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수선 Oct 09. 2021

귀인

안녕하십니까. 이런 식으로 인사를 건네는 것이 무척이나 어색합니다. 나는 나의 상상 속에서 당신께 한 번도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건네 본 적이 없습니다. 나의 상상 속에서 당신과 나는 퍽 가깝습니다. 내가 수없이 당신을 나의 상상 속으로 불러내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어떠신가요. 아아, 이마저도 인사말로는 어색합니다. 보세요. 당신은 여전히 나의 상상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께 말을 건네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과 나는 항상 한 곳에 있었습니다. 나는 항상 당신과 함께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당신의 실존과 관계없이 당신을 상상 속으로 불러낼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나와 함께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미미한 존재고 당신은 대단한 존재니 나의 스침은 당신에게 어떠한 감각도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당신과 항상 함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모든 결정은 당신의 목소리를 빌어 이루어졌고, 나의 모든 감정은 당신을 기준으로 재단되었습니다. 나는 항상 당신께 질문합니다. 당신은 곧고 낮은 목소리로 내게 옳은 정답을 속삭여줍니다. 나는 당신에 의해 성장했고, 당신을 통해 삶을 바라보았습니다.


나의 귀인이여. 당신은 나의 존재를 모릅니다. 그러니 앞의 두 인사말은 모두 나의 독백입니다. 당신을 보내기 위한 나의 독백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은 나의 독백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배움이 느린 나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