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시멘트 마당 벌어진 틈새마다
쑥이며 돼지감자며 질경이가
하루치 햇살을 놓고 자리다툼을 하고 있었다.
안방을 가장 먼저 넘본 건 개망초였다.
새파랗게 젊은 부부가
문고리가 얼어붙은 저녁
어린 자식들을 밥상 앞에 앉혀놓고
오줌이 마렵다는 어린놈을 붙잡고
아무렇지 않게 밥그릇에 오줌을 누이고
그 틈에 반찬 하나에 숟가락 다섯 개가 달려든다
좁은 상에 오르지 못한 밥그릇들이 낑낑거리고 나면
젊은 부부는 어린 아들놈을 옆구리에 하나씩 끼고
처마의 빗물받이를 들썩이는 바람처럼 잠들었고
기나긴 밤의 허리가 잠든 부부의 숨결 위로 지나갈 때
중늙은이는 병을 얻어 자리보전하고
늙은 여자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다
껴입은 옷처럼 겹겹이 벗겨진 시간 속에서
이후 그 집에는 계절이 찾아들지 않았다
개망초는 문턱을 넘다 말고 돌아서서
처마 끝에 걸린 구름을 쳐다보았다.
누가 먼저 문을 나섰던 것일까
누가 아직도 그 자리에 눌러앉은 것일까
발끝에 흙먼지가 쌓이고
꽃잎은 바람을 잃은 듯 고요했다.
더는 들어갈 수 없었다.
더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시골에 내려가도 이제 머무를 집은 없습니다. 대신 반기는 것은 개망초였습니다. 한때는 여섯 자식을 밥상 앞에 앉히고 젊은 부모가 허리 한 번 펼 새 없이 살아가던 집이었습니다. 자식들이 하나둘 도시로 떠나고 아버지는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기억을 잃고 도시로 옮겨온 뒤 그 집의 주인이 바뀐 거지요. 개망초 시선으로 한때를 기억하면서 그 집에 묻힌 생의 질서를 보내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