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내 안의 우물

by 인상파

내 안의 우물
– 어린 왕자를 생각하며


가끔은
모래가 햇살을 삼킨
사막 한복판이
미치도록 그립다.


피를 흘리며 토막난 말들이
날선 얼굴로 날을 세울 때,
입과 귀를 봉인하면
침묵조차
벌떼처럼 윙윙대는 날.


말은 메아리로 돌아오고

위로는

더 깊은 고독이 된다.


나는 오래전
죽어버린 마을을 찾아 떠난다.
사막 어딘가 있을
우물을 찾아나선다.


가끔은 꿈을 꾸듯,
한마디 말에 무너진 가슴을 부여잡고

어떤 기억에 붙잡혀 통곡하며
두 손으로 사막의 모래를 파고 보면


사랑이었고,
그리움이었고,
기억 속의 웃음이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말라가고 있는 여린 싹에게 물을 먹인다.

몸은 두고 갈 거라며
둥근 똬리를 틀고 앉은
우물가의 아이는
별처럼 웃으며 말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 안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


그 말을 듣고서야

내 안의 우물이
오래 잠들었던 나를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삶이 한낮의 사막처럼 메마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정한 말조차 가볍게 흘러가고, 위로는 닿지 않고, 언어는 안으로 말려갑니다. 침묵조차 소란스러운 그런 날에는 사막의 어린 왕자를 떠올립니다. 삶의 한가운데서 놓인 이 불가해함을 이해하고, 삶의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 안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라는 그 아이의 말을 믿기 때문입니다. 믿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마른 우물에서 다시 물이 솟기를 바라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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