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밤
부끄러운 생을 살아왔다
고백해야 할 때
나로서 존재할 수 없을 때
깊은 잠의 저편에
나를 감추어 봉인하고 싶다
약기운에 젖은 시간은
물먹은 솜처럼 축축하고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말이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빈방을 향해 삿대질하면
무게도 없는 천장이
히죽히죽 나를 조롱한다
방과 내가 하나가 돼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졌는데
내 안의 내가 아니라
바깥이 되어가는 나를
미워도 어쩔 수 없어
또다시 스르륵 끌어안는다
마음속 대들보가
쿵, 쿵 무너지는 소리
될 대로 되라지!
한 번만,
될 대로 되라지!
바닥을 짚은 줄 알았는데
천장처럼 튀어올라
잠에 서서히 잠식당한다
무덤 같은 잠 속에서
하얀 울음으로 허우적거린다
삶은 정말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삶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마음이 하는 일을 의지로는 다스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깊은 절망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의 용량을 늘립니다. 아니, 실은 포기하는 심정입니다. 추가 약과 취침 전 약까지 한꺼번에 털어넣으며 마음이 제멋대로 가고자 하는 길을 막아보려 합니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썼지만 실은, 무너지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바닥을 보고 싶었던 때의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