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의 끝에서는 늘 시작도 하지 않은 내일이 마음을 적신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진다.
분명 같은 집이고 같은 소파인데, 오후 다섯 시를 넘기면 모든 것이 살짝 눅눅해진다. 아직 월요일은 오지도 않았는데 마음은 벌써 출근한 사람처럼 무거워진다. 쉬는 날의 끝은 늘 생각보다 빨리 오고, 이상하게도 그 끝은 소리 없이 젖어 있다.
낮까지는 괜찮다.
늦잠을 자고, 밀린 빨래를 하고, 카페에 다녀오거나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다 보면 주말은 아직 내 편 같다. 그런데 해가 조금 기울기 시작하면, 하지 않은 일보다 다시 시작해야 할 일들이 먼저 떠오른다. 내일 입을 옷, 맞춰둬야 할 알람, 답하지 못한 메시지, 월요일 첫 회의 시간 같은 것들이 하나씩 마음에 올라탄다.
나는 일요일 저녁마다 냉장고 문을 자주 연다.
딱히 먹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닫는다. 마실 물을 따르기도 하고, 남은 반찬 통을 괜히 한 번 더 정리하기도 한다. 그건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아직 주말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걸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른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는 시간도 왠지 더 쓸쓸하다.
평일에는 그저 씻는 일인데, 일요일 밤에는 내일을 준비하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바디워시 냄새도, 수건의 촉감도,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기까지 이상하게 현실적이다. 쉬는 날의 내가 조금씩 사라지고, 다시 버텨야 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감각.
예전에는 이런 마음을 게으름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더 쉰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무거울까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안다. 일요일 저녁의 우울은 단순히 출근이 싫어서 생기는 마음이 아니라, 다시 단단해져야 한다는 걸 미리 아는 사람의 피로라는 걸.
그래서 나는 일요일 밤의 나를 너무 재촉하지 않으려고 한다.
괜찮아지라고 다그치기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월요일이 오기 전부터 조금 젖을 수 있다고 생각하려 한다. 알람을 맞추고, 가방을 정리하고, 불을 끄기 전 침대 가장자리에 잠깐 앉아 있는 시간까지도 다 필요한 과정이라고 믿어보는 것이다.
일요일 저녁은 아직 오지도 않은 월요일 때문에 젖어 있지만, 그 젖은 마음으로도 우리는 결국 다음 날을 살아낸다.
늘 그랬듯이, 조금 찝찝한 마음을 안고도 또 아침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