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무대: 로컬창업큐브(Local Startup Cube)
지금 우리는 어디서부터 혁신을 이야기해야 할까? “혁신”이라는 거창한 단어는 흔히 대도시나 최첨단 기술 기업에서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치열하게 현실과 맞닿아 있고, 작은 변화가 곧장 삶의 질로 이어지는 곳은 바로 지역(local)이다.
지역에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역의 인구 감소나 경제 침체 이야기가 그저 우울하게만 들렸다면, 이제는 지역 특유의 매력과 가치를 바탕으로 더 새롭고 참신한 형태의 창업과 혁신이 실현되고 있다.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개념이 바로 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즉 지역혁신중심 대학 지원체계다.
지역혁신의 주인공이 되는 대학과 공동체
RISE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역에서 혁신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데 있어, 가장 가까운 곳에 지식과 인재가 모여 있는 공간이 대학이기 때문이다.
지자체, 기업, 연구기관, 그리고 지역 주민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역만의 특색 있는 산업을 어떻게 창출할까?” 고민할 때, 대학은 정보와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 인재들이 창업에 도전하거나 지역 기업에 들어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RISE 사업의 핵심이다. 이는 곧,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협력해 ‘로컬에서 시작된 혁신’이 결실을 맺도록 하는 구심점이 된다.
로컬창업의 가치: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하다
‘창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카페에서 맥북을 펼쳐놓고 토론을 하는 청년들, 밤낮 가리지 않고 코딩에 몰두하는 개발자들, 스타트업 투자설명회(IR)에서 투자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답하는 창업자들…. 그런데 이러한 장면을 꼭 서울이나 판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는 그 지역만의 고유한 문제와 자원이 있다. 농촌이 많은 곳이라면 농산물의 가치를 극대화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관광자원이 풍부한 도시라면 다양한 체험형 관광 상품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 중요하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현대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렇듯 지역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로컬창업’의 의미다. 여기서 RISE의 지원이 더해지면, 대학이 축적한 연구·기술 역량, 학생·청년들의 아이디어, 그리고 지자체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한데 모여 강력한 창업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
혁신의 무대: 로컬창업큐브(Local Startup Cube)
만약 지역에 로컬창업큐브라는 통합된 창업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이곳에서는 예비창업자가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또 다양한 전문가·투자자와 만나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된다.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Startup Bootcamp’나 ‘로컬 특화 창업아카데미’를 열어, 지역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도록 지원한다.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시제품을 안정화하고, 초기 시장 검증(Proof of Concept)을 진행하면서,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데모데이와 멘토링 체계를 제공한다.
커뮤니티 행사: 지역의 기업, 지자체, 일반 시민까지 함께 참여해 ‘창업포럼’을 열고, 창업팀과 지역민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망을 만들어간다.
이런 공간이 생기면, 지역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른 사람들은 먼 대도시까지 갈 필요 없이 곧바로 ‘시작’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역을 연구하고, 지역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창업자 스스로가 ‘로컬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정책 제안: 로컬에서 글로벌로 뻗어나가기 위한 로드맵
그렇다면 이 로컬창업큐브와 RISE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할까? 몇 가지 핵심 사항을 꼽아볼 수 있다.
재정·행정 지원 강화
지역에 기반을 둔 창업은 수도권 대비 인프라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에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함께 초기 운영비와 인프라 구축 예산을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 또한, 로컬 창업아이템 특유의 규제에 대해선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최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인적 자원의 원활한 흐름
창업기업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지역 대학의 학생들이 현장실습·인턴십을 통해 스타트업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우수 창업기업이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연계가 필요하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
지역에서의 창업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면 세계로 바로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엑셀러레이터나 투자자와 교류하는 글로벌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초기부터 해외시장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성과관리와 환류 시스템
창업 성공률, 고용창출 효과, 지역 내 상생 협력 정도 등 정량·정성 지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개선하고, 우수 사례는 널리 확산시켜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서 생겨난 혁신, 다시 지역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로컬에서 시작된 혁신은 결국 사람들의 의지와 협력으로 완성된다. 대학이 연구 성과를 내고, 청년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 기업이 현실적 피드백을 주며, 지자체가 제도적·행정적 도움을 주는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혁신의 결과물은 다시 지역 주민의 삶에 스며들게 된다.
낯선 산업이 생겨나고, 청년들이 모여드는 활기찬 광경,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향해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의 끈기 넘치는 모습은 지역의 미래를 한층 밝게 만든다. 이런 방식으로 지역경제가 조금씩 성장한다면, 그 효과는 단순히 경제지표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 공동체의 자부심과 정체성으로도 이어진다.
함께 만드는 지역의 내일
결국 “로컬에서 시작된 혁신”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선 지금, 여기에서, 지역 사람이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창업이라는 형태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RISE는 이를 체계적으로 도와주고, 지자체와 공공·민간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정책제안이 실현된다면, 작은 도시의 한적한 거리에서도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솟아나고, 스타트업 멤버들이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의 믿음과 함께 걸어갈 ‘동행자’이다.
“로컬 창업이 과연 가능할까?”라고 묻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가능성을 넘어, 이미 시작되고 있고 곳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고. 그리고 이 작은 변화들이 모여, 대한민국 전역이 혁신과 도전의 무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RISE와 창업이라는 두 바퀴가 맞물려 지역에서 세계로 뻗어 나가는, 꿈과 열정의 여정을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