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12화 - 허리 곧은 여자
아침부터 공장장이 사무실로 불렀다.
가보니 자끌린 사모님이 계셨다.
“안녕하세요?”
“오. 그래. 사모님이 자네를 찾더라.”
“공장장님, 잠시 이 친구랑 어디 갈 곳이 있는데 같이 가도 되나요?”
“어.... 예. 그러시죠.”
“일에 지장이 있을까요?”
“에이, 신경 쓰지 마시고 가시죠.”
“감사합니다.”
자끌린 부인과 함께 공장 뒤로 갔다. 뒤로가자마자 그녀는 곰방대를 물었다.
“피니?”
“아니요.”
“후..... 그래. 좋다.”
그녀는 연신 연기를 천천히 음미하며 뿜어댔다. 그녀는 남이 보지 않을때에도 늘 허리를 곧게 세우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구강을 만족시킬 때 까지 다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다리에서 무언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보았더니, 개미가 올라타 있었다.
제법 큰 놈이었다.
혹시나 터질까 봐, 조심스레 다리를 잡아서 살펴보았다.
어렸을 적, 그렇게 개미 다리를 뜯어 놓는게 좋았다. 개미 다리를 다 뜯어 놓은 뒤, 바닥에 두면 개미가 공벌레처럼 말아져 마치 놀이를 하듯 이리 저리 뒹군다. 중요한 것은 절대 더듬이는 뜯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더듬이를 뜯으면 머리도 뜯길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흥미가 떨어지게 된다.
어렸을 적에 왜 그렇게 작은 짐승들을 괴롭히는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불란서 요리 먹어 봤니?”
“아.... 네, 전에...”
“아! 너 맞다. 그래. 하하하. 가자.”
그녀를 따라 마차에 탔다.
마주 앉은 그녀는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 빤히 나를 쳐다보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았지만 어쩔 줄 몰라, 그냥 계속 바닥만 보았다.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
“네.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한데?”
“네?”
“뭐가 감사하냐고.”
“저는 그냥....”
“이거 혹시 내가 네 것까지 사라고 통보하는 거니?”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갑자기 그녀는 입을 가리며 크게 웃어댔다.
“너 너무 재밌다.”
“....”
“미안하다. 내가 좀 이상해서.”
“아닙니다.”
“장난이다. 내가 사는 거야. 내가 널 불러냈잖니.”
“너도 고향이 북경이 아니지?”
“네. 어떻게 아셨어요?”
“어딜 가나 뻔하지. 이런 대도시에 어디 하나 몸져 맡길데 없는 젊은 처자들....”
“...”
“에휴.... 너 남자랑 함부로 몸 섞지 마라.”
“갑자기....”
자끌린 부인이 포크와 나이프를 식탁에 큰 소리로 내려 놓으며 삿대질했다.
“농담 아니야. 그건 여자의 목숨이야. 끝이라고. 그리고 넌 내가 본 어느 청나라 여자보다 예쁘다? 그거 꼭 명심해.”
“감사합니....”
“그렇게 넘길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야. 꼭 명심해. 특히 뒤에 말한 거?”
“넵!”
“난 이 나라 차가 참 좋더라. 동인도회사에서 먹던 건 내 입맛이랑은 안 맞더라고.”
“꽤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음~ 물론. 내가 그렇게 평가가 후한 편 아니라니까? 봐 봐. 그런 면에 있어서 자기도 나에게 감사해야 해.”
“하하하. 네.”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까지 함께 자리했다.
“나중에 고향으로 내려갈거야?”
“여기 온 지 아직 별로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그래? 계속 여기 있어. 나 꽤 자기가 흥미로워.”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지켜보라지~”
부인은 외모처럼 매력이 통통튀는 분이었다. 그녀는 어떤 사내보다 예가 있었고 재미있었다. 그녀는 성당까지 데려다 주었다.
“어머. 자기 미사도 드려?”
“네. 맞아요.”
“매력이 아주 많은데? 하하하. 또 보자구.”
그렇게 마차를 보내고 성당을 잠시 배회했다.
무언가 모를 기분 좋음이 피어올라 이 상태로 숙소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성당 주변을 몇 바퀴 천천히 돌아서야만 흥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후우...”
한 숨을 깊게 내뱉고 고개를 돌려 숙소로 향하려 한 순간, 온 몸이 굳어버렸다.
“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