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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공사 Jul 23. 2021

안녕하세요. 학습된 F입니다.


'한국은 심리테스트에 진심인 민족이다'라는 문장을 보고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연애심리 테스트, 꽃 테스트, 동물 테스트 아주 다양한 심리테스트가 있고 아마 그 정점에는 MBTI(성격유형검사)가 있으리라 개인적으로 예측해본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의 MBTI를 묻곤 했다.


나라고 다르겠는가, 심지어 나는 이 검사를 몇 번씩이나 흥미롭게 해 본 축에 속한다. 검사를 하면 100에 100, 즉 한 번도 빠짐없이 INFP란다. 내향형, 직관형, 감정형, 인식형을 조합하면 나오는 게 바로 나다. 나름 과학적인 것 같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성격 설명과 특징이 줄줄이 쏟아진다. '게으르지만 책임감이 멱살 끌고 가는  타입' 이 설명이 제일 소름 돋는다. 정말이지 나는 기립도, 보행도 아닌 좌식도 아닌 와식이 제일 좋은 사람이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제일 싫어 움직이고 일하게 되는데 그게 성격유형으로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니.. '역시 MBTI 과학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법하지 않은가...


다만 늘 자신에게 아리송한 파트가 바로 감정형과 사고형이다. ( F와 T)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나는 왜 감정형이 나오는 건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내가 감정형의 사람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난 울어서 해결되는 건 없고, 힘든 일을 나눠서 나아지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다. 고로 주변 사람들이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하면 위로를 해주려 하지만 여간 쉽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나는 사고형이 맞는데, 왜 감정형이 나올까.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학습된 F>라는 결론이 머릿속에서 도출되었다. (지금부터는 작가의 개인적인 추론이며 의견이다.)


<학습된 F>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이 필요하다고 주변으로부터 학습되어 만들어진 성격이라는 뜻이다. 다들 유년기 시절 남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해하고 위로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친구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울고 있으면, '돌을 치워준다'가 정답이 아닌 '우는 친구를 위로해준다'가 정답인 것. 이런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아, 감정은 공감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생각을 하게 학습되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나를 빗대어보면 나는 그랬던 것 같다.


감정형의 사고 자체가 싫거나 별로고 사고형이 좋다의 뜻은 전혀 아니다. 다만 교육 시스템 자체가 자율적인 생각이나 표현을 막고 있었나 생각을 해보게 된다는 것이다. 친구와 싸우면 꼭 감정을 공유하며 화해를 해야 하고, 서로에게 불필요한 감정이지만 아이들이 서로의 슬픔을 공감하여야 하는 과정이 맞지 않는 타입의 유년이라면 생각보다 답답하고 힘들지 않을까?  아마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웃기게도 나는 내가 조금 나쁘다고 생각했다. 친구의 감정이 피부로 와닿지 않을 때에 나는 내가 마음씨가 못됐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사실 <학습된 F>라는 건 순전히 내 생각이기 때문에 실제 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혹시 유년기인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본인의 마음을 편하게 펼쳐나가길 바란다.


성인이 되어서 생각하니 조금 억울하더라고, 내 마음을 내가 못됐다고 생각한 게.

본인 안에서 일어나는 답할 수 없는 모든 질문들은 당연하며, 이 과정으로 인해 우리는 조금 더 과감하고 솔직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는 다르고, 생각의 흐름에 본인을 자유로히 내던질 준비가 되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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