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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일기 Nov 26. 2024

첫째 딸

결혼하고 1년 후 큰 아이를 낳았다.

누구나 다 부모는 처음이지만, 특히 학교 졸업 후 취업하고 결혼하고 정해진 루틴대로 살다가 태어난 아이는 정말 생소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우리 큰애는 모유가 안 나오는 나를 위해 우유도 잘 먹고 쑥쑥 잘 커주었다

하루종일 직장생황을 하고 집에 와서 변변한 반찬을 제대로 해준 적도 없는데, 밥도 정말 잘 먹고 병치레도 없이 잘 자랐다

학교에 다닐 때도, 처음 1학년에 입학한 우리 아이 반에는 유독 첫째가 많아, 엄마들의 관심이 유독 많았다

자연스레 학교 방문을 잘 못하는 나는 학교 도우미 역할도 제대로 못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딱 1년 우리 아이는 잘 놀다가도, 친한 엄마들끼리 아이들과 함께 모이면 같이 가지도 못할 때가 많았다

학교 입학 후 1년 동안은 하교 미술학원에서 식사를 하고 숙제를 봐주기도 하며 저녁에 오는 일정으로 보내었다

퇴근 후 다른 아이들은 친구들 집에서 엄마들과 같이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우리 아이는 함께 못 어울리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점차 고학년으로 갈수록 친한 친구들도 차츰 생기더니,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었는지,  웃음이 많은 재치 있는 모습이었는지 아이들한테 인기도 많아지면서 나의 시름을 놀 수 있었다

어떤 날은 회사 다녀오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고 무언가 열심히 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혼자 손가락으로 가리고 받아쓰기를 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점차 이렇게 자기 할 일을 혼자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혼자 알아서 생활하는 아이가 당연스레 느껴졌다

이후 대학교 입학원서를 쓸 때도, 재수학원에 등록했을 때도,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닐 때도, 이제껏 별로 내가 크게 관여를 한 적이 없다  

가끔 내가 관심을 가지려 하면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  언제부터 내 일 상관했어?"라는 말을 한다.

살짝 서운도 하지만  딱히 반박할 말도 없다

그리고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너한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너를 믿었기 때문이다'

우뚝 솟은 소나무처럼 넌 항상 엄마한테 사시사철 푸르게 자라는 소나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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