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女 21화

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by diletantism

21화 - 몰락한 용


“여러분! 빌어먹을 양놈들이 우리를 모두 죽이려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왔습니다! 여태껏 우리를 유린한, 냄새 나는 양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다시, 우리의 땅을 되찾읍시다!”

시위는 날이 갈수록 격화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어제는 일본인이 죽었다.


또 며칠이 지나자, 풍채 좋은 서구인이 길거리에서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사람들은 길거리에 보이는 외부인들은 가차 없이 죽일 기세였다.


서구군대가 베이징으로 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흥분한 청년들은 이 나라와 정신을 지키겠다며 군대에 입대하거나 의용군을 조직하며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아직 보이지 않는 적들이라 가늠할 순 없으나, 내심 이 젊은이들을 다른 노파들이나 아이들과 같이 힘을 보태고 싶어졌다.


그러다 아차 싶어 성당으로 가보았다. 이곳 성당만큼은 아직 사람들이 부수려 한 흔적은 없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예전에 진이 알려준 보조 열쇠가 숨겨진 바닥을 찾아 이리저리 손을 대며 열심히 찾았다. 꽤나 사람이 안 지나다닌 지 오래되어 열쇠가 없어졌을 수도 있겠다 싶은 순간, 딱딱한 무언가 만져져 들어 보았다.


다행히 열쇠였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성당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바깥에서 볼 때는 아무런 상처 없는 성당이었지만 안에 들어와 보니 깨진 창문들이 더러 보였다. 깨진 창문으로 새와 짐승들이 들어왔는지, 바닥에 새 똥과 나뭇잎들이 보였다.


거미줄 쳐진 마리아상 바로 아래 슌 신부가 앉아 있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너냐? 너가 왜 여길 들어오냐.”


“그냥... 한 번....”


“염치도 없구나....”


“....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냄새 나고 부패하며 멍청한 민족이 결국 사랑을 밀어내는구나...”


“....”


“너는 여기에 계속 살 거야?”


“있어야겠죠...?”


“여기 남게 되면 험한 꼴을 당하게 될 거다.”


“뭐....”


“이제 이 땅에 희망, 사랑은 없다. 나는 하늘의 뜻을 이해하고 이 땅에 사랑을 전파하러 왔으나, 여기는 유다밖에 없네.”


“.... 저.... 그럼 떠나실 건가요..?”


“그래야지....”


“신부님, 그럼 제가 이 성모상 하나 가져가도 될까요.”


“그러라지.”


“감사합니다.”


신부는 끝끝내 뒷모습만 보여줬다.


성당에 나와 곧장 자끌린 부인 댁으로 갔다.


그녀의 집 앞에는 많은 짐들이 마차에 실려 있었고 아직 싸지 않은 짐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듯했다.


“저... 신부님의 심부름으로 자끌린 부인께 전달할 것이 있습니다.”


“나에게 주고 가.”


전과 달리 차가워진 집사들은 그녀와 면담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직접 전달해 줘야 하는데....”


“아, 씨. 바쁘니까 그냥 나한테 주고 가라고!”


성모상을 전달하려는 순간, 그녀가 등장했다.


“다행이네~ 떠나기 전 인사를 못해서 어쩌나 했는데.”


“사모님!”


“뭐야. 왜 이리 들떴어? 내가 사라지니 이제 좋아진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데? 얼른 보여줘.”


“이거요!”


자끌린은 성모상을 보자 대답하지 않았다.


“자기.... 이거 계속 자기가 들고 있어 줄래?”


“네...?”


“내가 지금 이건 받은 거야! 근데 너한테 잠시 다시 맡기는 거야.”


“아.....”


“곧 이곳에 영국군들이 들이닥칠 거야. 어서 도망가. 짐승 같은 놈들이야. 자기의 아름다움을 함부로 뺏고 도륙 낼 자들이야.”


자끌린은 그 말과 나를 갑자기 와락 안고서는 두 뺨에 입을 맞춰 주었다.


자끌린 부인의 입술에서 뺨으로, 뺨에서 목덜미로 옮겨지는 온기가 어쩐지 오래 남았다. 나는 성모상을 품에 안은 채 터벅터벅 골목을 빠져나왔다.


나는 그녀에게서 마지막 사랑을 받았다.


그 순간이 지나자 나는 갑자기 발밑이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도시는 점점 깊은 구덩이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안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나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죽을지, 누가 떠날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아무도 없는 방에 놓인 성모상처럼, 그저… 가만히, 깨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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