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son고인숙의 불을 켜는 사람들

세계관을 이루는 네 인물의 첫 등장

by 고인숙


네 인물의 성격과 숨결을 소개합니다



1. 화랑 -자유로운 보헤미안


짙은 갈색 머리칼을

손으로 툭 쓸어 넘긴 듯 자연스럽게

흐트러뜨린 청년.

체크 셔츠의 단추 두 개가 은근히 풀려 있어

그의 자유로운 기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웃음이 번지면

입가에 작은 보조개가 잡히는,

장난기와 따뜻함을 동시에 품은

30대 초반의 보헤미안.

그의 직업은—

‘작가 지망생.’

언젠가 세상 어딘가에 흘러나올지도 모를

이야기와 문장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나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어머, 단추가 두 개나 풀려 있네요.

오늘 분위기가 아주 자유롭네? ”

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원래 이런 스타일이에요. 선생님.”


2. 스텔라-별빛을 닮은 젊은 물리학자


두 번째로 들어온 인물은

늦봄의 기온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롱코트를 걸친 남자였다.

살짝 휘어진 검은 웨이브 머리칼이

이마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렸고,

그가 고개를 들자

깊은 밤하늘을 스치는 별빛처럼

차갑게 파란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름: 스텔라(Stella).

라틴어로 ‘별’.

누군가에게 작은 은혜처럼 빛을 비추는 존재.

28세.

블랙홀 연구 3년 차의 젊은 물리학자.

한껏 집중한 듯 보이는 차분함 속에

장난기가 살짝 숨어 있는 사람.

이미 12편의 논문을 냈고,

그중 하나는 ‘왜 고양이는 항상 발로 착지하는가’ 같은 호기심 어린 논문으로 유명했다.

코트 아래의 검은 셔츠는 단추가 두 개 정도 풀려 있었고,

그 무심함조차 계산된 듯 자연스러웠다.

그는 방 안을 한 번 훑어본 뒤

마치 익숙한 별자리라도 찾는 듯

조용히 미소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3. 이안-단어의 온도를 읽는 서점 주인

세 번째로 들어선 그는

이름 : 이안(lan)

lan 은 고대 게일어로 “신이 은혜를 베푸는 자”

진한 갈색 눈동자에 얇은 안경테를 쓴,

차분하고 정제된 얼굴의 40대 중반 남자.

깊은 시간이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다.

베이지 린넨 셔츠와

가르마 탄 검은 머리 사이로 스며든 옅은 회색

지식과 품위를 차분한 미소로 대신하는 사람.

직업은 인문학 서점 운영자이자 번역가.

단어 하나에도 온도를 읽어내는 사람.

혼자만의 세계에 너무 깊이 들어가 있고,

상대를 이해하려고만 했지,

자기가 정작 얼마나 어려운 사람인지를

모르는 사람.


까다롭고 고지식한 면도 있고,

감정 표현도 서툴러 관계는 늘 낯설다.

“서점에서 책과 번역본들 사이에서는 편하지만,

누군가의 곁에 있어야 하는 관계는... 그건 책처럼 읽혀지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사람


4. 솔거-기술과 미학을 큐레이팅하는 청년

마지막으로 들어온 인물은

이름 :솔거

20대 후반,

직업은 언론가이자 기술 큐레이터—

깔끔하게 정돈된 진한 갈색 머리와

잿빛 눈을 가진 청년.

입가엔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한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호기심 어린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질문을 던질 때, 일반적인 대화가 아니라 상대를

'큐레이팅' 한다는 느낌

높은 흰색 실크 차이나 칼라 셔츠에

다크 그린 벨벳 재킷,

재킷 깃에는 작은 브로치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절제된 선이 잘 살아 있는 테일러드 수트 차림.

셔츠 소매기장 까지 정확하게 맞춘,

지적인 기품을 숨길 수 없는 스타일.

"낡은 것 속에 숨겨진 새로운 진실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모든 기술은 결국 껍데기일 뿐이야.“

라고 말하는 묘하게 사랑스러운 사람.


모든 인물이 자리에 앉자

거실은 더 이상 조용한 방이 아니라

이야기가 태어날 준비를 마친 작은 세계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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