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화수 한 그릇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 물에 담긴 엄마의 마음을

안녕하세요,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혼자 아침 겸 점심을 먹다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독립해서 혼자 살아가는 아들.

지금쯤 밥은 잘 챙겨 먹었을까…?


그 짧은 생각 하나가

이상하리만치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고,

어느새 내가 어릴 적 바라보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오빠가 군대에 가 있던 그 시절,

엄마는 매일 뒷마당 장독대 앞에

하얀 사발에 맑은 물을 떠놓고

조용히 빌곤 하셨습니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한결같은 손길과 마음으로.


그땐 몰랐습니다.

그 물의 의미도,

엄마의 조용한 기도의 무게도.


“아, 울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이제야 엄마의 마음을 비로소 조금 알게 되어

이 글을 씁니다.


어릴 적 매일의 풍경 속에는

늘 한결같은 엄마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 세상의 모든 소리가 아직 잠든 시간.

엄마는 조용히 뒷마당 장독대 앞으로 나가셨습니다.


작은 돌판 위에 정갈하게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두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하시던 엄마.


하루가 저물고, 모두가 깊이 잠든 밤에

엄마는 다시 넓은 뒷마당 한켠,

장독대 앞에 조용히 앉으셨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아침과 저녁,

세상이 가장 고요해지는 시간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셨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의 짐을 묵묵히 짊어진 사람처럼,

어딘지 모를 애틋함과 고요한 신성함이 감도는

작고 깊은 의식 같았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 장면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엄마의 일상 중 하나,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처럼 당연하고 익숙한 풍경이었죠.


“왜 매일 물을 떠놓고 빌까?”

“그렇게 조용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실까?”

“왜 그토록 간절하게 오빠를 위해 기도하실까?”


여러분도 어린 시절,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님의 마음이 있으신가요?


어린 마음에는 그 모습이

조금은 고루하고 지루한 반복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엄마, 뭐 해?” 하고 물으면

돌아오던 희미한 미소의 깊이를

그땐 짐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엄마.


그 정화수 한 그릇에 담긴 것은

단순한 물이 아니였다는 것을요


그 안에는

자식을 향한 세상 가장 깊고 순한 사랑이,

세상의 풍파로부터 자식을 지켜내려는

엄마의 무한한 염려와 불안이,

그리고 오직 당신의 희생으로

우리가 무탈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절절한 기도가 담겨 있었음을요.


오빠가 군대에 간 그 시절,

엄마의 기도에는

아들이 군 생활을 무탈하게 건강히 마치길 바라는 마음과

가족 모두의 안녕과 미래를 향한 깊은 바람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그 시대 한 여인이

세상에 기댈 수 있었던

가장 순수하고 강인한 신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단 한 번도

“난 너희를 위해 이렇게까지 희생했어.”

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저 매일 아침과 저녁,

세상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

혼자 두 손을 모으셨을 뿐입니다.


그 투박한 손과,

자식의 미래를 향한 걱정이

고스란히 스며 있던 얼굴에

얼마나 많은 비장함이 담겨 있었을까요.


그 시절 엄마의 사랑은

말보다 침묵이었고,

행동보다 기도였습니다.


그때는 몰랐던

엄마의 눈물,

엄마의 침묵,

엄마의 뒷모습.


그 모든 것 안에 담긴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무게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이제야 알게 된 엄마의 마음이 있으신가요?


어릴 적에는 그저 지나쳤던

엄마의 습관, 말, 혹은 침묵 속에서

뒤늦게 발견한 사랑의 흔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만큼은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엄마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엄마,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아요.

그 마음,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의 마음에 평안과 사랑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엄마의사랑

#정화수기도

#가족에세이

#삶의기억

#따뜻한글

#오늘의감성

#브런치에세이

#마음기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