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14화 - 빼앗긴 식탁
집 앞으로 마차가 서 있었다. 자끌린 부인의 전용 마차였다. 그녀의 마차는 빨란 바탕에 초록과 금색으로 꾸며져 있어 어딜 가나 그녀임을 알 수 있었다.
궁과 같은 그녀의 집을 들어서니 많은 청나라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집사도 청나라 사람이었으며 그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식사자리에는 진과 슌 신부가 함께 있었다.
“오. 오셨네. 앉아요. 귀여운 아가씨.”
그녀는 오늘따라 유달리 흥이 나 보였다.
“오늘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준비하고 신경 썼는지 몰라요. 저에게는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접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랍니다.”
“아, 특히 신부님이랑 사제분! 이 아가씨 정말 이쁘지 않나요?! 내가 봤을 때, 이 나라 어디에서도 이런 미모는 찾을 수 없을 거예요. 그... 뭐라고 해야 하지? 이 동양에서는 왕의 여자들이 또 많잖아요? 얘가 그렇게 될까 무서워요~”
“하하하....”
두 사람 모두 웃으며 대답을 대신 했다.
“그나저나,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아. 전에 살던 곳에서 선교 활동을 하시던 분들입니다.”
“아~ 그래?”
“자끌린 사모님, 그나저나 반대로 저 친구와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아! 맞다! 죄송해요. 신부님, 이 친구는 공장에서 알게 된 친구~”
“아, 남편 분이 운영하시는...?”
“맞아요! 첫 날에 이 친구가 다른 친구 소개로 왔는데, 그 날따라 제가 일이 있어서 공장에 왔었거든요?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이 친구를 만나버렸지 뭐예요.”
“그럼, 신부님이랑 진은 어떻게...?”
“아! 자끌린 부인께서 교구회에 기부를 하셨어!”
“어머! 사제님! 뭐 그런 이야기를.... 촌스럽게....”
자끌린의 말에 사제가 눈치를 보자 수습했다.
“그게 다... 이 친구 덕분입니다. 전에 같이 식사를 한 적 있었는데, 성당 앞에 내려달라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물었어요. 이 성당을 다니냐고.... 그러니까 미사에 꼬박꼬박 참석한다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의외였죠. 믿음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소녀가 그 누구보다 믿음의 삶을 살고 있다는게... 그게 저를 반성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성당에 한 번 방문하게 된 계기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처음 성당에 갔을 때, 신부님과 사제분이 좋으신 분이라고 느낌이 확 오더라고요.”
자끌린은 그 누구도 민망하지 않게 만들었다.
“감사합니다. 부인.”
슌 신부가 그에 응답하듯 대답했다.
“우리 불란서인들에게 식사 시간은 단순히 무엇을 먹는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죠. 이건 하나의 ‘문화 향유’입니다. 하나에서부터 다른 모든 것을 조합하여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담고자 하는 것, 그것을 느끼고 교류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것이지요.”
“멋집니다! 사모님! 이렇게 좋은 식사자리에 참여할 수 있는 것만 하더라도 감사할 뿐입니다!”
진의 말에 자끌린 부인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그때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 자끌린, 늦어서 미안해!”
“어서 앉아요.”
부인은 일어서지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으면서 답했다. 그리고 그가 자리에 앉자 손님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 남편을 소개할게요. 레오, 레오입니다.”
“하하하하, 다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끌린에게서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네, 선생님.”
“오! 슌 신부님, 이곳 출신이 아니라던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먼 곳까지 선교활동을 다니시다니.”
“하하하.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는 저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돌아 오셨는데요.”
“하하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저는 뭐, 믿음과 함께 서역의 기술과 과학, 학문을 자랑하는.... 그 어떤 계몽의 사제...? 뭐 그렇게 봐 주시면 감사하지요!”
“....”
자끌린은 아무 말 없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입을 닦았다.
“그나저나 신부님은 어디에서 공부하셨나요?”
“프로이센에서 했습니다.”
“오! 굉장하시군요. 어떤 면에선 영국보다 나았으리라 생각이 드네요.”
“서로 장, 단점이 있어 선생님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어하시는지 이해가 됩니다.”
“음~”
식사가 끝나갈 때 즈음, 레오가 집사를 불러 무언가를 내 오라고 했다. 그가 명령하자 곧이어 차와 함께 노란색의 이쁜 조각으로 된 무엇들이 여러 가지로 등장했는데, 레오는 그것을 한 입 베어먹으며 먹어보라 제안했다.
다들 한 입씩 베어 물고는 낯설지만 황홀한 달콤함에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레오는 사람들의 그런 표정에 만족해했다.
식사가 마무리되고 신부님과 진은 먼저 온 마차를 타고 출발했다. 레오, 자끌린, 나 이렇게 셋은 그들이 출발하고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입을 먼저 뗀 레오를 쳐다보았다.
“자네가 내 공장의 인부라고. 자, 다시 들어가서 이야기 좀 더 하다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