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알도

알도

by 인상파

알도, 존 버닝햄 그림· 글, 이주령 옮김, 시공주니어


알도


알: 알 것도 같아요, 상상의 친구

도: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해 낸다는 걸


내게도 한때 ‘알도’가 있었다


<알도>는 상상이 어떻게 현실의 고통을 견디게 해주는가를 말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정신 승리라는 말이 있듯, 인간의 상상력은 회피일 수도, 자기보호일 수도 있지만 분명 살아남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림책 속 소녀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부모에게도 깊은 애정을 받지 못합니다. 그런 아이에게 토끼 모습을 한 상상의 친구, 알도가 찾아옵니다. 알도는 말이 없지만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어깨를 내어주고, 그네를 밀어주며, 괴롭힘 속에서 지켜주는 존재입니다. 이렇게 상상은 현실보다 훨씬 믿음직스럽고, 조용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상상의 친구는 대개 혼자 있는 아이를 찾아옵니다.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고, 오직 '찜한 아이' 곁에만 머무는 존재. 생각해 보면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물고기 같은 형상이었고, 늘 내 곁에 붙어 살았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내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누구의 위로도 와 닿지 않을 때, 그는 슬그머니 나타나 말을 걸었지요. 내 말에 토를 달기는 했지만 상처를 준 적은 없었고, 외로움에 절절맬 때면 그저 말없이 옆에 있어주었습니다. “사는 게 아주 나쁘지만은 않아, 괜찮아.” 그렇게 말해주는 친구였지요. 나는 그 존재 덕분에 외톨이의 시간을 묵묵히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와는 중학교 졸업 무렵부터 서서히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떠난 건 아니었지요. 마음 맞는 친구가 생기고, 연애를 하고, 아이들을 낳으면서 그의 방문은 드물어졌고, 술이나 담배가 그 빈자리를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외로움에도 둔해지고 웬만해서는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이겠죠. 이제 상상을 밀며 살아가는 시절을 끝내버린 거겠죠. ‘알도’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일 것입니다. 하지만 내게는 돌아오지 않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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