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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개는 가족입니다, 진짜 가족
개를 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눈이 갑니다.
그들이 개를 대하는 모습이 정말 다정하고, 따뜻하거든요.
처음엔 그냥 ‘강아지를 좋아하나 보다’ 했는데,
지내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이곳에서 개는 그냥 반려동물 그 이상의 존재라는 걸요.
제 이웃들 이야기예요.
친구 버지니아는 ‘체스터’와 ‘말리’라는 귀여운 개 두 마리를 키워요.
윗집 봅 아저씨는 제이크라는 나이든 개와 함께 살고요.
그리고 이사벨이라는 우아한 중년 여성은 무려 다섯 마리의 개를 키웁니다.
그녀의 개들 이름도 다 외웠어요.
샤일로, 오스카, 벤지, 세이버, 막스.
이사벨은 늘 정장을 차려입고, 메이크업도 깔끔하게 하고
다섯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요.
그 모습이 어찌나 멋지고 당당하던지, 개들까지 당당해 보일 정도예요.
영국에서 개는 그냥 기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사는 존재”, “가족” 그 자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2020년 3월, 코로나로 인해 영국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사람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결과 반려동물을 입양하거나 분양받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수요가 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아지 분양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었죠.
특히 닥스훈트, 잉글리시 불독, 프렌치 불독 같은 인기 품종은
3000파운드(약 450만 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고,
코커스패니얼은 전년 대비 184%나 가격이 올랐다는 보고도 있었어요.
개 한 마리 값이, 정말 차 한 대 값이 되어버린 거죠.
그렇게 강아지에 대한 수요가 치솟다 보니
슬프게도 범죄도 따라 늘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개 도난 사건이 급증했죠.
어떤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동안 반려동물 도난이 250% 이상 증가했다고 해요.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겁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실제로 노팅엄에 사는 한 여성은
자신의 개를 도난당한 뒤,
무려 18일 만에 130마일 떨어진 곳에서 다시 찾았다는 사연도 있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대요.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그 일 이후, 내 개를 절대 혼자 걷게 하지 않겠다.”
영국에서는 개들에게 칩이 내장되어 있어서
등록번호와 이름으로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이 있어요.
마치 사람의 신분증 같은 역할이죠.
그래서 잃어버린 개도 찾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도난된 개를 누군가가 모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게 훔친 개인 줄 몰랐어요.”
이런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무너지는 경우도 생기죠.
사실, 저라도 알았으면 안 샀을 거예요.
도난만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동유럽, 특히 루마니아 같은 곳에서 불법으로 강아지를 밀수해오는 사례도 늘었어요.
제대로 먹이지도 않고, 건강하지도 않은 강아지들이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팔려나가곤 했죠.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사이트에선 귀여운 사진만 잔뜩 올려두고,
입금하면 개는 오지 않고 사라지는 식이죠.
그리고 지금, 팬데믹이 점차 끝나가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어요.
그때는 함께 하고 싶었던 반려동물들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거예요.
한 동물보호단체는 하루 평균 7,000통의 전화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젠 더 돌볼 수 없어요.”
“보호소로 보내고 싶어요.”
이런 요청들로요.
영국에서 개를 키우려면 정말 많은 것이 필요해요.
하루에 두세 번 산책은 기본이고,
정원이 있거나, 공원이 가까워야 하고,
보험도 필수예요. 종류도 정말 다양하죠.
경제적인 부담도 크고,
시간과 체력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영국처럼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쉽게 키우고, 쉽게 버려지는 반려동물 문제는 아직도 여전합니다.
요즘도 거리를 걷다 보면
강아지랑 산책하는 사람들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꼬리에 리듬을 실은 강아지들,
그 옆에서 함께 웃고 있는 사람들.
그런데 그 이면엔,
그 책임과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다시 떠나보내는 이들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개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그 사랑만으로 함께하기엔 부족한 점도 많은 존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