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ton Abbey: The Grand Finale’
‘Downton Abbey: The Grand Finale’
내가 영국에 처음 왔을 때, 낯선 환경 속에서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그때 나에게 다가온 것이 바로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였다.
아들이 권해준 영국 드라마 는 나에게 작은 창문 하나가 되어었다.
귀족 가문의 일상과 하인들의 삶이 겹쳐지는 그 풍경은, 마치 오래된 수채화처럼 차분했고, 어딘지 모르게 위로가 되었다. 말이 많지 않아도, 누군가를 끝까지 지켜보는 인물들의 시선 속에, 낯선 타지에서 외로움을 겪던 나 자신의 마음도 함께 놓여 있었다.
나는 어느새 이 드라마를 기다리게 되었고, 하루의 끝을 그들과 함께 마무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장면 하나하나가 나의 감정과 겹쳐졌고,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영국이라는 공간에 스며들고 있었다.
한때는 촬영지인 하이클레어 성을 직접 찾아가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그 바람은 조용히 접어두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저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내 삶에 잔잔하게 스며드는 것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시간이 흘러, 드라마는 영화로 이어졌다.
프랑스 친구 세실과 함께 본 첫 영화의 기억은 아직도 따뜻하다. 우리는 상영이 끝난 후 근처 카페에 앉아, 한참 동안 드라마 속 대사와 장면, 인물들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시간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고, 함께 느낀 감정은 국적을 뛰어넘는 교감이었다.
다운튼 애비 속에서 내가 가장 깊이 마음을 둔 인물은 아버지 로버트와 큰딸 메리였다.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끝내 품위를 잃지 않던 그들의 모습은 낯선 환경에 서 있던 나에게도 작은 용기를 주었다. 변화는 때로 고통스럽지만, 품격 있게 견디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그들이 보여주었다.
많은 추억이 가득한 드라마 다운튼 애비의 마지막 이야기, The Grand Finale가 오는 9월 12일, 영국 전역에서 개봉한다.
이 작품은 단지 시리즈의 종결이 아니라, 그 시간을 함께 걸어온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조용한 작별의 인사일 것이다.
나는다시 극장으로 향할 것이다.
그 시절 나를 위로해주었던 이야기에게,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그리고 한 이방인의 마음으로 조용히 작별을 건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