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수선 Sep 02. 2021

배움이 느린 나에게

2021년 6월 27일의 일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배우는 게 느리다. 조금 빠른 것도 있고, 엄청 느린 것도 있고, 평균인 것도 있는데 조금 빠른 것은 그저 말 그대로 조금 빠를 뿐이고 평균인 것은 정말 딱 남들만큼 할 뿐이고 느린 것은 빠른 속도의 곱절만큼 느리기 때문에 그것의 총합을 내 보면 결국 음수가 나온다.

 조금 빠른 것은 글이 아닐까 싶은데 이마저도 내 생각의 깊이가 얕아서 가속이 붙지 않는다. 평균인 것은 영어. 아니다 영어도 사실 조금 느릴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 기준에서 가장 중간에 있는 것이 영어니까.

 느린 것은 과학이나 수학. 이것들은 너무 느려서 옛 저녁에 포기했다. 나는 이과 과목에 한해서는 중학교 3학년 때 즈음부터 학교 진도를 따라가는 게 벅찰 정도였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선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배우는 과정이 힘들다. 내가 무엇을 배우려면 즐기기보단 견뎌야 한다. 내가 즐기는 건 배우는 것이 아니다. 물론 즐기면서 성장은 하겠지만 배우는 것이 지적 발전이고 성장하는 것이 인격적 발전이라고 봤을 때 내게 즐기는 것은 배우는 것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말 그대로 지적 발전에 대한 욕심이 있고 이 부분에서는 지나치리만큼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내 배움의 속도와 양을 정확히 바라보아야 한다. 어찌 되었든 그 욕심을 매우려면 정직하게 한 걸음 씩 나아가는 수밖에 없으니까.


 나보다 빨리 배우는, 즉 내 열등감의 원인이 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그들을 질투하지 않으며 나를 자책하지 않기 위해서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은 우선 내 위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내딛을 걸음을 믿을 수 있다. 그래야 느리더라도 끝까지 나아갈 수 있다.


막연하지만 열흘 후, 100일 후, 1년 후,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절대 의심하지도, 자책하지도 말고.

작가의 이전글 솔직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