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그 남자의 등

by 인상파

그 남자의 등


잠들 수 없는 밤이면

불 꺼진 거실에 나가

책꽂이의 등을 어루만진다

살결이 부드러워 간지럽다

이따금 웃음이 났다가

문득 눈가가 뜨거워진다

사뭇 적막하고 적요하다

낮에 읽다 멈춘 문장들이

그의 숨결로 다시 살아난다

접힌 페이지 끝에

그의 손이 아직 머물고 있다

문장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정한 그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의 다정한 뺨이기나 한 듯

책등을 어루만지고 있으면

한밤의 우리들 인사가

잠들지 못한 영혼과

떠나지 못한 영혼의

서러운 작별이 된다


말없이 그의 등을 쓰다듬는다

부치지 못한 편지를

천천히

읽어내리듯이,


잠들지 못한 밤이면 거실의 책꽂이에 꽂힌 그가 쓴 책을 어루만집니다. 오래 전 사별한 남편을 떠올립니다. 문득, 그의 등이 생각납니다. 책등을 쓰다듬는 그 순간이 그의 숨결을 되살리는 시간 같고 그와 나눈 마지막 인사 같기도 합니다. 잠들지 못한 밤이면 책으로 남은 그의 등을 쓰담습니다. 잘 지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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