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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규 May 17. 2024

행운도 준비한 자의 것이다

      

  행운도 준비한 자의 것이다     


아들아... 창피하구나.”     

 26살 청년의 삶을 통째로 바꾸게 해 준 아버지의 한마디였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 손을 들고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할 용기가 없어 그냥 바지에 똥을 싼 적이 있다는, 밝히기 어려운 고백을 했다. 고등학교 때는 50명 중에 40등 밖으로 돌았고, 전문대를 다닐 때는 PC방과 노래방 그리고 술집을 전전했다고 한다. 전문대 졸업을 앞두고 취업이 두려워 다시 수능을 쳐 겨우 4년제 지방 사립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그렇게 스물여섯 살이 되던 어느 날, 택시 운전을 하며 성실히 가족 부양을 했던 아버지, 그동안 아들에게 단 한 번도 상처를 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던 아버지가 청년에게 처음으로 했던 아픈 말 한마디가 바로 ‘아들아... 창피하구나’였던 것이다.     


청년은 그 한마디를 들은 날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에 도전하며 자신의 꿈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대학생으로 꿈을 준비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공모전을 선택했다. 그는 그때까지 공모전에 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인생을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잘랐다. 나를 위해 저렇게 평생을 고생하신 아버지가 아들에게 대한 창피함을 안은 채 남은 인생을 살게 해 드릴 수는 없었다.     


첫 공모전은 보건복지부 대학생 금연 응원단이었다. 생전 처음이라 모든 그것이 낯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최대한 많이 뛰고 많이 만나고 많이 홍보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다른 학생들이 책상 앞에서 아이디어를 찾느라 고심하고 있을 때 3개월 동안 학교 부총장, 학생처장, 학생 지원팀장, 장학복지팀장, 경영 학장, 비서실장, 총학생회장, 총 동아리연합회장, 보건소 소장 등 거의 모든 기관장을 만났다고 한다.     


그리하여 금연 장학금 도입 적극 검토, 금연 인센티브 확정, 매점 내 담배 판매금지 적극 검토, 금연구역 흡연 구역 지정 적극 검토, 금연서약서 1,300장, 금연 인식과 설문 조사 500장, 금연 현수막 부착 3개, 금연서약서 제작 4편, 전국 캠퍼스 금연 현황 조사 등의 성과를 냈다. 결국 1등으로 선정되어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날개가 없다그래서 뛰는 거다.”     


 바로 이 김도윤 청년의 이야기다. 이 책은 열악한 스펙으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당시 나의 스펙으로는 국내 대기업에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힘들었다. 재수하고 2차 후기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질병으로 1년 동안 병치레를 하며 졸업하는데 변변한 기업에 취업원서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하얏트호텔에서 신입 사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이라 입사 채용 조건에서 영어 실력을 중요한 평가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대기업에 들어갈 수 없다면 글로벌 기업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막바지 상황이었다. 나는 하얏트호텔에 대해 수집할 수 있는 가능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이력서도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 그리고 영어 면접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나는 어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면접 시 나올 수 있는 질문 수십 개를 뽑아 나만의 답변을 작성했다. 그리고 수없이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연습했다.      

 첫인상을 좋게 하려고 거울을 보고 밝은 표정을 짓기 위해 끊임없이 미소를 훈련했다. 호텔은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므로 친절하고 따뜻한 미소를 가진다면 크게 어필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객실 예약부장, 호텔 부 총지배인과 총지배인의 최종 영어 면접을 정신없이 마쳤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함께 일해보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두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화려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일에 호들갑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절실했다. 간절했다. 꼭 합격하고 싶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국내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했으나 글로벌 기업에 합격하여 부모님의 마음도 안심시켜 드릴 수 있어 뿌듯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내가 대학 시절에 외국인 선교사님과 오랫동안 영어 바이블을 배우고 외국인을 대하는 습관을 나도 모르게 배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롯데 그룹 고 신격호 회장님의 공부하라책을 읽어라!  

   

신격호 회장님은 1941년 관부 연락선을 차고 일본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했다. 일본 도쿄에 입성한 그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공부였다. 그는 스기나미구 코엔지 거리에 다다미방 하나를 빌려 자취를 하면서 와세다 중학 야간부에 입학했다. 이처럼 신격호식 성공법의 시작은 공부에 열중하는 것과 책을 가까이한 것이라 한다. 시간이 나면 간다. 거리에 헌책방을 찾았다. 그곳에서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하고 밑줄을 그어 가며 독파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평생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그러나 그 기회는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는 무용용지물일 뿐이다. 행운이 행운으로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부라며 준비’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준비되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공부하며 준비하면 된다.      


지방대 출신으로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고 외국계 광고 회사에 정직원으로 입사했던 김도윤 청년처럼. 처음에는 무조건 많이 뛰고 다녀야 한다. 그렇게 움직여 준비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행운은 나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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