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너무 멀리 와버렸다
걷고,
잊고,
견디며
한 사람의 하루가
한 생의 거리만큼 멀어졌다
돌아가고 싶다
최초의 나에게로
나를 사랑하던 그에게로
돌아간다는 건
발길을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육신을 벗고
시간과 목소리를 벗고
기억 속 나를 만나러 가는 일
몸을 두고
제 별로 돌아간 어린 왕자처럼
눈으론 볼 수 없고
귀론 들을 수 없는
뱀의 독 같은 문을 지나야만
제 별에 닿을 수 있다
그 문은 누군가의 기억으로
내 웃음으로 남은 오후에
곰팡이 슨 문장들 사이
담배 연기가 머리 풀고 다닐 때
서서히 사라지며 열리는 문
두드리지 않고
그저 오래, 오래 응시하다가
아무도 모르게
나의 심장으로 돌아갈 터
너무 멀리 와버렸다
오다 보니 오게 되었고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수 없고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무릎을 꿇은
말을 잃은 그림자 하나
이쯤이면
돌아서야 할 텐데
걷고,
잊고,
견디며
도착한 곳은 아득히 멀고도 멀었다
여긴 어디쯤일까요. 돌아서야 했던 그 자리를 놓친 채 한참을 걷고, 잊고, 견디며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살아갈수록 나를 잃어버리고 나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멀어짐 속에서 다시 나를 찾고 싶습니다. 원래 왔던 자리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는 나의 문을 오래 응시하며 ‘나의 심장’으로 조용히 돌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