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13화 - 온도
바깥에 이른 매미가 옅게 우는 소리만 울렸다.
정적을 깬 건 나였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
“별 일 없었어?”
“그냥... 그랬어.”
“.... 할머니는?”
타오는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냈다.
“할머니가 전하래. 돌아올 생각 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으라고. 이 늙은이는 알아서 잘 산다고.”
여태껏 참았던 모든 것이 북받쳐 오르며 타오 앞에서 쏟아내었다.
타오는 울음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하아....”
어느정도 진정이 되어야 입을 뗄 수 있었다.
“밥은? 배고프지? 내가 밥 차려줄까?”
청경채를 볶아 밥과 함께 식탁에 놓았다.
“넌 안 먹어?”
“난 아까 많이 먹고 와서 괜찮아.”
“그래도 네가 만든 건데 간은 봐야지 않겠어?”
“하하하하. 그래. 간은 봐야겠지?”
타오의 젓가락을 받아서 청경채를 간 봤다.
“으음~ 괜찮네.”
타오는 그때서야 식사를 했다.
식사를 끝낸 타오에게 차를 대접하며 다시 침묵에 빠져 차에서 올라오는 김만 바라보았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가.”
“...”
타오는 서툴렀다. 나는 그런 그가 귀여웠다.
다음날 아침은 꽤나 상쾌했다. 햇볕도 적당했고 그렇다고 습도가 높진 않았다.
출근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타오는 잠에서 일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가까이 가 그의 뺨에 입을 맞추자 그때서야 눈동자를 굴리며 잠에서 깨는 듯 했다. 타오에게 별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도 갈 곳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와중에도 타오만을 생각했다.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아! 너무 더워! 가서 물이나 한 잔 마시고 하자.”
해가 중천에 뜨자 더위가 심해져 공장이 뜨거웠다. 다들 순간의 갈증과 더위를 해소하고자 공장 밖 그늘로 피하며 더위를 누그러뜨렸지만 앞으로 남은 더위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생활들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한동안 말이 없던 인부들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돋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매가리가 없던 메이린이 유독 눈에 띄였다. 그녀는 공장 이곳 저곳을 들쑤시며 왁자지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종이 울리고 퇴근 일지를 쓴 인부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갔다.
“야. 오늘 우리 장보러 갈래?”
“장? 그래.”
“너 오늘 뭐해 먹을거야?”
“글쎄.... 추천 좀 해줄래?”
“흠.... 샤오치에즈?!”
“오?! 꽤 괜찮은데?”
“헤헤. 오늘 분명 입맛이 별로 없을 거야. 그럴수록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매콤한 걸 먹어줘야 한다니깐!”
“맞는 말이야.”
장에서 가지와 몇 가지를 샀다. 겸사겸사로 장을 구경하다 보니, 국수가 눈에 띄였다. 메이린과 나는 말도 하지 않고 국수를 사 쪼그려 앉아 한 그릇씩 해치워버렸다.
“캬~ 아니, 너무 허기가 지더라니깐, 참나, 저녁 해먹겠다고 장까지 봤는데, 이런 꼴이라니.”
“그러게. 그러면 내일 먹으면 되지.”
“....”
“오늘 산 건 오늘 먹어야지.”
“너 혼자 먹을 수 있겠어?”
“너.... 남자 있어?”
“어?”
“집에 남자 있냐구.”
“어..... 어.”
“진짜?!”
“으응.... 그냥.... 친구야.”
“흐흐.... 잘해줘?”
“그냥 뭐, 착해.”
“헤에, 내 남자는 꽤 못된 편이야.”
“에? 그런데 왜 만나?”
“너무 잘생겼잖아~”
“아하하하하.... 그래 그것도 중요하지.”
“으응. 그래서 늘 밥 시간이 제일 좋지. 서로 마주 보면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낙이잖아~”
“밥 먹을 때 널 보면서 먹어?”
“너어? 오늘 꽤 매섭다?”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는 메이린이 다시 해맑게 웃었다. 우린 그렇게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나 왔어. 어?”
타오는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냥 있어도 되는데, 나 요리 재료 사왔어.”
“어. 수고했어. 기다렸어.”
“헤, 많이 기다렸어?”
나도 모르게 살포시 그를 안았다.
“이거 뭐야?”
“가지랑 이것 저것. 사요치에즈 할려구.”
“내가 할게. 넌 씻고 좀 쉬어.”
“아니야. 내가 할 거야. 나 요즘 요리 잘해.”
분주히 요리를 만들고 타오를 불렀다. 그는 또 어디로 갔는지 대답이 없었다.
“또 어디를 간거야...”
혹시 몰라 밖을 나가보니 타오가 있었다.
“타오. 밥....”
“!”
타오는 진과 같이 있었다. 그 둘은 마치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듯 분위기를 잡았다.
“진, 타오 기억하지?”
“어.... 어....”
“타오 밥 먹게 들어와. 진. 너도 밥 안먹었으면 밥 먹고 가.”
“아니, 난 괜찮아. 가볼게.”
진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리고 내일 자끌린 부인이 신부님이랑 나랑 너를 초대했어. 마차가 이곳으로 올거야.”
“아.... 어.”
“그래 그럼 갈게.”
타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돌아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