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女 22화

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by diletantism

22화 - In the Name of Mary


밤이 되자, 시끄러웠다. 불안했고 무서웠다. 사람들이 흥분하여 지르는 비명 소리와 절규가 뒤섞여 나는 소리들이었다. 그리고 온 곳에 불을 질러 마치 낮처럼 환했다.


갑자기 문이 쿵쿵쿵하고 울렸다. 너무 겁이 나 얼어버렸다.


그때 밖에서 소리쳤다.


“나야! 슌! 어서 문 열어!! 시간이 없어!”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문을 열자 진짜 슌신부였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같이 가자.. 여기 있으면 다 죽을 거야.”


“어디로요...? 저는 그냥 여기 숨어 있을래요....”


“서양인들이 얼마나 무자비했는지 너 모르지? 널 유린할 거야. 장난감처럼. 지금이 마지막이야!”


“그럼... 잠시만”


“서둘러!”


혹시 못 돌아올 수도 있을까 싶어, 중요한 것들만 챙겼다. 그러다 문득 어디로 갈지 모르기에 신부에게 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요?”


“?! 빨리 짐이나 챙겨!!”


“알려줘.”


“난징!”


돌아올 타오에게 혹시나 싶어 난징으로 간다는 글을 적어 타오가 자주 여는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

슌신부는 타박하듯이 말했다.


“빨리 출발해요.”


그의 말을 끊어내고 앞장서도록 했다.


길거리는 비명과 죽음, 화염으로 휩싸였다. 정신없이 슌을 따라서 도망가 마차를 얻어 탔다. 어디서 본 익숙한 마차였다. 마지막까지 사모님은 배려가 넘쳤던 것이었다.


마차는 마치 불을 뿜는 것과 같이 빠르게 달렸다. 가는 길에 어렴풋이 성당이 보였는데 의화단원들이 건물을 범한 것처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는 듯했다. 그런 것은 애써 자세히 보아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슌은 가는 길 내내 혼잣말을 하며 자신의 목걸이를 연신 만져댔다.


난징으로는 마차로만 가지 않았다. 배를 타고 장강을 따라 난징으로 향했다. 새벽의 해무를 지나, 아침을 맞이하기 전 난징에 도착했다.


도착한 난징에서도 의화단들은 활동하고 있었다.


신부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선장에게 은 세 덩이를 건넸다. 선장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아는 듯했다.


나와 신부는 작은 지하실이 딸린 방을 구했다. 그의 어리숙한 중국어가 들킬 세라, 집 안에서 말고 밖에서는 말 못 하는 벙어리 신세가 되어버렸다.


슌 신부는 종종 혼잣말을 하며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무언가에 쫓기듯 기도했고, 밤이 되면 지하방 한구석에 앉아 자신만의 세계에 잠겼다.


난징에 도착하고 며칠 동안은 난징을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장도 보았다. 여기도 북경과 다를 것 없이, 분위기는 삭막했다. 어디서든 서구 열강들이 우리 민족을 무너뜨렸다는 젊은이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난징에 도착하고 보름이 지나고 지하방에 박혀 있던 신부가 문을 박차고 나왔다.


“아. 놀래라. 뭘 그렇게 문을 세게 열어요....”


“무슨 상관이지?”


“아니, 그렇게 세게 열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너의 그런 뻔뻔함은 사람을 죽이고도 여전하구나.”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오죠?”


“내가 거짓말했나? 너가 진을 죽였잖아.”


“그만하시고, 밥이나 좀 드세요.”


“더러운 놈들....”


그와 대화하기 점점 싫어졌다.


나는 며칠 동안 지하실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신부는 이후로 내가 밖에 나가는 것을 유난히 경계했다.


“밖은 위험해. 지금 이곳에서 나가면 아무도 너를 책임질 수 없어.”


그의 말은 걱정처럼 들렸지만,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나는 조용히 대꾸했다.


“여기는 마치 감옥 같네요....”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느 날 밤, 슌 신부는 기도하자며 나를 불렀다.

나는 마지못해 그의 앞에 앉았고, 그는 낮은 목소리로 기도문을 읊었다.

그러다 갑자기 내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나는 놀라 손을 뺐지만 그는 말을 이었다.


“주님, 이 소녀를 축복하소서. 그녀의 고통과 두려움을 없애주소서...”


기도는 이어졌지만, 그의 손은 내 뺨으로, 그리고 어깨로 옮겨갔다.


나는 몸을 돌려 그를 밀쳤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는 당황한 듯 손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너는 지금 제대로 된 믿음으로 삶을 살아가야 해. 그것만이 네가 제대로 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될 테니까”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죠?”


“뚱딴지? 너, 다시 말해봐.”


“당황스러우시죠? 저도 이야기할게요! 신부님! 니니랑 그 짓거리까지 하시면서 어찌 주님을 입에 담으세요!”

슌은 그 순간 뺨을 쳤다.


“야이 년아! 야이 더러운 년!”


“아악!”


신부와 나는 서로 엉켜 목을 조르고 꼬집고 할퀴며 뒹굴었다.


“이 개 같은 년. 너 같은 년은 사탄이야. 사탄!”


슌 신부는 짐승처럼 소리를 질렀다. 숨이 넘어갈 듯한 상황에서 무언가 눈에 들어왔다.


성모상이었다.


먼지가 쌓여, 하얗게 빛이 바랜 채로

지하방 한 모퉁이에 엎어져 있었다.


나는 악을 지르며 목을 조르는 슌의 눈을 찔렀다. 그리고 기어갔다.

나는 그것을 들었다. 가볍게 느껴졌다.

슌 신부는 여전히 고함을 질렀다.


“이 더러운 년! 네가 감히... 감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모상을 그의 머리 위로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피가 튀었다.


그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건 내 숨소리였다.


그의 지하실 방 문지에는 일본어로 된 글이 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 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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