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직장생활의 꽃은 승진이라고 누가 말하였던가?
나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처음 입사부터 이제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승진의 문턱을 넘어 현재 바라고 바라던 한 부서의 장이 되었다
너무나 바라고 원하는 일이라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러나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 승진했어요'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간 참아왔고 억눌렸던 나의 마음을 풀어서 쓰고 싶어서 이다
이번의 진급은 전과 달리 높다면 높은 직급이라 최고점으로 기쁘고 최고의 선물로 여겨야 마땅하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오히려 더 우울하고 가라앉는다
이번 승진을 위해 몇 년간 참아왔던 설움과 억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울컥울컥 떠오르고 때론 그 누구가에겐 원망도 생긴다
겉으로는 축하받을 일이니 기쁘게 부서 직원, 중간관리자, 부서장 골고루 몇 번씩 밥과 술을 사지만 진작 가장 고생한 나 스스로는' 이게 무언가? '하는 마음도 생긴다.
승진하기 불과 한 달 전에는 교통사고도 당했었다
길을 걷다다 갑자기 뒤에서 전동 킥보드에 받쳐서 몸이 '붕'하고 날아가서 떨어진 후 머리에 솟구치는 피를 부여잡고 119백 차에 실려 병원에 가서 꿰매는 일이 있었다
물론 손과 무릎 발목도 말이 아니게 다치어 정형외과병원도 한동안 다녀야 했다
몇 주간 안정을 취하라는 진단이 나왔음에도 입원커녕 쉬지도 못하고 머리에는 붕대를 하고 그다음 날도 계속 출근을 했다. 제발 이 시기가 지나가고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대하면서 ~
누가 억지로 나오라고 말한 사람은 없다
오히려 팀에서는 직원들이 "팀장님 쉬지 왜 나왔어요"라는 말을 들어가며 꾸역꾸역 출근해서 업무를 챙겼다
이유는 단 하나, 그때가 근평시기였기에 마음 놓고 쉬기가 어려웠다
머리에 붕대를 하고 남들이 혹여나 말이 나오는게 싫어서 가발까지 쓰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출근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근평서열이 잘 나와서 드디어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승진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제껏 시달리던 불면증과 소화불량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몸도 마음도 얼른 회복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화가 불끈불끈 차올라 어디 가서 실컷 화풀이도하고, 이제껏 속에 담아두었던 애써 무시하고 억눌렸던 내 감정을 막 표현하고 싶다.
하지만 이 것도 어디까지 내 생각이고, 출근하여 조용히 일을 한다
불같이 답답한 마음을 어루만지며, 이 마음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
앞으론는 그 무언가를 위해 나 자신을 억누르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