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찾아오는 몸의 변화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다림’ 속에 살고 있을까요?
누군가의 연락을, 혹은 어떤 반가운 소식을.
요즘 저에게는, 제가 쓴 글에 대한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습니다.
밤새 글을 쓰고, 아침 8시쯤 잠깐 눈을 붙였다가도,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하곤 합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제 몸은 아주 솔직한 신호를 보내옵니다.
눈은 침침해져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허리는 폈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며 의자 위에서 자세를 바꿉니다.
손가락은 더듬더듬 거북이처럼 느려지고...
그런 제 모습을 보며 “이러고 뭘 하겠다고...”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이 얄궂은 손가락은 또 어느새 키보드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묶어놓을 수도 없고, 멈추지도 않으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하고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쉬게 됩니다.
누가 그랬나요?
머리를 계속 쓰면 노화가 더디 온다고.
도통 이해가 안 됩니다.
나이 먹어 보니, 결코 그렇지 않더군요.
괜히 그 말을 믿고 ‘태평성대’처럼 지냈더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문득, 아버지와 아들의 목욕탕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며 “와, 시원하다~” 하시던 아버지.
그걸 듣고 아들도 덩달아 따라 들어갔다가
“앗, 뜨거워! 이렇게 뜨거운데 시원하다고요?”
하며 화들짝 놀랐다는 이야기.
제가 딱 그 심정입니다.
머리카락만 하얘지는 게 아니라, 머릿속도 하얘지더군요.
그 많던 잡생각들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뭐라도 적으려 하면 철자가 가물가물합니다.
그 얄미운 ‘잡생각’ 아이만 데려가지,
왜 ‘성성한’ 아이들까지 데려갔을까요.
성성한 아이들 하나 불러오려면, 머릿속을 한참이나 헤매야 합니다.
언젠가 엄마가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일기를 쓰려는데 철자가 생각이 안 나서,
책을 펼쳐놓고 확인하며 쓴다.”
엄마가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땐 그냥 ‘연세가 있으셔서 그러시겠지’ 하고 넘겼지요.
그 말씀이 가슴으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 나이에 철자 하나 틀리면 어때서…’ 싶었는데,
이제야 그 말씀이 가슴으로 들어옵니다.
나이 들면, 머리가 아니라
몸 전체가 함께 느려진다는 걸
글을 쓰며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엔 노인의 기준도 70세, 75세로 높이 자고들 하지요.
하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아직 그 숫자에 도달하려면 7~8년은 더 남았지만,
지금 제가 느끼는 불편함은 이미 그 나이 어귀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숫자는 숫자일 뿐이다’라는 말.
그건, 숫자를 몸으로 아직 겪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 같습니다.
갑자기 머리를 많이 쓰면 더 둔해지는 것 같고,
오히려 나이에 맞게 덜 써야 덜 힘든 느낌입니다.
우리 뇌도 몸도,
나이에 맞는 속도가 필요한 게 아닐까요.
나 참, 나이 먹는다는 게 이렇게 불편하네요.
비우는 건 편한데,
나이라는 숫자가 하나둘 채워질수록
몸도 덩달아 무겁고 불편해지는 걸 이제야 실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손가락은 또 어느새 키보드 위로 올라갑니다.
습관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백지장 같은 머릿속은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외치는데,
거북이 손가락은 ‘불평하든 말든, 나는 내 길을 간다’고 합니다.
나 참, 충실한 이 아이 손가락.
길들여진 이 아이.
오늘도 백지장 같은 뇌와 느린 손가락은
한집에서 각자 자기 역할을 해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해도,
그들과 함께 오늘도 버텨냅니다.”
그리고 오늘도,
문득 그때처럼, 동생 작가님의 방을 조심스레 기웃거려 봅니다.
글을 쓰고 나면 괜히 초창기 시절처럼,
‘지금쯤 일어나셔서… 제가 놓고 간 그 글을 보셨을까?’
그런 생각이 살짝 스쳐가곤 하지요.
이 글은 나이듦과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를 글쓰기를 통해 마주하는 경험을 담았습니다.
나의글정원 aka 매필정
#나이듦 #노화 #신체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