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법철학 목차 개요를 살펴보자.
제 1부 추상법(abstract rignt), 맹목적 준법주의의 차원에서의 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가끔 보도되는 생계형 범죄에 대해 일말의 허용도 용서치 않음.
제 2부 도덕 맹목적 양심주의의 차원, 앞서 추상법적 차원과 달리 주관적인 차원으로써 흔히 우리가 아는 범위의 도덕이라 보면 된다.
제 3부 인륜성(sittichkeit), 구체적, 양심적, 종합적 인륜성은 앞선 추상법의 객관적 차원과 도덕의 주관성 차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타성을 띄는 것을 의미 한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법이라는 것의 배경에는 결코 독단적인 판단에서 시작하여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요소들이 사회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견고하다는 것이 주요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인륜성(Sittlichkeit)은 단순히 “도덕적으로 착한 삶”을 말하지 않는다.
헤겔에게 인륜성이란, 개인이 추상적 법과 주관적 도덕의 한계를 넘어 사회 속에서 자신을 실현하는 구체적 삶의 형식이다. 그 출발점은 ‘가족’, 그리고 그 다음은 ‘시민사회’, 마지막은 ‘국가’다.
가족은 인륜성의 출발점이다. 개인은 여기서 더 이상 ‘나’가 아니라 ‘우리’로 존재한다.
사랑과 신뢰라는 감정적 유대로 묶인 관계이며, 법 이전의, 도덕 이전의, 자연스러운 공동체다.
그러나 가족은 영원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자녀는 성장하여 독립하고, 부부의 결합은 언젠가 해체된다. 사랑은 영속하지 않으며, 따라서 확실한 제도로 남을 수 없다. 그리하여 가족은 자신을 넘어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게 된다.
시민사회는 감정이 아니라 이익으로 엮인 공동체다.
가족이 “혈연과 사랑”으로 결속된 집단이었다면, 시민사회는 “계약과 교환”을 기반으로 성립한다. 이곳에서 인간은 자립적 주체로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한다.
시민사회는 분열된 세계다. 모두가 자유를 원하지만, 그 자유는 곧 충돌을 낳는다. 그래서 여기서는 ‘법’, ‘시장’, ‘제도’가 등장한다.
그것은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서로의 욕망이 부딪치지 않게 하는 조정 장치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노동(Arbeit) 이다.
노동은 개인이 단순한 욕망의 존재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행위다.
노동을 통해 인간은 자기와 타인의 매개된 관계를 경험한다.
즉, “나는 일함으로써 타인을 위해 존재하고, 타인은 나를 통해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연적인 존재,
이것이 헤겔에게 있어 인륜성의 핵심이다.
시민사회의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충돌한다면, 그 갈등을 종합하고 조화시키는 단계가 바로 국가(Staat) 이다.
국가는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가 보편적 질서와 합리적으로 결합된 형태다. 헤겔은 이를 ‘객관적 자유의 실현’이라 부른다.
이 개념을 교수님께서는 ‘폴리짜이(Polizei)’로 설명해주셨다.
단순히 출동 명령을 받아 행정 절차를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인식과 법 집행자로서의 책임을 함께 통합해 작동하는 존재, 즉, 두 입장을 종합하여 사회의 궤도를 조정하는 역할 —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폴리짜이라 하셨다.
헤겔의 체계에서 폴리짜이는 단순한 ‘경찰’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사회의 무질서를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국가의 강제를 그대로 밀어붙이지 않고 이성적으로 조율하는 중간 장치다.
그는 국가 권력의 대리인이자, 동시에 시민사회의 일원이다. 행정적 ‘기능’이 아니라 인륜성의 살아 있는 실천으로서 존재한다.
아마 지금의 한국 경찰이 진정으로 되고자 하는 바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단순한 공권력의 하수인이 아니라,
사회라는 궤도 안에서 법과 인간, 질서와 양심을 함께 지탱하는 존재로서의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