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꼬리가 찢어지고 잇몸이 욱신거려도, 나의 문장은 멈추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깊은 밤을 넘어 며칠째 이어지고 있네요.
의자에 꼼짝 않고 앉아
하루 12시간 이상 글쓰기에 몰두합니다.
밥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커피만 한 잔씩 홀짝이며
며칠째 같은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입꼬리는 찢어지고 잇몸 통증까지 생겼습니다.
젊었을 땐
며칠 밤을 새워도 끄떡없었는데,
이제는 몸이 쉽게 지치고 한계가 분명해졌죠.
‘나이가 체력을 못 따라주구나.’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어느덧 한 갑을 훌쩍 넘긴 나이,
칠순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환갑 전만 해도 몇 밤을 새워도
잠시 눈만 붙이면 다시 쌩쌩했죠.
젊은 날의 체력은
어떤 고된 일상도 견뎌내는
튼튼한 방패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그저 몇 시간, 밥도 잊은 채 글만 썼을 뿐인데
온몸이 비명을 지릅니다.
‘다 때가 있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습니다.
흘러가는 세월 앞에
몸은 쉬라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뜨거운 불길을 품고 있죠.
이 괴리감이
때론 참 서글픕니다.
지나간 세월이 문득 아쉬워집니다.
젊은 시절엔 글을 쓰고 싶어도
브런치 같은 세상이 있는 줄 몰랐으니까요.
시간도 많고 에너지도 넘쳤지만,
내 이야기를 꺼낼 만한 자리도 없었고,
그때는 글로 풀어낼 만큼
깊은 통찰이나
지금만큼 삶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늦은 나이에 브런치를 만난 건
저에게 큰 축복입니다.
서랍 깊이 잠들었던
기억의 보물상자를 꺼내
한 글자 한 글자 곱게 다듬고
글로 옮기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지나간 시절의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들을
쓰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합니다.
빛바랜 사진첩을 넘기듯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릅니다.
여름날,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던 기억,
방학 숙제를 도와주시던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 주신 작은 지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쓰다 보면
창밖은 어느새 새벽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글을 쓸 때,
어떤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또는 어떤 어려움에 자주 마주하시나요?
이 글쓰기가 주는 기쁨은 큽니다.
때론 몸의 고통도 잊게 할 만큼
강렬합니다.
그러나
문득 찾아오는 서글픔과 조급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과연 몇 살까지 이렇게 쓸 수 있을까?’
라는 조바심과 두려움이 찾아올 때면,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떠오릅니다.
“나이는 우리를 늙게 하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과 태도가 우리를 늙게 한다.”
나는 아직 마음으로 젊기에,
이 뜨거운 열정을 꺼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육신은 서서히 속도를 늦추지만
제 안의 불꽃은 여전히 뜨겁기에,
이 열정을 글로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을지,
또 얼마나 깊이 담아낼 수 있을지—
그 생각에 마음이 자주 앞섭니다.
어쩌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역설적으로 저를
더 글쓰기로 내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이 모든 감각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글쓰기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명확한 신호임을요.
입꼬리가 찢어지고 잇몸이 욱신거려도,
이마에 송골송골 비지땀이 맺혀도,
저는 오늘도 펜을 놓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한
삶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고,
그 이야기를 글로 엮는 한
제 영혼은 늘 가장 뜨거운 순간을 살아갑니다.
“글쓰기는 마음의 불을 지피는 행위다.”
— 조지 오웰
이 고귀한 시간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계속되길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제 심장은
뜨거운 붓이 되어
종이 위를 달립니다.
그리고 내일도,
아프더라도 계속 써 내려갈 겁니다.
글이 멈추지 않는 한,
나도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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