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가 정말 믿기 힘든 장면을 마주한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채널을 돌리던 어느 저녁,
화면 속에는 다 벗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들을 둘러싼 분위기는 꽤나 진지했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네이키드 어트랙션(Naked Attraction)’.
영국의 채널4(Channel 4)에서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슬로건도 아주 솔직하다.
“서로의 벗은 모습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그들이 당신을 좋아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게 실제 방송에서 쓰이는 문구라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프로그램은 꽤 간단하면서도 충격적이다.
데이트 상대를 찾으려는 옷을 입은 한 명의 출연자가 있고,
그 앞에는 완전히 나체인 여섯 명의 후보자가 부스 안에 서 있다.
부스는 처음엔 불투명해서 실루엣만 보이다가,
발 → 다리 → 복부 → 가슴 → 얼굴 순으로
몸의 각 부분이 점점 드러난다.
각 단계마다 출연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를
**‘버저’**로 탈락시키는데,
그 탈락자들은 알몸 그대로 부스 밖으로 걸어나와 인사를 하고 퇴장한다.
그제야 그 사람이 옷을 입은 모습이 화면에 잠깐 비춰진다.
그걸 보고 후회하는 출연자의 표정은… 참 묘하다.
마지막 한 명이 남으면,
이번엔 출연자도 옷을 벗는다.
서로 알몸으로 마주 선 뒤, 그제서야 옷을 입고 데이트를 하러 간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벗은 몸’에 기반한 데이트다.
놀라웠던 건 이 프로그램이 성별이나 성적 지향에 제한이 없다는 것.
남자가 남자를 고를 수도 있고,
여자가 여자를 고를 수도 있으며,
나이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그만큼 영국 사회에서 ‘몸’과 ‘성적 표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영역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2016년 첫 방송 당시,
당연히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130만 명이 첫 방송을 시청하며
폭발적인 반응도 함께 쏟아졌다.
현재는 벌써 시즌 8까지 방영 중이며,
과거 출연자 중 실제 커플이 된 사람들을 소개하는 특집 방송도 있었다.
그 중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단다.
“남자친구를 알기도 전에 알몸을 먼저 본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우린 지금 너무 행복해요.”
이 프로그램을 다 보고 난 후,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옷이 날개다”라는 속담이었다.
정말 그렇다.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길고 짧고, 마르고 통통하고, 상체가 크거나 하체가 큰 사람 등
그 모든 ‘다름’을 우리는 옷으로 감싸고 표현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게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옷은 단지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주는 도구니까.
물론 이 프로그램의 존재가
모든 영국인의 취향이나 문화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겐 용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그저 재미있는 예능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의 벗은 몸보다 어떻게 옷을 입고 자신을 표현하는지에 더 마음이 간다.
옷차림에는 그 사람의 감각과 태도,
자신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잘 벗는 사람’보다는 ‘잘 입는 사람’에게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