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한밤중에 달려와 준 친구

by 샐리

후회라는 이름의 그림자

아기를 낳는 순간, 나는 죽음을 스쳐갔다.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지나왔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고통은 그 이후에 찾아왔다.

젖은 나오지 않는데, 가슴은 불덩이처럼 부어 올랐다. 손끝만 스쳐도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두통, 부은 몸, 잠들지 못하는 밤. 나는 매일같이 죽음과도 같은 통증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런데 그 무렵, 남편의 늦은 귀가가 시작됐다.
“가족이 생겼으니 더 열심히 일해야 해.”
그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내게 변명처럼 만 들렸다. 진심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나는 외로움과 고통 속에 점점 더 깊이 가라앉고 있었으니까.

출산한 지 2주쯤 된 어느 날, 자정 종소리가 울렸다. 남편이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리자, 나는 그대로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갈 곳은 없었다. 단지 그의 얼굴이 더는 보기 싫었을 뿐이다.

그 순간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예전의 남자사람친구.
나는 밤 12시가 지난 시각, 무모하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땀에 젖은 추리닝 차림으로 헐레벌떡 그는 달려왔다. 내가 갓 아기를 낳은 산모라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다만 살이 조금 찐 것 같다는 말만 내뱉었다.

출산후에 겨우 2주가 지났기 때문에 두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그와 나는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는 여전히 유머가 넘쳤다.

이상하게, 이친구와 결혼을 상상하면 바람을 피울 것만 같은 사람이라는 불안이 늘 마음속에 있었다. 그래서 결혼을 앞두고 나는 연락을 끊었다.

심지어 엄마가 점집에 갔다 와서 했던 말도 내 결정을 더 굳혔다.
“네 결혼식장에 남자가 둘 나타날 거라더라. 혹시 남자친구가 있으면 당장 정리해라.”
그 말이 미신임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을 죄었다. 결국 나는 그를 밀어냈다.

그런데도, 2년 만에 걸려온 내 전화를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한밤중에도 그는 내 곁으로 달려왔다. 내 얼굴 가득 드리운 그림자를 보며 이미 짐작했을 것이다.
“잘 지내? 남편은 잘해주고? …못해주면, 당장 내게 와.”
그는 그렇게 유머스럽게 말했다. 이 때는 한여름이라 밖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더운 여름 자정, 그렇게 한1시간정도 이야기를 했다 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여자 친구에게 전화 하고싶은 마음은 없었다 왜냐하면 바로 내 이야기가 그들의 입답화에 오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하소연하듯 연락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남자들은 결혼하면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그럴수도 잇어 아마 나도 그렇게 했을거야’ 라면 나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이런저렁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남편은 이미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나는 속으로 울부짖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연락을 끊은 뒤에도 그는 나를 찾으려 애썼다는 걸. 절친 지희가 털어놓았다. “연락처 좀 알려달라”며 매일같이 부탁했다고

지금 와서 문득 생각한다.
그와 결혼했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아니, 모든 건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
다만, 후회라는 이름의 그림자가 오늘도 내 곁을 따라다닐 뿐.


keyword
작가의 이전글7. 새벽 4시 10분, 너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