물들은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적 사회, 인종, 계급의 문제 등 온갖 장벽을 뛰어넘고 횡단하며 춤을 춘다. 영화는 이들이 뉴욕의 전설적인 볼룸에서도 당당히 ‘10점 만점에 10점’을 거머쥘 그날을 염원한다.


〈두번째 아이〉/유은정

-편집위원 나유정

ⓒBIFF

아이는 아이답게 자란다. 바보 같은 어른들은 아이들의 존재조차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그 너머의 세계를 보며 얽매이지 않는다.

수안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언니, 수련을 그리워한다. 그러다 수련과 똑 닮은 재인을 만나지만 수안의 엄마, 금옥에게는 재인의 존재가 위협적이다. 재인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수련의 복제품으로 인식되고, 수안으로 얼굴이 바뀌면서 이제는 수안의 복제품이 된다. 재인이 재인으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얼굴이 변하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세계에 휘둘리는 어린 아이의 모습과 닮았다. 그러나 마침내 재인이 재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수안의 존재에서 비롯된다. 금옥의 말을 어기고 재인에게 뛰어가는 수안은 수련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뒤덮인 자신과 수련이나 수안으로서가 아니라 재인으로서 존재할 줄 아는 재인을 모두 구원한다.

영화 속에서 꿈의 세계는 사후세계와 구별할 수 없다. 이곳에서 꿈은 상상한 대로 이루어지는 곳이자 손을 놓으면 영영 사라지는 곳이다. 별들도 사라진 검은 공간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수안에게 재인이 내려와 손을 잡아준다. 나한테서도 빛이 사라져 모든 게 보이지 않는 그 순간, 내 손을 잡은 건 나와 어딘가 닮아있지만 완전히 다른 두 번째 아이였다.


〈휴먼 리소스〉/나와폰 탐롱라타나릿

-편집위원 나유정

ⓒBIFF

인간을 대체하고 위협하는 게 정말 기계일까? 인간의 노동을 위협하는 건 또 다른 인간이며, 인간들은 인간에게 유해한 관습들을 계속 쌓아 올리고 있다. 인사과에서 근무하는 프렌은 돌연 사라진 준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그러나 그 새로운 사람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많다. 주 6일, 야근, 그리고 무엇보다 폭력적인 상사의 행동과 말을 참을 수 있는 인내심까지. 계속 삐그덕대는 인사 채용 과정과 그 이후까지 프렌은 시종일관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그저 참는다. 끝까지 행동하지 못하고 세차만 하며 자신에게 찝찝하게 묻은 무엇인가를 깨끗이 닦으려 한다. 프렌이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미리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안에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그녀는 다시 집안일을 맡게 된다. 그러나 프렌은 남편의 태도에 반발하거나 조금의 불만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불쾌한 적막으로 가득 찬 채로 저항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현대사회의 분위기를 묘사한다. 부당한 노동조건을 감수하지 않는 자는 덜 열정적인-성공하고 싶지 않은- ‘요즘 사람’이 되는 세상에서 주인공 프렌 속에는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



국제 콘텐츠 시장에서의 BIFF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관람만 하는 곳이 아니다. 동시에 누구나 아시아 영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즉, 아시아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원하며 제작부터 배급까지 관여하는 아시아 영화인을 불러 모아 또 한 편의 영화의 장을 만든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ACFM)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도서, 웹툰, 웹소설, AI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또 최신 산업 정보를 공유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를 바라보는 창으로써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The A, 이노아시아, 독스퀘어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콘퍼런스 프로그램도 작년의 두 배가량 늘면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하 ACFM)의 총 방문 인원이 3만 명이 넘어섰다.


그중 ‘The A’는 아시아가 연대(Alliance), 분석(Analysis), 주체성(Agent), 예술성(Art)이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포용적 플랫폼을 지향하며 아시아 영상 시장을 조망하고, 그간의 성과와 역할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아시아필름마켓 리더스 서밋’에서는 한국, 대만, 일본,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의 영화 산업 리더들이 모여 각국의 산업 현황을 나누며 향후 아시아 국가 간의 교류와 협력을 도모하였다. 동시에 총 17개국의 ‘The A리포트’가 발행되면서 아시아 주요 국가의 산업 개요, 박스오피스 현황, 정책 및 기술 동향, 국제공동제작 관련 정보 등이 공개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김영덕 마켓위원장은 〈성균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전반의 산업 데이터를 집약하고 분석하는 일이 시장의 현실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상호 간의 기회를 확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올해 이러한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참가자들로부터 특히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전하며, ‘The A’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the A 현장_ACFM 홈페이지 제공.jpg

올해 영화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혁신은 역시나 생성형 AI의 활용이었다. 지난 10월 생성형 AI를 이용한 국내 첫 장편영화가 개봉하고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AI부문이 신설되었다. 영화 제작에서의 AI 활용은 할리우드 미국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의 동반 파업 시위를 비롯해 예술성과 노동, 창작의 주체성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영덕 마켓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AI 기술을 영화 창작의 새로운 도구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공간이자, 동시에 본연의 엄격한 선정 기준을 잃지 않고 진짜 작품을 찾아 소개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기획된 ‘이노아시아’는 아시아의 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성장 시대를 열어간다는 포부 아래 진행되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면서도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ACFM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코로나 이후 한국의 극장 수익은 팬데믹 이전 대비 약 60% 수준까지만 회복되었으며, 그에 따라 투자도 위축되어 전체 제작 편수가 감소하였다. 2000년대 초반 제작자들은 기획개발비를 선투자 받기도 하였지만 2000년대의 거품이 꺼져 가며 점차 자체적으로 기획개발비를 감당해야 했다. 또 완성품의 국제적인 거래뿐 아니라 투자 및 제작 분야, 특히 IP 거래와 공동제작, 해외투자유치 등의 비중이 점차 커지며 새로운 국제적인 활로를 찾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즉, 한국 영화산업의 활황기에는 제작과 배급의 목표가 우선으로 국내에서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고 해외 시장은 이를 뒤따르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IP와 제작, 투자 전반에서 글로벌 차원의 협력 지점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가 된 것이다. 김영덕 위원장은 아시아 영화인들이 서로 배우고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영화산업 생태계를 부산에서 만들어가고자 하는 목표를 이야기하며 아시아 콘텐츠 중심지로서 부산 마켓의 미래를 강조했다.

김영덕 위원장_ACFM 홈페이지 제공.jpg 김영덕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이 이노아시아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는 발언을 하고 있다. (ⓒBIFF)


BIFF와 아시아-소수자적 시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저명한 감독들의 방문으로 큰 화제를 끌었다. 영화제는 이를 관객 친화적 모습이라 덧붙였고 실제 이번 해를 기점으로 예산을 모두 써버려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재미있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렇게 한층 더 후끈해진 분위기 속에서, 영화제는 30년의 전통에 무색하게 젊은 관객들로 붐볐다. 팝업이나 지역 축제 활성화 등 최근의 오프라인 행사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것과 연계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석 온라인 예매로 순식간에 매진이 되는 상황으로 인해 디지털 취약계층이 오랜 축제의 장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있었다. 대부분의 행사가 진행되는 해운대구 쪽이 아닌, 과거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무대였던 남포동 쪽도 마찬가지다. 커뮤니티 비프나 동네방네 비프 등 남포동에서는 관객이 주도하는 ‘참여’와 ‘체험’의 영화 ‘축제’를 강조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전석 매진과 취소표 전쟁이다. 결국 영화제가 내세우는 ‘관객 친화성’이 특정 세대와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누구를 위한 국제영화제로 자리매김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어진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떻게 아시아와 소수자를 다루며 영화 세계에서 자리를 넓혀 나갈 것인지는 거침없이 팽창하는 한국 문화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 대표 아시아 영화제라는 슬로건은 서양의 칸 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과 같은 영화제를 답습하는 것보다 일반적인 서구의 문법을 비틀어 아시아 소수자적 색채를 담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K-콘텐츠의 발전과 동진할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장은 우리 아시아인만이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번 30회의 경쟁 부문 신설 또한 앞으로 아시아 영화의 경쟁력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아시아적인 시선으로 비아시아 영화를 평가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데 기여하며, 이 새로운 변화가 향후 부산국제영화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2026년 10월 6일부터 10월 15일까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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