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코어를 쓰는 동작은 낯설었고 몸은 생각보다 느리게 반응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의 하루도 아닌, 내 하루였으니까.
하루의 끝에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하나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더 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지나온 하루를
몸으로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들숨과 날숨이 길어질수록 생각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말 대신 호흡이 있었고, 속도 대신 리듬이 있었다.
근육을 움직이는 동안 마음도 함께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었다.
몸에 남은 건 땀 한 겹과 미묘한 온기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 시간이 하루의 끝에 오래 머물렀다.
새해에는 이런 시간을 자주 남기고 싶다.
잘 해낸 하루가 아니어도, 아무 일 없이 흘러간 날이어도
하루에 하나쯤은 나를 위해 남겨두는 것.
오늘 내가 소중하게 남긴 한 가지는
운동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