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조용할 때, 마음은 가장 크게 말한다
눈이 시큰거렸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눈꺼풀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시야는 흐려졌으며,
마음도 함께 흐릿해졌다.
그래, 또 시작인가 보다.
중요한 일이 다가오면
늘 그렇듯, 몸이 먼저 반응하는 나.
눈병, 편도염, 잠 못 이루는 밤…
익숙한 얼굴처럼 찾아오는 불청객들이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나’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은 채,
그저 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오늘,
그 ‘나’가 먼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잠시 멈춰도 괜찮을까?”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래?”
“지금 피곤한 건 눈이 아니라… 바로 나야.”
가습기 뚜껑이 열리지 않아
한참을 애쓰다 멈췄다.
수건에 따뜻한 물을 적셔
눈 위에 올려놓고서야
문득 깨달았다.
‘아, 내가 참 많이도 무시했구나’ 싶었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어릴 적, 시험 날만 되면
눈이 붓고 아팠던 기억처럼.
몸은 마음보다 먼저
가장 정직하게 내게 말을 건네는 존재다.
문득,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몸이 아프면, 그 아픔을 통해
하느님이 내 안에 계신 걸 느낀다.”
나는 아직 신을 잘 모르지만,
분명히 느낀다.
내 안에 숨 쉬는 작은 우주가
아주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고 있음을.
오늘도 나는 글을 쓰려다
결국 ‘나’에게로 돌아왔다.
눈이 말하고,
마음이 귀 기울이고,
손이 그 이야기를 적는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조금 더 맑아졌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니,
눈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
내일은…
가습기 뚜껑도 쉽게 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조금 더 나를 아껴줄 수 있기를. ☁️
#자기돌봄 #내면의목소리 #감정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