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대 3개와 파일 덮어쓰기 사태까지, 나만의 '창의적 어지러움' 이야기
“정리?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며칠 전, 브런치스토리 글 순서를 정리해서 바탕화면에 꺼내놓으려다가 기막힌 일을 겪었다.
새로 만든 파일이 자꾸 기존 파일을 덮어씌우는 바람에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름은 다 다른데 왜 자꾸 덮어지는 걸까, 컴퓨터야?
결국 파일이 열려 있다면서 옮기지도 못하게 막아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닫으라길래 닫았는데, 닫고 나면 또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이 모순!
이쯤 되면 내가 컴퓨터를 쓰는 건지, 컴퓨터가 나를 조련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언니는 사무보는 사람보다 더 사무 본다”
하루는 동생이 우리 집에 놀러왔다.
내 컴퓨터 바탕화면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니, 이게 지금 다 쓰는 거야? 왜 이렇게 펼쳐놨어?”
“아아아아~~ 건들지마 건들지마. 그러다 어디 들어간 줄 모르잖아~!”
이 모습을 본 제부는 한술 더 떴다.
“도대체 돈 얼마나 버는 거야? 사무실보다 더 거창한데?”
내 방을 보면 모니터 두 대, 프린터기, 독서대 3개에 각종 노트와 메모지가 책상과 바닥을 점령하고 있다.
언뜻 보면 벤처 창업 초기 사무실 같기도, 신문사 기자 책상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상태가 편하다.
“메모지 하나만 올려도 돼~”
친구가 내 방에 와서 펼쳐진 독서대 3개를 보며 물었다.
“이거 뭐하는 데 쓰는 거야? 나도 갖고는 있는데, 바닥에 굴러다녀~”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메모지 하나만 올려도 돼~ 내가 편한 방식으로 쓰는 거야.”
버려질 뻔한 독서대가 내 손에서는 ‘창조력의 3총사’가 되었다.
나는 노트를 좌악 펼쳐놓고 정돈된 혼란 속에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정리는 ‘닫아놓는 것’이 아니라 ‘꺼내 쓰는 것’이라는 게 내 철학이다.
“파일 하나 꺼내려다 모니터 한 대 지를 뻔”
어느 날 친구가 내 작업 환경을 보더니 그럴싸하다며
집에 가서 당장 컴퓨터부터 장만했다.
심지어 바닥에 굴러다니던 독서대까지 주워와 ‘나처럼’ 써보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모니터 한 대 더 사고 싶다고 한 이유도 바탕화면 때문이었다.
그걸 들은 동생 왈,
“언니는… 바탕화면 부족해서 모니터를 더 사겠다는 사람으로 역사에 남을 듯.”
“사람마다 정리의 기준이 다르다.
나에게는 펼쳐놓는 게 곧 정리다.”
누군가에게는 혼란스러운 공간이
나에게는 몰입의 공간이다.
바탕화면이 꽉 차서 모니터를 더 사고 싶은 나는
효율적인 창의성의 방식으로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 가고 있다.
“천재와 어질러진 책상은 함께 다닌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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