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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일기 59

늦은 귀가

by 인상파

늦은 귀가


상수 형, 남동생, 천안 사촌 오빠 내외가 문병을 다녀갔다.


남편은 오늘 점심부터 죽을 먹을 거라고 했다. 몸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면회 시간이 끝나갈 무렵, 이제 가봐야겠다고 하니 순순히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따라나서겠다고 조르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없으니 마음이 놓였다. 혹시라도 침대에서 일어나겠다고 할까 봐 걱정스러웠는데, 오늘은 달랐다.


어제 저녁 면회가 끝난 뒤 형님과 병원 근처 빵집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남편 병이 재발하고 난 후로 형님네, 어머님네 모두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머님은 우리 집으로 들어오신 지 한 달이 되었고, 형님 내외도 저녁 면회 시간에 맞춰 자주 병원을 찾으신다.


예전에는 면회가 끝나면 곧장 헤어지기 바빴는데, 어제는 형님과 모처럼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귀가 시간이 늦어지자 어머님이 손녀를 시켜 두어 번 전화를 걸어왔다. 단순히 아들 소식을 듣고 싶으셨던 것 같지만, 며느리가 집에 돌아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근심 많은 어머니, 그리고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두 며느리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 못마땅하셨던 걸까. 밤 아홉 시가 지났는데도 저녁을 드시지 않았단다. 점심도 거른 데다, 아침은 어제 먹다 남은 불어터진 라면으로 때우셨다고 했다. 속이 편치 않다고 하셨다. 아끼실 것을 아끼셔야 하는데, 왜 하필 불어터진 라면을 아껴 드셨을까. 요즘은 빈속에 막걸리를 드시며 요기를 하시는데, 그게 속을 더욱 해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요즘 잠을 자는 것 자체가 고역인데, 어제는 늦은 시간에 마신 커피 때문인지 다른 날보다 더 힘들었다. 비몽사몽을 오가며 겨우 눈을 붙여도, 꿈속에서조차 남편은 여전히 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대학 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2월 중순 어느 날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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