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
자장가
쓰나미 같은 대발작 이후 남편은 밤낮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두리번두리번 불안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 낮에서 자지 못하면 밤에라도 자라고 수면제를 먹이는데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수면 부족이 발작으로 이어질까 봐 그게 걱정스러웠다.
간병인 아줌마가 회진를 도는 의사에게 남편이 통 잠을 못 잔다고 했더니 의사 왈, “어쩔 수 없지요. 그렇다고 자장가를 불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라고 했단다. 의사의 말을 전하는 간병인 아줌마의 말을 듣고 실소를 했지만 곰곰이 되새겨보니 답은 자장가이지 싶었다. 자장가라, 생사의 근원이 같은 바에야 불면의 남편의 불안과 세상에 던져진 갓난아이의 그것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장가로 갓난아이를 잠재우듯 남편의 불안을 잠재워보기로 했다. 나는 침대에 걸쳐앉아 아이를 가슴에 품듯 남편의 상체를 가슴께에 안으며 아이들 재울 때 부르던 노래를 자장댔다. 남편은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그것에도 관심이 없어졌는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코를 골기까지 한다. 행여나 잠을 깨울까 팔다리가 절여와도 한참을 참았다가 깊이 잠드는 걸 보고 머리를 베개에 뉘였다.
정말 자장가를 불러줘서 잠이 든 것인가. 아니면 오랜 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잠 들 때가 된 것인가. 확인할 길을 없지만 어린아이를 달래는 방법이 환자에게도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잠재우는 또다른 방법으로 그림책이 떠올랐다. 어릴 적 큰아이는 밤에 잠자는 것을 싫어하였는데 아이를 재우려면 잠자리에서 꼭 그림책을 읽어줘야했다.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아이보다 엄마가 먼저 잠이 드는 경우가 수두룩했지만 잠결에 깨어나보면 아이도 스르르 잠이 들어 있곤 했다. 남편에게도 그 방법을 써보고 싶었다.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 남편이 잠자는 틈을 이용하여 근처 도서관에서 그림책 네 권을 빌러왔다.
도서관에서 돌아와 보니 아버님이 와 계셨다. 아버님은 병원 간다는 며느리가 자리에 없으니 어디 놀러나 나갔다온 줄 아셨던지 나를 보더니 어디 갔다오냐고 노기를 띤 목소리로 물으셨다. 간병인 아줌마에게 잠깐 나갔다 온다는 말만 하고 목적지를 밝히지 않은 내 잘못이 컸다. 사실을 밝혔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지만. 빌려온 책을 결국 읽어주지 못하고 집으로 가져오고 말았다.( 2011년 3월 29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