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말의 그늘

by 인상파


말의 그늘


어떤 말은

햇빛 아래 놓일 수 없어

그늘 속에서 자란다


푸르스름한 이끼가 낀 말은

햇빛을 보면 시들어버릴까 봐

안개의 행렬 속에 몸을 숨긴다


입가에 맴돌다 사라진,

차마 꺼내지 못한 말들이

혀 밑에서 자라면서

어떤 날엔 나를 지켜주고

어떤 날엔 나를 가두면서

물기 어린 동굴을 만든다


말하면 떠나갈까 봐 두렵고

삼키면 내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

반쯤 열린 입술에서

또 하나의 그늘을 피워낸다


그늘 속엔 아직도 말들이 웅크리고 있다


꺼내지 못한 말들이 내 안에서 자라 그늘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날엔 나를 지키고, 어떤 날엔 나를 가둡니다. 말의 그늘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가도 그것으로 인해 속을 끓이게 될 때는 기분이 엉망이 됩니다. 끝내 터져나오지 못한 말의 풍경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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