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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한 그릇

치매를 마주한 어느 여름날


노래교실에서 만난 시간의 얼굴들


며칠 전, 동네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노래교실에 다녀왔습니다. 덥고 숨 막히는 오후였지만, 공간을 가득 채운 노래 소리는 마치 그늘 아래 불어오는 바람처럼 다정했습니다.


“그 노래 소리 속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잊힌다는 것, 그리고 그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얼굴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에서, 시간의 흔적을 품은 두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잊힘과 울컥임, 노래교실의 단면


30명 남짓한 작은 공간 안, 활기찬 노래 소리에 저도 덩달아 어깨춤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제 눈길을 사로잡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겉보기엔 여느 어르신들과 다름없었지만, 그분들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계시다고 했습니다.


한 어르신은 총무님이 “2층 사무실에서 수강증 끊어 오세요” 하신 말씀을 듣고는, 수강료만 내고 그대로 집으로 가셨습니다. 총무님이 전화를 걸어 다시 오시라고 하셨고, 그제야 땀에 흠뻑 젖어 헐레벌떡 돌아오신 어르신의 모습에 미소가 번졌지만, 그보다 더 깊게 마음 한켠이 저려왔습니다.


“불과 방금 전까지 함께 계셨던 그분의 빈자리는 그날의 풍경 속에서 유난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강사님이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라고 하자 금세 울먹이셨습니다. 젊어 보이셨기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치매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현실이 저를 묘하게 흔들었습니다.



냉면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함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데, 평소 저를 유독 반가워해 주시던 한 어르신이 다가오셨습니다.


“우리 냉면이나 한 그릇 어때요?”


날씨가 몹시 더웠던 터라, 저도 시원한 냉면이 간절했지요. 제가 사겠다고 했지만, 끝내 본인이 계산하시겠다며 웃으시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정중히 인사드린 후, 그분을 집 근처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돌아오는 길, 두 분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렸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까 봐 두려워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고,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는 미래가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졌습니다.



치매, 기억의 그림자 너머의 이야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생각났습니다.

‘치매’라는 단어를 우리는 얼마나 가볍게 말하고 있을까.



� [알고 계셨나요?] 치매란?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치매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뿐 아니라 언어, 판단력, 감정 조절 등 여러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입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알츠하이머병(전체 치매의 약 60~70%)이며, 그 다음으로는 혈관성 치매가 있습니다.

그날 만난 두 어르신의 모습은 치매가 삶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조용히 보여주었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순간들


� 방향감각 상실과 실행 능력 저하

수강료만 내고 집으로 돌아가셨던 어르신처럼, 치매 초기에는 익숙한 장소에서도 길을 잃거나 복잡한 지시를 따르기 어려워집니다.


� 감정 조절의 어려움: 파국 반응 (Catastrophic Reaction)

울먹이던 어르신의 반응은 치매 환자에게 종종 나타나는 ‘파국 반응’의 한 예입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게 되며, 환자 본인에게도 고통스러운 순간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모두의 일상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을 넘어, 지혜로운 대비와 공존의 길


치매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비는 무엇일까? 두려움을 이겨내는 삶의 방식은 무엇일까?”



✔ 뇌에 좋은 식습관

• 오메가-3 지방산: 고등어, 연어, 참치 등 등푸른 생선

• 항산화 비타민(C, E): 과일, 채소, 견과류

• 통곡물과 섬유질: 혈당 안정 → 뇌 에너지에 도움

• 블루베리 등 베리류: 강력한 항산화 효과


✔ 뇌를 깨우는 생활 습관

• 규칙적인 운동: 걷기, 자전거 타기, 조깅 등

• 사회적 교류 유지: 소통은 뇌를 자극하고 우울감 완화

• 인지 활동 지속: 독서, 글쓰기, 퍼즐, 외국어 배우기

• 스트레스 관리: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

• 금연과 절주: 뇌세포 보호에 중요


� 작은 습관들이 모여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시간의 흔적을 받아들이는 지혜


노래교실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제게 치매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수강료만 내고 집으로 돌아가셨던 어르신,

울먹이던 분이 다른 이들의 노래에 미소를 지으시던 순간,

그리고 냉면을 함께 먹으며 “내가 살게요” 하고 웃으시던 모습.


그 모든 장면은 치매라는 질병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적인 존엄과 따뜻함을 말해주었습니다.


치매는 피하고 싶은 병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닿을 수 있는 노화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두려움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통해 그 시간을 공존의 삶으로 바꾸는 것이 아닐까요?


이 만남은 제게 ‘두려움’을 ‘이해’와 ‘대비’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몸의 모든 변화는 시간의 흔적이자, 우리가 살아온 삶의 기록입니다.

그날의 냉면 한 그릇처럼, 우리가 나누는 작은 온기 하나가 누군가의 잊힘 속에서도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그 따뜻함이 언젠가 나에게도, 혹은 내 가족에게도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여러분은 치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혹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흐려져 가는 사랑을 지켜본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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