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대화가 되지 못할 때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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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엄마와 나는 말이 줄었다.

말을 아껴서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해도

마음이 닿지 않는다는 걸

서로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 상처가 되던 시절을 지나

우리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식탁 위엔 조용한 수저 소리만 남고,

대화는 질문이 아니라

필요한 말 몇 마디로 줄어들었다.

“먹었어?”

“응.”

“몸은 괜찮아?”

“괜찮아.”

그 짧은 말들 속엔

하고 싶은 말들이 가득했지만

그 어떤 것도 꺼낼 수 없었다.

어색하지 않은 듯,

괜찮은 척하며

우린 서로의 눈을 피했고

눈빛 대신

침묵을 놓았다.

그 침묵은 때론

배려였고,

때론 무심함이었으며

어쩌면

작은 포기였을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상처도 없을 거라 믿었지만

말하지 않아서

더 멀어졌던 날들이 있었다.

침묵은 때로

가장 깊은 대화가 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침묵은

가장 먼 거리이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침묵을 깨는 용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걸 안다.

그땐 왜

그 작은 말 한마디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까.

“엄마, 나 요즘 좀 힘들어.”

그 말 하나면

우리는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은 끝내 나오지 못했고,

침묵은

끝내 대화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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