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웃음과 아버지의 규칙, 그리고 사랑의 시간들
작은 불빛 아래 웃던 그 밤, 아직도 내 안에 있어요.
아주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는 해가 지면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한 풍경이었다.
별빛과 달빛이 희미하게 세상을 비추긴 했지만,
어둠은 집 안까지 깊게 스며들어 희미한 빛조차 없는 캄캄한 밤이 익숙했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밤을 밝혀주는 소중한 불빛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등잔불이었다.
저녁을 일찍 감치 먹고 나면, 식구들은 으레 등잔불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그 희미한 빛줄기 아래서 엄마는 바느질을 하셨고,
아버지는 일기를 쓰신 후 붓글씨를 쓰면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셨다.
오빠들과 나는 킥킥대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흙벽에 비친 그림자마저 정겹던 그 시간은, 우리 가족만의 작은 사랑방이었다.
오고 가는 이야기꽃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 작은 불꽃은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었다.
아버지의 불침번: “심지 다 딴다! 얼른 자라!”
하지만 등잔불 아래의 평화가 언제나 지속되는 건 아니었다.
이 작은 불빛에도 ‘원칙’이 있었으니, 바로 심지의 문제였다.
아버지는 그 밤을 밝히는 불빛의 심지를 무척 아끼셨다.
“이늠의 새끼들, 심지 다 딴다!”
심지가 다 타버리면 새로 갈아야 했고, 그것은 곧 돈으로 연결되는 문제였기에,
아버지는 등잔불을 ‘일찍’ 끄고 모두가 잠들기를 바라셨다.
밤이 깊어질수록 아버지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졌고,
간신히 눈치를 보며 등잔불을 켜놓고 오빠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면
건넌방에서 주무시던 아버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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