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눈동자에 건배
그 눈동자에 건배
그 눈동자를 잊을 수 없네
잊을 수 없는 그 눈동자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네
눈에서 눈으로 옮겨 앉은
그 눈동자의 노을빛 눈물
보냈는데 보내지 못한 그 눈동자
떠났는데 떠나지 못한 그 눈동자
육성도 체취도 남지 않았는데
그 눈동자만 오롯이 남아서
하루도 부르지 않은 적 없는데
한 번의 대답도 없던 그 눈동자
말없이 술잔을 기울고 앉아
어둠을 안주 삼아 어깨를 겯고 있으면
목울대의 취기 어린 그 눈동자
입술에 매달린 눈동자에다 건배
정신이 오락가락한 술잔을 들고
말라버린 우물 같은 그 눈동자
그 눈동자에 다시 술잔을 기울고
건배!!!
건배를 외치자
두 눈동자가 서로 맞절하며
눈빛 인사로 고하는 안녕
건배한 그 눈동자의 입술
꿈결의 잔을 들고 웃고 있다
말로 닿을 수 없는 마침표 같은 문장
술잔은 넘치는데
넘치는 술잔에서 그 눈동자
그 눈동자가
차가워진 심장처럼 입안에서
모든 것을 거둬들이는 듯한
소리 없는
잿빛 숨으로
멎는다
혼술을 합니다. 경계를 허무는 시간을 즐깁니다. 멀쩡한 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든 날에는 술이 생각납니다. 많이 마시지 못하니 금세 취기가 오릅니다. 어느 틈에 제 옆에서 그 눈동자가 술친구를 하고 있습니다. 미안하고 고맙고, 기다려집니다. 순전히 제 마음에서 불러낸 술친구입니다. 그는 떠났으나 떠나보내지 못한 마음이 가끔은 이렇게 청승맞게 합니다. 그 눈동자가 오늘은 잔을 비우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