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엄마 마중

엄마 마중

by 인상파

엄마 마중,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보림


엄마 마중


엄: 엄마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마: 마음은 켜켜이 달을 부르고

마: 마침내 막대사탕 하나에

중: 중중거리며 엄마랑 귀가 중


코만 새빨개져서


이태준 작가의 동화에 김동성 화가의 그림이 더해진 <엄마 마중>은 일 나가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절절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전차를 타고 돌아올 엄마를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은, 어릴 적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던 제 기억과 겹칩니다. 엄마가 읍내 장에 가시는 날이면 저도 따라간다고 산길 너머 버스 정류장까지 졸졸 따라나섰지요. 엄마는 손을 번쩍 들어 저를 때리는 시늉을 하며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하셨지만, 몰래 망을 보며 계속 따라갔지요. 이유를 몰랐지만 그 당시에는 엄마와 떨어지는 일이 그토록 두려웠습니다. 버스가 엄마를 태우고 떠나버리면 가슴 어딘가에서 '삐걱' 하는 소리가 났고, 엄마가 돌아오시기까지 몇 번이나 고갯마루를 오르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그리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엄마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시절에는 눈물이 났습니다. 늘상 보는 엄마가 왜 그리 그리웠던 걸까요? <엄마 마중>의 아이도 그렇습니다. 엄마가 떠나자마자 아이는 정류장으로 달려가 엄마를 기다립니다. 전차가 올 때마다 차장에게 엄마가 언제 오느냐고 묻는 아이를 보며, 주인공 아이가 아주 어린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혼자 두고 엄마는 일을 다녀야 했던 모양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차장은 귀찮다는 듯 아이를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세 번째 차장은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가 걱정이 되었는지 따뜻하게 대꾸합니다.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 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바람이 불어도, 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 않고, 코만 빨개진 채로 가만히 서 있습니다. 기다리는 것이 아이에게는 사랑의 방식이었던 거지요.


정서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어린 마음은 엄마가 일을 나갔든, 장엘 갔든 늘상 엄마를 앞서서 미리 그립니다.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고 엄마는 아이를 기다리게 하는 존재이지요. 사탕 하나로 기다림의 시름을 사르르 녹여내던 유년의 어느 한때, 그 애틋한 기억을 이 그림책은 추억처럼 불러옵니다. 기다림이라는 감정이 이렇게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는 걸 보면 그 시절 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아이에게 하나의 세계였던 것 같습니다.

이전 01화61. 장난감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