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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균지 Sep 11. 2024

[111호] 여는 글


이제는 놀랄 것도 없이, 그 어느 해보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보내며 111호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점점 가혹해지는 뜨거움에 세상의 좋은 것들이 모두 증발해 버리기 전에, 부지런히 오늘의 이야기를 지어 날라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성균지』가 펼쳐 놓는 이야기들이 그동안 기다려왔던 제언이길, 그리고 읽게 되어 다행인 소식이길 바랍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경계’를 주제로 구성했습니다.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경계는 사방에 가득합니다. 너와 나, 그들과 우리, 자연과 사회, 육체와 정신. 지겨울 정도로 유구한 ‘이것과 저것’이 있는 반면, 조금 더 최신식의 ‘MBTI’나 ‘애착유형’도 있죠. 기준을 세워 분류하는 행위는 우리 삶에 대단히 유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혼란을 막는 질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기준과 선을 거두었을 때 마침내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존재를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태초부터 영원까지 굳게 잠겨 있을 것 같아 보였던 인위적인 장벽에 균열을 내죠. 이번 호를 통해서는 그런 사례들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든 존재 자체로 그 경계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다양한 삶의 면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경계에 앞서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이라는 주제로 커버스토리를 여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성균지를 읽고 짓는 주체인 대학생은 그 자체로 청소년과 ‘사회인’ 사이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를 광활한 경계선 위로 올려두고 이야기를 시작해, 더 다양한 경계와 경계-넘음을 소개해 나가고자 했습니다.


학생의 삶을 열 조각으로 재단하는 소득분위와,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지능 점수 15의 폭, 국가와 민족을 경계 짓는 국경까지. 커버스토리의 기사들은 경계가 어째서 벽이 되었으며 너무 단단해져 버린 이 벽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을 소개합니다. 어느새 10주기가 된 세월호 참사를 영상화하기 위해 실제와 창작 사이를 넘나드는 프로듀서의 이야기까지 만나고 나면 학내 섹션이 여러분을 반길 겁니다. 실패하고 도전하며 꿈꾸고 사랑하는, 다름 아닌 여러분들을 위한 지면이니 즐겨주세요.


이번 호부터는 그동안 사회 문제를 하나의 시각으로 엮어내 온 '특별기획'의 자리를, 더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다루는 코너 기사들에 내주었습니다. '문화'와 '출판문화'에서는 삶을 빛나게 하는 책 문화의 면면을 소개합니다. '사회'에서는 캠퍼스와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교제 폭력에 대해 다뤘습니다. '생태위기'는 지난봄 총선에서부터 출발해 기후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을 파고듭니다. 대학사회 바깥의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대학생의 시각에서 더욱 절실한 의제를 찾아 나서려고 노력합니다. 한 명 한 명에게 와닿는 이야기였으면 하고 바랍니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활기차고 희망적으로 말하고자 했습니다. 쉽지 않을 우리의 하루하루에 희망이 깃들길 바라며 111호 소개를 마칩니다.

성균지 111호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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